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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끼리 폭행 사망...법원 "후속조치 소홀한 병원이 배상"
환자끼리 폭행 사망...법원 "후속조치 소홀한 병원이 배상"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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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폭행 때 퇴원·이동 안시켜...CT 검사 늦어 치료시기 놓쳐 
부산지법, 포괄적 주의·보호의무 위반...4500만 원 배상 판결 
​병실에서 폭행 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찰 신고와 함께 전원, 퇴원, 다른 병실 이동 등 후속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병실 내 환자 폭행 사건에서 후속조치를 비롯해 포괄적 주의의무를 위반한 만큼 병원 운영자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협신문 김선경​
​병실에서 폭행 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찰 신고와 함께 전원, 퇴원, 다른 병실 이동 등 후속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병실 내 환자 폭행 사건에서 후속조치를 비롯해 포괄적 주의의무를 위반한 만큼 병원 운영자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협신문 김선경​

입원 환자가 다른 입원 환자를 폭행,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에서 병원이 포괄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은 A병원에 입원했다가 B환자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C씨의 가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폭행사고가 발생했을 때 퇴원이나 병실 이동 등 추가적인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의료진이 뇌출혈을 의심하지 못해 진단을 지연했다"면서 "병원 운영자가 4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신부전증 등으로 혈액 투석 및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B씨는 외출 후 술을 마시고 2015년 5월 14일 밤 12시경 병실로 돌아왔다.

같은 병실에 입원하고 있는 C씨는 B씨에게 "냄새가 나고 더럽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격분한 B씨가 주먹으로 C씨의 얼굴을 때렸다.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간호사 등이 B씨를 제지했다. 

B씨는 12시 30분경 계속 화가 난다는 이유로 같은 병실에 누워 있는 C씨의 안면부·목·가슴 부위를 수차례 때렸다. 1차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30분 만에 여러 곳이 멍 들고 입술에 출혈이 발생하는 2차 폭행 사고가 발생한 것.

C씨는 5월 14일 오전 3시 30분경 두통을, 오전 7시 20분경 보행 중 주저 앉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을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33분경에는 기운이 없고 보행이 힘들다고 증상을, 오후 2시 30분경에는 병실 안 냉장고를 잡고 주저 앉기도 했다. 의료진은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양상을 보이자 침상에서 안정할 것을 조치했다.

5월 14일 오후 4시 45분경 턱 떨림과 의식이 가라앉는 증상을 보이자 의료진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 우측 대뇌반구에 경막하출혈 소견이 관찰되자 오후 6시 15분경 D대학병원으로 전원조치했다. 

C씨는 E병원을 거쳐 F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2015년 6월 4일 경막하출혈 등의 원인으로 사망했다.

B씨는 상해치사죄로 기소,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C씨의 가족은 B씨가 음주를 했음에도 퇴원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상증세가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주의의무를 위반해 치료시기를 놓쳤다며 9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부산지법은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에 있어서,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숙식의 제공을 비롯하여 간호, 보호 등 입원에 따른 포괄적 채무를 지게 되므로, 병원은 환자의 간호, 보호 등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여 줄 신의칙상의 보호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2002나63275, 2003년 4월 11일 선고)을 인용, 병원의 포괄적 주의의무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망인에 대한 1차 폭행 이후 B씨를 다른 병실로 이동할 것을 권유한 사실만으로 보호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진은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망인이 주저앉는 모습은 뇌출혈로 인한 마비 증상을 의심케 하고, 의식 변화 또한 신경학적 증상"이라며 "신부전증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상태에서는 가벼운 두부 외상으로도 뇌출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두통·경미한 마비·의식 변화 등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면 뇌출혈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태를 집중관찰하면서 CT 검사 등을 통해 뇌출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증상이 발생했을 때 CT 검사를 하지 않아 경막하출혈을 적시에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고, 위와 같은 과실이 이 사건 사고와 경합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병원 운영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망인에 대한 위자료는 3000만 원을, 가족은 각 500만 원씩 총 1500만 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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