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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필요한 정신질환자 '입원치료' 못받아

치료 필요한 정신질환자 '입원치료' 못받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2.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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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신건강복지법' 현장 괴리...전문가 2인 교차진단 '옥상옥'

윤동욱 변호사(법률사무소 서희)r가 20일 서울의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 학술발표회에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의 주요 내용 및 실무상 쟁점\'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윤동욱 변호사(법률사무소 서희)가 서울의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 학술발표회에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의 주요 내용 및 실무상 쟁점'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치료받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동욱 변호사(법률사무소 서희)는 최근 서울의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 학술발표회에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의 주요 내용 및 실무상 쟁점' 주제 강연을 통해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가 동의하지 않는 입원은 모두 퇴원시키라'는 UN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와 방송 드라마가 영향을 미쳤다"면서 "정신질환자의 개념을 대폭 축소하고, 입원 요건을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 혹은 자·타해 위험이 있는 자라는 or에서 둘 다 요건을 충족하도록 한 and 개념으로 엄격히 하면서 실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법률 실무 전문가의 입장에서 정신건강복지법을 진단한 윤 변호사는 "자·타해 위험의 수준을 좁게 해석할 경우에는 강제입원이 어렵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보호자는 환자가 위험해지거나, 위험이 현실화될 때까지 감당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2주 이상 계속 입원이 필요한 경우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1인은 국·공립 및 지정 진단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 정신질환자에 대해 치료를 위한 입원 등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환자를 직접 진료하며 살펴본 해당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도 않은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의 소견을 받도록 한 것은 문제"라면서 신경정신의학계의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윤 변호사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즉석으로 도입한 2인 진단제도는 A민간병원 입원을 B민간병원이 진단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라면서 "현장 실무 전문가의 견해나 신경정신의학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경정신의학계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에 앞서 "현실적으로 추가진단을 할 수 있는 국·공립 및 지정 진단 의료기관의 전문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계속 입원 규정을 지킬 수 없고, 치료를 받아야 할 정신질환자를 퇴원시킬 수밖에 없다"며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치료받아야 할 정신질환자를 퇴원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되자 정부는 201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같은 의료기관 내 전문의 2인이 진단한 경우 계속입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추가진단 전문의 예외규정'을 발표한 데 이어 한시적인 예외규정을 2018년 12월 31일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보호의무자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병원에서는 보호의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을  보호의무자에서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서 법안 개정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이나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의뢰하는 응급입원에 대해서도 지자체와 경찰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변호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했을 때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고, 시장·군수·구청장은 즉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에게 진단을 의뢰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자체에서 병원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자를 보호입원시키는 과정에서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입원 당일 받지 않았고, 퇴원명령을 즉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된 정신의료기관 봉직의 사건을 예로 든 윤 변호사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응급입원이 의뢰된 자에 대해 72시간 내에 계속 입원이 필요한 정신보건법령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 정신의료기관 봉직의사들은 증빙서류 확인을 비롯한 행정업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지만 병원장들은 벌금형을 받았다"면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퇴원을 시키지 않으면 위법한 감금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고 밝혔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윤 변호사는 "강제입원의 입원 요건을 현실에 맞게 바꾸고, 전문가 2인 교차진단에 대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응급·행정 입원에서 보호의무자가 없는 경우 지자체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정신의료기관이 경찰관과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월례 학술발표회에 참석한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면밀한 법률·제도적 검토없이 만든 법률안으로 인해 현장에서 많은 문제와 쟁점을 낳고 있다"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현실에 맞게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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