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형사 법정 선 정신병원 봉직의사 39명 모두 '무죄'
형사 법정 선 정신병원 봉직의사 39명 모두 '무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19 06:00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보호입원 당시 증빙서류 없어"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 기소
법원 "수속업무는 원무과...봉직의사는 서류 업무 집행하지 않아"
의정부지방법원은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9명의 봉직의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빙서류 확인을 비롯한 입원수속 절차는 봉직의사가 아닌 <span class='searchWord'>원무과</span>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의정부지방법원은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9명의 봉직의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빙서류 확인을 비롯한 입원수속 절차는 봉직의사가 아닌 원무과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정신질환자를 보호입원시키는 과정에서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된 정신의료기관 봉직의사들이 1년이 넘는 법정 소송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9명의 봉직의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기초정신보건심의회의 퇴원명령을 즉시 지키지 않고, 계속 입원치료를 받도록 하면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데 대해서는 일부 정신병원장 등의 위법 사실을 인정,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건은 의정부지방검찰청이 경기 북부지역 16곳 정신의료기관을 대대적으로 기획수사, 2016년 9월 28일 운영자와 봉직의사 67명을 적발해 입건하면서 촉발됐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검찰은 이들 정신의료기관과 봉직의사들이 퇴원명령을 불이행하고, 보호의무자 동의로 입원한 정신질환자들을 입원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서류를 갖추지 않는 등 정신보건법을 위반했다며 53명(운영자 14명·봉직의 39명)을 기소하고, 13명은 기소유예, 1명은 기소 중지 처분했다.

당시(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및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을 하며 '인권 보호'에 무게를 실었다.

의정부지검은 "정신의료기관 관계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려 할 때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받아야 함에도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받지 않은 채 입원시켰다"며 정신보건법을 위반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또 "기초정신보건심의위원회로부터 퇴원명령을 고지 받았음에도 퇴원을 지연시켰고, 요양급여비를 받았다"며 국민건강보험법의 사기죄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정에 선 봉직의들은 "보호자들이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병원까지 데려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받은 당일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비롯한 서류를 완벽하게 갖추기도 쉽지 않다. 정신과 환자의 특성상 야간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증빙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관공서나 무인발급기는 야간이나 주말에 이용할 수 없다"면서 "보건복지부 안내서에도 부득이한 경우 7일 이내에 서류를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퇴원명령을 위반했다는 데 대해서도 "당장 정신질환자가 지내야할 곳이 없으니 기다려달라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고, 보호자가 오지 않아 부득이 입원을 계속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퇴원명령이 났다고 보호자 없이 환자를 퇴원시킬 수도 없지 않냐"고 하소연 했다.

봉직의들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증빙서류 확인을 비롯한 행정업무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구 정신보건법에서는 퇴원명령을 받은 때에는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통상적으로 '즉시'란 퇴원명령을 받은 다음 날까지를 의미한다"면서 "보호의무자의 인계가 지연됐다는 이유로 퇴원명령을 불이행하는 것은 관련 법령상 허용할 근거가 없고, 보호의무자가 없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정신질환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의무자의 역할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또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퇴원명령을 받은 환자들을 즉시 퇴원시키지 않고 계속 입원치료를 하는 것은 적법한 입원이라 할 수 없다"며 "퇴원명령 이후 입원치료에 대해서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원 운영자에 대해서는 정신보건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을 인정,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병원 봉직의사에 대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에 해당하지 않아 서류구비 의무를 부담하는 자들로 볼 수 없고, 병원의 통상적인 입원절차와 업무분장상 진단 및 입원권고 이후 환자에 대한 입원수속 절차는 원무과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환자에 대한 진료업무를 담당할뿐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받는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신분인 병원 봉직의사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정신의료기관 봉직의를 대표해 공동대응해 온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의회 관계자는 "무리한 기획수사로 정신의료기관 봉직의사들이 정신질환자를 불법 감금하는 가해자 취급을 받았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정신의료기관은 보호자입원시 필요한 증빙서류는 반드시 당일에 다 받아야 하고, 퇴원명령이 나왔을 때는 지체없이 퇴원을 시켜야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점을 절감했다. 법이 의료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키지 않으면 누구나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상식적이고, 순리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한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강제 입원과 입원 치료 지속 여부에 대해 법원이 사전 사법심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