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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의료진만 문책 안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의료진만 문책 안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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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관련 학회, 제도 보완 없이 의료진만 처벌 부당성 주장
"의료 환경의 근본적인 문제 개선으로 악순환 막아야" 호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것에 대해 소아관련 학회들도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소아과학회·대한소아감염학회·대한신생아학회·대한주산의학회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담당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지우게 한다면, 의료 환경의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전문인력이 신생아 및 소아중환자를 기피하게 되고, 제2의, 제3의 비슷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해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 학회는 "소중한 어린 생명을 잃고 커다란 슬픔을 겪은 유가족 분들께는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소아청소년의학 전문가들은 그 슬픔을 조금 더 공감하고 온 국민과 함께 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학회 회원들 모두는 소아청소년의학, 그리고 주산의학 전문가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연대적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여러 단체에서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지만, 신생아의 감염 예방 및 건강 문제를 책임지는 전문 학회들이 전문가의 시각으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해 의견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학회들은 "여러 명의 소중한 목숨들이 희생된 이번 사건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민사 형사상의 법적 절차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사건을 담당 의료진의 책임으로만 문책하고 해결하려 한다면, 의료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소명의식을 가지고 신생아 환자를 돌봐온 국내 의료진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국민과 신생아 보호자들의 의료진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전문인력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이로 인해 기존 인력의 이탈과 함께 새로운 인력의 확보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결국 우리 사회가 숙련된 전문가들을 잃고 퇴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심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학회들은 "병원, 특히 중환자실이라는 특수 환경은 어느 곳보다도 감염에 취약한 공간이며, 환자들 또한 감염에 취약한 대상이기에 최선의 관리 노력을 하더라도 병원감염은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병원감염률 '0%'는 의료진의 목표이자 소망이지만 어떤 선진국가의 시스템도 의료관련 감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사회의 진료시스템과 감염관리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도 개선돼야 할 여지가 많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신생아중환자실 부족 문제 개선을 위해 학회를 비롯해 병원들, 그리고 전문가들이 노력한 부분도 강조했다.

학회들은 "그동안 신생아 의료 관련 의료진들은 보건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전국에 신생아중환자실 부족을 해소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에 대한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관련 의료진, 부서, 당국들의 협조 덕분에 산모나 신생아가 빈 병상을 찾아 전국을 헤매고 다니는 일은 거의 볼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 우리나라의 신생아 의료는 기본적인 생사의 단계를 넘어섰으며, 이제는 감염 및 안전 관리의 충실 등 진료의 질 향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하면서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회들은 "낮은 의료관련 감염을 비롯한 안전한 소아와 신생아 중환자 치료 환경 조성에는 적절한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궁극적인 환자의 이득을 얻기 위해 많은 의료 인력과 자원을 들여서 모니터링과 검사 등을 수행하고, 환자 안전을 위한 시설물들을 구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생아 의료 뿐 아니라 외상센터, 응급의료, 주산기센터 등 사회안전망에 해당하는 공공의료체계에서 선진국 수준의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해당 공공의료 서비스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안전시스템 구축에 과감한 인적 물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회들은 "이번 사건이 의료진 개인의 과실로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지금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제2, 제3의 유사한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미비한 시스템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소아와 신생아 중환자의 감염관리를 포함한 더 안전한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한 인력과 설비 등의 과감한 자원 투입과 법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또 "소아청소년의학 및 주산의학 전문가들은 어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과 막대한 책임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어린 환자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및 신생아 의료의 질적 발전에 모든 힘을 다해 이번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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