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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님 뜻 따라 의사 될래요"

"이태석 신부님 뜻 따라 의사 될래요"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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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유학생, 토마스 타반 아콧 15일 인제의대 졸업
수단어린이장학회·인제대 뒷바라지..."외과 의사 되고파"

토마스 타반 아콧 군(인제의대 본과 4학년)은 2001년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당시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다. 토마스 군은 9∼10일 제82회 의사국가시험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이번 의사국시 필기시험에 3341명이 응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수단어린이장학회]
토마스 타반 아콧 군(인제의대 본과 4학년)은 2001년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당시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다. 토마스 군은 9∼10일 제82회 의사국가시험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이번 의사국시 필기시험에 3341명이 응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수단어린이장학회]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불우한 청소년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돈 보스코 성인의 뜻을 따라 아프리카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남수단 톤즈에서 가톨릭 살레시오회 수도자이자 의사로, 건축가이자 음악가로 불꽃 같은 마흔여덟 해 삶을 살다 하느님 품에 안긴 故 이태석 요한 신부(1962∼2010년).

20년 넘게 계속된 내전의 포화와 폐허 속에 故 이태석 신부가 9년 전 뿌린 씨앗 하나가 작은 결실을 본다.

인제의대와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이태석 신부의 추천으로 남수단 톤즈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토마스 타반 아콧(33) 군이 1월 15일 오후 3시 제34회 인제의대 학위수여식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식 및 동창회 입회식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토마스 군은 2001년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당시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다.

"의사가 되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톤즈 청년들의 꿈을 눈여겨본 이태석 신부는 수단어린이장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토마스와 존 마옌 루벤(31) 군은 꿈에 그리던 이태석 신부를 말기 암 투병 중이던 병상에서 만났다. 

하지만 다시 만난 지 한 달도 안 돼 큰 형이자 아버지 같은 졸리 신부를 떠나보내야 했다. 

"친형 같은 졸리(John Lee) 신부님을 만나 정말 반가웠어요. 그런데 신부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 뭐라 말도 못하고…."

수단어린이장학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예비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남수단 유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인제의대를 방문했다. 올해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한 토마스 타반 아콧, 민 안젤라 수단어린이장학회 유학생 지원분과장, 존 마옌(인제의대 본과 3학년), 백광현 신부(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가 이태석신부기념관 입구에 자리한 고 이태석 요한 신부의 흉상 앞에 모였다. [사진=수단어린이장학회]
수단어린이장학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예비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남수단 유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인제의대를 방문했다. 올해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한 토마스 타반 아콧, 민 안젤라 수단어린이장학회 유학생 지원분과장, 존 마옌(인제의대 본과 3학년), 백광현 신부(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가 이태석신부기념관 입구에 자리한 고 이태석 요한 신부의 흉상 앞에 모였다. [사진=수단어린이장학회]

2년 동안 연세대 한국어학당과 중원대학교에서 한국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한국어 능력 시험 5급까지 취득한 토마스와 존 군은 2012년 나란히 인제의대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인제의대 3회 졸업생인 이태석 신부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예비의사의 길을 따라 걸었다.

낯설고 물선 이역만리 한국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하는 6년 동안의 의대 교육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어는 영어랑 완전히 달라서 배우기 어려웠어요. 한국어학당에서는 표준말을 배웠는데 부산에서는 사투리를 쓰니까 만만치 않았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공부 잘하는 동기들에게 물어보거나 교수님을 찾아다니기도 했답니다."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는 토마스 군은 "신부님처럼 좋은 의사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면서 "사람을 살리는 외과 의사가 되어 남수단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간호사인 어머니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는 존 마옌 루벤(31) 군도 "내년 의사국시에 도전해 졸리 신부님의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제의대 의학과 교수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남수단 유학생 토마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인제의대 의학과 교수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남수단 유학생 토마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남수단 톤즈 유학생의 교육비를 비롯해 손색이 없는 예비의사로 키우고 있는 인제의대는 재학생들에게 고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심어주자는 취지에서 '이태석 기념과정'을 개설하고, 매년 '이태석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한편, 의대생인 토마스와 존을 비롯해 지난해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 남수단 재건을 위한 일꾼으로 돌아간 산티노 뎅(32) 군까지 3명을 후원하고 있는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의대는 물론 전문의 과정을 마칠 때까지 이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수단어린이장학회(http://www.frjohnlee.org)는 몸과 마음을 다해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사랑을 나눈 고 이태석 신부를 영원히 기억하고, 유지를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2004년 출범한 비영리 사단법인. KBS 한민족 리포트와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감명을 받은 시민이 동참하면서 후원자들이 늘고 있다.

1% 나눔 운동에 참여하는 후원자들이 매달 4000∼5000여 명을 넘나들면서 남수단 톤즈 지역 청소년 교육과 의료 지원에 머물지 않고 최근에는 잠비아·말라위·케냐·콩고·칠레·동티모르·캄보디아·중국·필리핀 등 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은 이들 저개발국가 아동·청소년들의 장학금·의료·학교 건축 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가난한 이들의 친구로 살기를 원한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바르게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살레시오회 선교국과 양해각서를 체결, 장학회 활동의 가치와 투명성을 높였다. 

이태석 신부와 8년 동안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동문수학한 백광현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마르첼로 신부·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은 "이태석 신부는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삶을 수도자로 봉헌할 것을 맹세하는 종신서원을 통해 가난한 청소년을 보살피며 교육을 위해 일생을 바친 성인 돈 보스코의 모범을 따르기로 맹세했다"면서 "이태석 신부가 지향한 톤즈는 마음 둘 곳 없는 가난한 청소년들을 맞아들이는 '집'이자 영혼과 육신의 병을 고치는 '병원'이었으며, 천진한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운동장'이자, 삶을 준비하는 '학교'였다"고 회고했다. 후원 문의(02-591-6210, sudan-edu@hanmail.net).

고 이태석 요한 신부(1962년 9월 19일∼2010년 1월 14일). 2001년 6월 24일 서울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그해 11월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톤즈마을로 들어간 이태석 신부는 2005년 11월 말 잠시 귀국했다. 의협신문 인터뷰에 응한 이태석 신부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국살레시오회 앞마당에서 \'청소년들의 아버지요 스승\'으로 불리는 요한 보스코 성인(1815∼1888)의 동상 앞에 섰다. 이태석 신부는 \
고 이태석 요한 신부(1962년 9월 19일∼2010년 1월 14일). 2001년 6월 24일 서울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그해 11월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톤즈마을로 들어간 이태석 신부는 2005년 11월 말 잠시 귀국했다. 의협신문 인터뷰에 응한 이태석 신부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국살레시오회 앞마당에서 '청소년들의 아버지요 스승'으로 불리는 요한 보스코 성인(1815∼1888)의 동상 앞에 섰다. 이태석 신부는 "돈 보스코 성인처럼 청소년을 위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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