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신생아중환자실 교수의 절절한 하소연
현직 신생아중환자실 교수의 절절한 하소연
  • 이석영 기자
  • 승인 2018.01.09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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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원인, 근본 시스템에서 찾아야"
인력, 장비 태부족..."병원은 사명감으로만 움직이지 못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11~12일경 국과수 부검감정 결과가 나오면 관련자 입건 등 수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병원 측의 감염 ·위생관리 부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근본적인 시스템 부실에서 비극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9일 수도권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A 교수의 글을 공개했다. 의사회는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단지 불행한 일로만 끝나지 않고 병원과 담당 스텝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사태가 재발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현직 교수에게 글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의사회가 공개한 기고문에서 A 교수는 현재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인력 부족을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다. 나처럼 스텝 1명으로 365일 24시간 온콜하는 1인 NICU는 밥 먹을 때, 잘 때, 화장실 갈 때도 항상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며 "토요일은 당연하고 안 좋은 아기가 있으면 일요일에도 회진 나간다. 집에 있어도 정신은 온통 NICU에 가 있다. 콜이 올까 봐 주말에 조금 먼 곳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콜 받을 때를 대비해) 병원까지 이동 거리와 시간을 계산한다. 1년에 공식 휴가 빼고는 계속 그렇게 산다"고 밝혔다.

이어 "스텝 한 명이 더 있으면 당직을 나눌 텐데 초저임금으로 펠로우를 쓰는 것이 아닌 이상 더 뽑기에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NICU가 돈을 많이 벌어 오는 분야는 아니니까"라고 토로했다.

병원 입장에선 신생아중환자실이 적자를 보는 곳이므로 인력 투입에 소극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위 펠로우 동기들 보면 전공의가 1명 또는 0.5명 간혹 0명인 병원도 있더라. 이럴 경우 스텝이 병원 안에서 당직을 해야 한다. 전공의 확보가 안 되면 NICU는 돌릴 수가 없다. 촉탁의라도 뽑아서 인력 보강을 해 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투자하기 쉽지 않은 분야"라고 밝혔다.

간호 인력 부족의 심각성도 전했다. A 교수는 "간호 인력이 늘 부족하다. 중환자실은 노동 강도가 높아 사직률이 높다.  3년 차 이상을 끌고 가기 어렵다"라며 "NICU는 타 분야와는 다른 신생아만의 프로토콜이 많고 성인보다 훨씬 세심하게 케어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중증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힘들어져 사직률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비 지원 상황도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A 교수 병원의 경우 작년 보건복지부 지정 신생아 중환자 집중치료 지역센터로 지정돼 병상 확장을 하면서 병상당 1억 50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필요한 장비를 갖출 수 있었지만 다른 병원 사정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잘 모르는 분들은 NICU라고 하면 아기들이 요람에 누워 젖병 물고 조용히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서울의 빅 5 병원을 제외한 다른 곳의 NICU는 오히려 국가 지원 대상도 아니고 병원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낙후돼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도구를 재활용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환자실은 성인·소아·신생아를 막론하고 삭감이 많이 되는 분야다. 신생아는 약 용량이 작아서 손해 정도가 성인보다 덜 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한 포장에 남는 약을 재활용할 수는 없어 결국 원가를 보전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감염 예방을 위해 석션팁(suction tip) 등 대부분이 일회용(disposable) 인데 이중에도 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품목들이 많다. 그러면 병원들이 어떻게 하기를 원할까. 감염 예방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전부 1회 사용하고 폐기하도록 (의료진에게) 독려할까? 정답은 다들 알 것"이라고 밝혔다.

근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간호사 1명당 1~2인의 환아만 볼 수 있으면, 중증 환아 1명에게 간호사 2명이 배정될 수 있다면, 감염 관리를 잘 하면 할수록 가산점을 받고 이것이 수익과도 이어진다면, 간단히 말해 '충분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합당한 수가를 받으며 교과서적이거나 또는 근거에 기반을 둔 최신 치료법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순환을 개선해달라. 이것은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병원은 사명감이나 당위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국가에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NICU 인력과 장비, 근무조건 기준을 강제화하고 그에 따르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교수는 "병원이 강제되는 기준을 지켜서라도 NICU를 운영하고 싶도록 이끄는 강력한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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