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교정신치료 강의
[신간] 불교정신치료 강의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8.01.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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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수 지음/불광출판사 펴냄/1만 7000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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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의 정신건강의학 분야의 임상 경험과 불교 수행을 바탕으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하고 있는 전현수 원장(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불교정신치료 강의>를 출간했다.

이 책은 고통 없는 마음을 만드는 일에 대한 안내서다.

저자는 전공의 2년차이던 1985년 불교에 새롭게 눈을 뜬 이래 불교를 통한 정신치료의 길을 탐색해 왔다. 2013~2014년의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을 계기로 '불교'와 '정신치료'라는 두 길이 '불교정신치료'에서 하나로 만나게 됐고, 이후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는다. 저자는 지난 2016년 3∼12월 열 차례의 불교정신치료 워크숍을 열어 스님·심리학자·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정신치료의 길을 모색했다. 저자는 이 워크숍에서 논의된 내용과 원고를 보완해 이번에 책으로 출간했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 가운데 '무아(無我)'가 있다. 보통 '내가 없다', 즉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로 흔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내 것이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가 하나도 없으므로 무아"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기의 몸과 마음을 '내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정말 내 것이라면 몸과 마음에 대한 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그것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몸이 아플 때는 그냥 바로 안 아프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도 내 마음대로 마음이 평온해지도록 할 수 없다.

'나'라는 잣대가 떨어져 나가서 '내 마음'이 그냥 '마음'이 되는 것이 정신치료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저자의 오랜 관찰에 따르면 마음이 힘든 사람들은 자기가 잘 사나 못 사나,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등을 늘 주시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주의가 자기 자신에게로 집중돼 있었다. 그러다보니 힘든 일에 맞닥뜨렸을 때 '나는 왜 이러나?' '내 인생은 잘 풀리는 게 하나도 없네'와 같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 반응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주의가 바깥으로 가 있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이 어떻게 갈리는지 등을 잘 관찰해 그 이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도, 마치 의사가 그러하듯 우선 '내 마음'이 아닌 '마음'을 객관적으로 살핀다. 그런 다음, 마음을 힘들게 하는 조건은 줄이고 마음이 좋아지는 조건을 늘리는 쪽으로 반응한다.

저자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현실의 삶이 이러한 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 될 수 있었다면 이미 달랐을 것이다. 삶이란 오직 현실 하나뿐이므로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우리는 현실을 밀어내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또 거의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이라 세상과 자기를 잘못 보고 잘못 대응하는 걸 완전히 피할 수 없다. 다만 그에 따라 발생하는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면서 상황을 개선하는 조건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갈 수는 있다.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욱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자기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잘 살펴보고 그 불편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걸 없애려고 하거나 거기에 저항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완전히 해결하려 하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입니다. 힘들더라도 그 가운데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양상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냥 한번 지켜본다'는 호기심을 품고서 그렇게 해보세요."
이 책에는 저자의 지난 30여년의 임상 경험과 불교 수행이 결집돼 있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은 불교정신치료를 만들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불교정신치료란 무엇인지를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2장은 불교정신치료의 첫째 원리인 '몸과 마음의 속성'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몸과 마음이 우리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3장은 불교정신치료의 둘째 원리인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감 능력 기르기를 권한다.

4장은 불교정신치료의 셋째 원리인 '지혜로 살아가기'에 대해 설명한다. 지혜란 세상과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임을 말하면서 정신 건강으로 가는 여러 방법을 소개한다.

5장은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치료자에게는 실용적인 매뉴얼이고 일반 독자에게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불교정신치료의 방법들을 소개한다. 치료 현장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불교정신치료의 방법들이 정리돼 있다.

저자는 정신치료의 목표가 결국은 "내담자로 하여금 세상과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보도록 하여 생각하고 바라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것과 맞아 떨어지게끔 이끄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과 바람이 잘 실현되면 정신적인 문제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출간과 함께 불교정신치료 특강을 진행한다(1월 10·17·24·31일 저녁 7∼9시 대원불교대학 ☎ 02-717-1072).

저자는 30여간 불교 수행과 공부를 통해 경험하고 터득한 보편적 지혜를 정신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한 달간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했다. 그해 불교·심리학·정신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 모임은 2007년 창립한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의 모태가 됐다. 저자는 1990년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개원한 이래, 불교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모두 두 차례 병원 문을 닫았다. 첫 번째는 2009년 3월부터 1년 동안이고, 두 번째는 2013년 11월부터 2년 동안이다. 이 기간 동안 미얀마와 한국에서 수개월 동안 집중수행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관찰했다. 2014년 가을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을 마치고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정립했다. 저서로는 <정신과 의사의 체험으로 보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생각사용 설명서>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음 치료 이야기> <울고 싶을 때 울어라> <노동의 가치, 불교에 묻는다> 등이 있고, 번역서로 <붓다의 심리학>이 있다(☎ 02-02-42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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