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촛불과 소원
청진기 촛불과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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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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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성형외과)
황건(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성형외과)
황건(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성형외과)

나는 매주 화요일 오후 외래가 끝날 즈음에 의국에서 전공의·대학원생·실습 나온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약 30∼40분간 강의를 한다. 말이 강의이지 하나의 주제를 정해 각자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는 소그룹 토의다.

보통은 다들 모여있을 때 내가 들어가곤 했는데, 오늘은 내가 가장 먼저 의국에 도착해 앉아 있었다. 시간이 돼 인기척이 나더니 전등이 꺼지고 치프(수석전공의)가 불켜진 케익을 들고 앞장서서 들어왔다. 16개의 딸기가 네 줄 간격으로 박혀있는 정사각형의 케익에는 6개의 초가 타고 있었다. 

"생신 축하합니다…."

등골이 쭈빗쭈빗했다. 제자들이 내 회갑을 기억해 축하해준다는 감동 때문이라기보다는,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노래가사 중 '생일'를 "생신"으로 바꿔 불러야 할 만큼 내가 늙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리라.
노래 끝에 6개의 촛불을 입바람으로 껐다.

어서 저 케익을 먹고 강의로 들어가고 싶었다. 나와 펠로우선생이 나이프를 잡고 절단을 했다. 그 뒤에 치프가 수술 하듯이 케익을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으로 나눴다.

입에 한 숟가락을 막 넣으려는데 펠로우선생이 내게 물었다. 
"교수님, 촛불을 끄실 때 무슨 소원을 비셨습니까?"

간절히 바라는 바를 빌기로는 어릴 때 밤하늘에서 별똥별이 지나갈 때 빌어보았고, 이후로는 미사시간에 성체를 모실 때 빌어본 적이 있었으나, 나는 생일 케익의 초를 불어 끌 때는 소원을 빌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워 힘없이 되물었다. 
"불기 전에 말해주지 그랬어요."

까르르 웃음소리들과 함께 "불고 나서 5분 이내에 빌면 됩니다"라고 말해줬다.
순간 평소 마음에 품고 간절히 바라던 생각이 바로 입으로 튀어나왔다.

"정년퇴직하기 전에 전공의 선생들에게 내가 아는 것을 모두 알려줄 수 있기를, 대학원생들에게 학위를 챙겨줄 수 있기를 빌겠어요."

오늘은 '안드로이드'의 어원과 성형외과 영역에서의 적용에 대해 펠로우선생이 좌장을 맡아 토의를 진행했다. 안드로이드란 '사람 모습을 한 인조물'을 가르킨다. 그리스말로 안드로(andro)는 남자를, 오이드(oid)는 무엇과 같다는 뜻이므로 그 둘이 결합해 '사람과 같은'의 의미가 됐다.

안드로이드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 소설가 빌리에 드 릴아당(Villiers de l'Isle-Adam, 1838-1889)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그가 사용한 단어는 '안드레이드(andreide)'다. 1886년 발표된 그의 소설 <미래의 이브>에서 발명가 에디슨이 안드레이드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여성 아달리를 만들어 영국 귀족 에왈드 경에게 제공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130년 전에 나온 작품인데도 과학적인 이론이 정교했다.

우리들은 인조인간을 상상하면서 육체와 영혼, 기억의 저장, 감정의 과학화 등 다양한 견해를 교환했다. 
마지막에 좌장이 "교수님, 마무리 하시지요"하며 내게 의견을 구했지만 이미 충분한 의견들이 나왔기에 더 보탤 것도 없었다. 다만 그 책에 나오는 삽화, 에디슨이 에왈드경에게 안드레이드의 구조를 설명하는 그림 한 장을 보여줬다. 한 세기 전의 소설에 들어있는 구조가 요사이 쓰이는 인공관절과 매우 비슷하다는 경이로움을 담아….

내년에 생일 케이크 촛불을 끌 때엔 인조인간과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발달할지라도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세상, 스승과 제자간의 사랑과 존경의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세상을 빌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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