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의료전달체계 개선...의협 간담회 난항
갈 길 먼 의료전달체계 개선...의협 간담회 난항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8.01.08 09:0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내부 의견 수렴 진통
환자 3차 → 1차 이동 취지는 공감...'재정중립' 반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는 6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4차 권고문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질의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의협신문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의 제도 개선 권고문 도출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으나 의료계 내부 이견 조율은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6일 오후 5시 용산임시회관에서 시도의사회, 전문과목 의사회, 학회 등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의 4차 권고문(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선 일부 참석자들이 의협 집행부와 질의 응답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반대' 의견이 주로 나왔다. 3차 의료기관으로 쏠리는 경증 질환자를 1차로 돌려야 한다는 권고문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세부 사항에 독소조항이 숨어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거부감을 산 것은 권고문안에 명시된 '재정 중립 원칙'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처음 공개된 권고문안 초안에 명시된 '건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원칙으로 한다(재정 중립)'는 문구에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자, 3차 수정안과 4차 수정안은 '가치투자', '추가 재정투자' 용어를 삽입해 '재정 순증' 의미를 부가했다. 하지만 '재정 중립' 용어는 그대로 살아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좌훈정 일반과의사회 부회장은 "일차 의료를 활성화하려면 당연히 수가를 높이고 진찰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재정 중립, 즉 총액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가치 투자'란 말 역시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결국 평가를 통해 수가를 인상하겠다는, 즉 단돈 일원도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협 대표로 협의체에 참여 중인 임익강 보험이사는 "재정 중립은 결코 총액 개념이 아니다. 환자가 3차 의료기관에서 1차로 이동할 때 과목에 따라 손실되는 영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치 투자'에 대해서도 "'재정 순증'은 시민단체가 난색을 표해 대신 선택한 용어다. 가치기반 지불제도는 협의체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참석자는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일단 권고문에 적시되면 나중에 원래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말은 소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의협신문
신동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의협신문

권고문안대로 제도가 도입돼도 과연 경증환자의 3차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이동수 비뇨기과의사회장은 "본인부담금이 무서워 3차 병원으로 갈 환자가 1차 의료기관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실손보험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막연히 본인부담금만 올리면 전달체계가 개선되겠지 하는 기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익강 이사는 "실제 정책 입안 단계에서 (경질환자가 3차 의료기관으로 갈 경우) 더욱 강하게 제재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단체에선 본인부담금을 200% 올리자는 의견까지 나왔다"며 "3차 의료기관의 경증 환자 진료 비율을 정해 이를 위반하면 3차 기관 인증에서 탈락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컸다. 권고문안에 재정 투자가 명시되더라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모 의사회 보험이사는 "정부는 필요한 때만 당근책을 내놓는다. 제도가 도입되고 나면 규제만 남는 경우를 많이 겪지 않았나"라면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결국 규제만 남게 될 우려가 있는 권고문을 굳이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논의를 중단하고 권고문안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동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은 "현재로선 권고문안을 거부할 때의 부담보다, 받아들일 경우의 위험이 더 크다. 졸속으로 진행하면 규제만 남아 의료계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도 "2년 동안 1년을 허송세월한 협의체가 다시 살아난 이유는 바로 문케어 실행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가 재정 없이 전면 급여화를 위한 디딤돌을 삼기 위해 정부가 서두르는 것"이라며 "권고문을 덥석 받아들이면 의료계의 문케어 반대 투쟁 효과가 반감된다"고 주장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반면 이번 기회를 살려 고질적인 의료전달체계 왜곡 문제를 개선하고 일차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성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은 "단순히 환산지수만 올리면 개원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커진다. 하루 환자 40~50명 정도 되는 평범한 동네 의원은 (전달체계 개편으로) 만성질환 환자를 보게 될 경우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 중 내과는 40% 정도이고, 나머지는 일반과·가정의학과·정형외과 등 다양하다. 전달체계를 개선해서 만성질환 관리 수가를 받는 것이 일차의료를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밝혔다. 

조현호 의협 의무이사도 "지금 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을 거부하면 앞으로 1~2년은 그냥 지나가게 되고 그동안 의원급은 계속 죽어간다. 소비자단체도 반대하지 않는 지금 받아들여야 한다. 의료계에 명분과 실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마지막까지 회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익강 보험이사는 "반대가 심하면 (권고문)에 서명하지 않고 (협의체에서) 빠지면 된다. 다만 의료계 참여 없이도 권고문은 채택돼 보건복지부에 전달될 것이기 때문에, 의료계에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권고문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종까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는 "외과계 간담회를 한 번 더 거치겠다. 우리 의견이 반영될 때까지 권고문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협의체에 전달하고, 권고문 발표 연기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