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5:21 (금)
'약탈적 저널'에 국내 연구자들 논문 도둑맞는다
'약탈적 저널'에 국내 연구자들 논문 도둑맞는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15 12: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암 전문 국제학술지 '온코타겟', 메드라인·SCIE(SCI)서 퇴출 충격
최근 자가인용률 및 논문 편수 기하급수적 증가…동료평가도 의심

국내 연구자들이 해마다 수백 편의 논문을 투고하는 대표적인 국제 암 관련 전문 학술지 <온코타겟(Oncotarget)>이 메드라인(Medline) 등재학술지에서 탈락한데 이어 SCIE 등재학술지에서도 퇴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온코타겟>에 논문을 게재할 계획이거나 게재를 진행중에 있는 연구자들은 <온코타겟>에 논문 투고 시 주의가 요구되며, 다른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대표적인 학술지(논문) 데이터베이스는 '메드라인', 'Web of Science', 그리고 'Scopus'가 있는데, '메드라인'과 'Web of Science'에 따르면 <온코타겟> 학술지는 2017년 8월 미국국립의학도서관(NLM)의 메드라인 등재학술지에서 제외됐고, 12월에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전 톰슨로이터사)의 Web of Science에서도 퇴출됐다.

메드라인은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운영하는 미국국립의학도서관의 학술지(논문) 데이터베이스이다. 미국국립의학도서관은 메드라인 이외에도 PubMed/PubMed Central이라는 검색엔진을 함깨 운영하고 있다.

<온코타겟>은 메드라인 등재학술지에서만 제외된 것이고, PubMed/PubMed Central 에서는 현재까지 검색이 가능하다.

메드라인은 초록만 게재할 수 있지만 미국의 우수한 학술지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이어서 많은 학술지들이 등재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다.

PubMed/PubMed Central은 웹의 발달로 메드라인 이후에 만들어진 검색 엔진인데, 여기에는 풀 텍스트를 게재할 수 있으며 등재된 학술지의 논문은 무료로 검색이 가능하다.

메드라인이 <온코타겟>을 등재학술지에서 제외한 이유는 '2015년에 'Predatory journal'(약탈적인 저널)로 의심된데 이어 최근 자가인용률도 높고 동료평가(Peer review)과정도 의심스러워 2017년 8월 등재학술지에서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드라인은 지난해 8월 <온코타겟>을 포함해 78종에 해당하는 학술지를 등재에서 제외시키고 59종의 학술지를 새롭게 등재시켰다.

<온코타겟>은 Web of Science<SCIE(SCI)(의학분야), SSCI(사회학분야), AHCI(인문학분야)>에도 등재학술지로 등록돼 있는데, 메드라인의 영향 때문에 2017년 12월 Web of Science의 여러 분야 중 의학분야에 해당하는 SCIE(SCI) 등재학술지에서도 탈락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Web of Science는 등재학술지의 인용지수는 물론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서로 얼마나 인용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연구자들이 SCIE(SCI) 등재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국내 각 대학에서도 교수의 업적을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의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공학, 농학, 사회학 등 모든 분야를 총 망라하고 있어 의학분야만 다루고 있는 메드라인보다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Web of Science에 2016년 기준으로 총 117종의 학술지가 등재돼 있고, 이 가운데 의학분야(SCIE/SCI)에는 39종의 학술지가 등재돼 있다.

Web of Science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복잡한 이유 때문에 저널이 삭제됐고, 윤리적인 출판 요구 사항을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탈락 이유를 설명했다.

고려대 의학도서관은 '온코타겟'이 메드라인과 SCIE(SCI) 등재 학술지에서 탈락된 사실과, 그 이유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공지하고 연구자들이 논문 투고시 주의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려대 의학도서관 홈페이지 화면 캡쳐)
고려대 의학도서관은 '온코타겟'이 메드라인과 SCIE(SCI) 등재 학술지에서 탈락된 사실과, 그 이유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공지하고 연구자들이 논문 투고시 주의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려대 의학도서관 홈페이지 화면 캡쳐)

이번 <온코타겟>의 국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 퇴출과 관련 홍성태 대한의학회 간행이사는 "몇해전부터 <온코타겟>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들이 학계 내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며 "이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중에 있거나 투고를 할 계획에 있는 연구자들은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온코타겟> 학술지는 미국 임팩트 저널스라는 출판사가 발간을 하고 있는데, 학술지를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 같다"며 "메드라인에서 왜 등재학술지에서 탈락시켰는지 국내 연구자들은 잘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간행이사는 "<온코타겟>은 자가인용 비율이 최근 급증했고, 동료평가도 의심스러운 것은 물론 논문을 심사하는 과정에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각 대학 의학도서관은 물론 의료계, 병원등에서 Predatory journal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온코타겟>은 2010년 창간 이후 2011년 121편에 이르던 논문이 2012년 114편, 2013년 198편 등 무난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4년 979편으로 증가하더니 2015년 3204편, 2016년 6625편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논문 편수가 늘어났다.

여기에는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기여(투고)도 눈에 띈다. 국내 연구자들도 500여편에 가까운 논문을 투고했는데, 만약 2017년 8월 이후 <온코타겟>에 논문을 투고했다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논문으로 전락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홍 간행이사는 "메드라인에 등재되는 학술지는 오래전부터 명성이 높았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이곳에 등재돼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했는데, 이번 등재학술지 탈락으로 <온코타겟>은 퇴출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메드라인과는 달리 과학 분야 모두를 아우르는 Web of Science에서도 <온코타겟>은 지난해 12월 SCIE(SCI) 등재학술지 탈락이라는 결과까지 통보를 받는 불명예를 갖게 됐다"며 "국내 연구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논문 투고를 다른 학술지로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간행이사는 "국내 많은 연구자들이 <온코타겟>이 문제가 많은 학술지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술지이거나 저자부담금만 내면 100% 논문이 게재되는 학술지, 그리고 논문 투고수가 이유 없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자가인용이 많아지는 학술지 여부를 잘 구분해 논문을 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짜 저널'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홍 간행이사는 "검색엔진에 노출되기 위한 무분별한 키워드, 아마추어같은 홈페이지 디자인 및 작동하지 않는 링크, 문장의 문법이 이상하거나 내용이 부실, 잘못된 Metrics 표기, 아티클을 찾기 어렵고 이슈별로 정확히 정리되지 않을 경우 가짜저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소중한 연구저작물이 도둑맞지 않도록 투고전에 확인에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온코타겟> 학술지처럼 'Predatory journal'(약탈적인 저널)과 관련된 정보가 국내 연구자들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협신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 의학도서관만 <온코타겟>에 대한 정보가 공지돼 있고, 서울대 의학도서관, 연세대 의학도서관 등은 이같은 사실이 공지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몇몇 병원에서는 <온코타겟>에 논문이 게대됐다는 '학술보도자료'를 여전히 언론사에 배포하고 있어 의료계, 학계, 병원, 대학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저널에 대한 리스트 공유가 절실해 보인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