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좌담회] 우리안의 야만...병원내 폭력 악습 끊자
신년특집 [좌담회] 우리안의 야만...병원내 폭력 악습 끊자
  • 이정환·최원석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02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력은 인간을, 영혼을 황폐화시킨다
(의협신문)은 지난해 12월 11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병원 내 폭력문화의 근절 및 장·단기적 해결 방안 모색'을 주제로 신년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은 지난해 12월 11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병원 내 폭력문화의 근절 및 장·단기적 해결 방안 모색'을 주제로 신년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은  '병원 내 폭력 악습 끊자!'를 주제로 의사 회원, 의료기관 대상 설문조사를 비롯해, 특별히 병원 내 폭력문화의 근절 및 장·단기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준비했다.

오래전부터 병원 내 폭력문제는 잊을만하면 불거지곤 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유수의 병원에서 잇따라 폭언·폭행·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의 의료인 간 폭력사건이 부각되면서, 이제는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계는 병원 내 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정의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의료인들의 이른바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는 여전히 병원 속 부끄러운 민낯이 되고 있다.

<의협신문>은 새해를 맞아 특별 좌담회를 통해 병원 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폭력 문제를 드러내고,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가 병원 내 폭력문화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장·단기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근간이 되길 기대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김금미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사회: 최근 부산대병원의 전공의 폭력 사태는 한국 직장사회에서의 극단적 폭력의 실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이에 <의협신문>은 병원 내 폭력의 '불편한 진실'을 공론화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런 전공의 폭력사태가 몇몇의 극단적 사례에 불과한지, 아니면 병원 내에서 일상화된 것인지 궁금하다.

김대중: 폭력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부터 얘기가 시작돼야 한다. 신체를 여러 가지 형태로 가격하는 것만 폭력이라고 할 것인지, 언어폭력도 폭력으로 볼 건지, 혹은 성폭력 등도 폭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해야 한다.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범위를 넓게 본다면 여전히 크건 작건 병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꽤 많이 있다.

사회: 직접 전공의 수련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까지가 납득되는 수준으로 보나?

김대중: 앞에서 언급한 폭력의 형태 모두 용납될 수 없다. 사실 내가 전공의 때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로 용납돼 왔다. 그러나 지금은 집에서도, 학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매를 들지 말라는 시대다. 직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숨어있는 부분은 더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사회: 전공의 입장에서 느끼기엔 어느 정도 폭력이 일상화 돼 있다고 보는가?

기동훈: 인권의식이 고취되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예전보다 의료현장에서의 폭언·폭행은 줄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도 전체적인 사회수준과 비교할 때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폭언·폭행 비율은 굉장히 높다고 본다.

그 동안 의사들은 폐쇄적 구조에서 일을 하고,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가혹할 만큼 강하게 교육해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 때문에 사회가 바라는 인권 수준보다는 의료계는 뒤쳐졌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벌어진 의료현장에서의 폭행 사건은 전공의-교수, 전공의-전공의 사이에서 많았다. 이것 자체도 올해 많이 발생했다기보다 인권의식이 올라가면서 밖으로 문제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밖으로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

사회: 병원 내 폭력은 다른 직장 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위계 상 약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병원 내 폭력이 약자들에게 집중되는 이유나 그 구조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이나미 서울대병원 인권센터장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이나미: 최근 언론을 통해 폭력문제가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고,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병원 내 폭력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폭력 피해를 입은 전공의나 간호사 등이 이제는 그나마 표현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병원 내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통계는 없다. 나는 1980년대에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 점잖다. 트레이닝을 받을 당시 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성희롱 등이 있어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밖으로 표현하고 드러나는 것이 늘었을 뿐이지 절대적인 숫자가 늘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사실 폭력문제는 의료계 쪽에만 있지 않다. 폭력문화는 일제시대의 잔재고 군대문화의 잔재다. 병원에서만 있다고 얘기할 수 없다. 더한 집단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의사와 간호사는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른 집단과 달리 사람이 보지 않는 상황에서 abuse(학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1대 1로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그럴 위험이 더 크다.

달라진 인권의식 잇단 의료계 폭력 노출 단초
교수 윤리 수준 미흡 도제교육 폐해 수면위로

또 응급상황이 많으니 사람이 죽고 살고 하는 상황에서 말이 거칠게 나갈 수 있다. 수술장에서도 혈관이 터지는 등 사고가 나면 그대로 죽는데 소리 안지를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 상황 때문에 폭력적인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물론 있지만 이를 가지고 의료사회를 폭력 악습의 원흉으로 얘기하면 안될 것 같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이명진: 의료전문직의 특징 중 하나가 도제식 교육이다. 도제식 교육 중에서도 1대 1 교육 비중이 크다. 의과대학 교육은 지식·정보 등을 배우는 정규과정과 함께 행동이나 말투, 습관, 에티켓까지 배우는 비정규 과정이 중요한데, 배우는 사람들은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들을 더 빨리 배우게 된다. 

최근 도제식 교육의 이런 부정적인 부분들이 수면위로 올라왔다고 본다. 의료전문직들을 교육하는 교수들의 윤리의식 수준이 받쳐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이 분들도 윗 분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배우고 따라하는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외국에서도 응급상황은 다 있다. 응급상황이라고 폭언이나 폭행을 정당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이런 부분을 인정하고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 최근 들어 윤리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또 의과대학에서 윤리교육을 점점 늘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학회 등에서도 윤리와 관련된 세션을 늘리는 추세다.

이나미: 교수들의 윤리의식 수준이 낮은 문제도 있지만 그것보다 대학이 윤리를 가르치는 교수를 충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피해자 떠나고 가해자 복귀 "가장 큰 문제"

교수진 하나하나의 수준이 낮다기 보다 대학에서 제도적으로 윤리를 더 심도 있게 가르치는 것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도 윤리에 대해 가르치면 별로 관심들이 없다. 

사회: 학생이나 전공의에 대한 윤리 교육뿐 아니라 교수에 대한 윤리 교육도 필요하다는 것인가?

이명진: 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수의 윤리의식이 먼저 바뀌지 않는 이상 학생은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도제식 교육의 핵심은 롤 모델이다. 교수가 윤리의식이 없다면 학생은 배울 것이 없다. 

어떤 폭력도, 교육을 위한 명분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 원칙을 세워야 한다. 적당히 타협하는 식으로는 개혁이 되지 않는다. 개혁을 위해서는 기준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전문가집단의 특징은 자율정화다. 부끄러운 부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쉬쉬해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

성폭력의 경우도 심각한 문제다. 모 대학 본과 3학년 윤리교육 특강을 간 적이 있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학생이 "실습을 돌면서 성추행·성희롱을 너무 많이 당한다. 우리는 너무 억울한데 선배 의사들이 강의는 멋지게 하면서 어떻게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느냐"고 하더라. 

부끄러웠다. 이런 일들에 대해 쉬쉬하면서 덮고 갈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기동훈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기동훈: 개인적으로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집단은 밖에서도 존중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공보의 시절 검찰에서 근무하며 많이 느꼈다. 검사들끼리는 빡빡한 분위기에서도 서로 존중해야 밖에서도 존중 받는다는 의식이 있었다. 그때 의사사회가 정말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다. 

응급상황에서의 폭언·폭행은 있을 수 있다고 합리화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폭언·폭행을 일삼는 교수들도 노조에 소속된 간호사들에게는 수술장에서 욕을 하지 않는다. 응급상황이 사람에 따라 많이 바뀌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응급상황에서의 폭언·폭행도 자기 합리화라고 본다. 강한 사람한테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실제로 교수들 간의 폭언·폭행보다 교수와 전공의, 전공의 사이의 폭언·폭행이 대다수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전공의법의 최대 근무시간이 적용되지만 현장 자체가 바뀌지 않고 법이 만들어지다 보니 앞으로 변해야 할 부분이 많다.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지도전문의의 자격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은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면 자격이 나온다. 그 부분에 있어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

또 실제로 성폭행·성추행·폭행 등이 생겼을 때 교수들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실제로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피해자는 고발하지 못한다. 한양대병원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다시 출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직 기간이 끝나고 돌아오는 것이다. 

유야무야 사건은 사라지고 조만간 전공의 수련현장에 투입될 것이다. 이 부분이 해당 전공의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결국 대학 자체에서 징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대학병원에서 문제가 더 커지면 잘라내는 부분도 있지만 어느 정도 감싸주는 경우가 많다. 전공의들이 법적 조치를 할 수 있으면 좋지만 두려움과 협박 때문에 못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징계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피해자는 떠나야만 하고 가해자는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현실이 문제다.

사회: 최근 서울대병원에서는 인권센터를 만들었다. 병원 내 약자들의 인권보호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인권센터를 만들게 된 배경과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나미: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부터 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서울대병원 인권센터의 경우 비밀보장을 하고 폭언·폭행·성희롱·성폭력 등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인권센터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병원장 직속이라 어느 과도 간섭을 하지 못한다. 변호사·의사·간호사 다 들어있다.

전문가 집단 제일 큰 덕목은 '자율정화' 실현
감싸고 덮을게 아니라 제대로 된 징계 필수

인권센터장을 포함해 내부인사, 외부인사 반반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있다. 위원회에서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병원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에서 파면 등 징계와 고소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회 결정은 병원장이 따르게 돼 있다. 따라서 이 시스템에서는 문제된 이가 누군가의 자의로 인해 돌아올 수 없다.

사회: 병원 내에서 인권센터를 만든 것은 모범적인 사례인 것 같다.

이나미: 국내 병원에서 인권센터를 만든 것은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 인권센터를 만들면서 외국 사례도 살펴봤는데, 인권센터가 병원장 직속으로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인권센터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여러 병원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있고 심각하다고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명진: 좋은 기구인 것 같다.  하지만 인권센터보다는 전문직 윤리위원회로 나갔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의사의 전문직 윤리로 판단해야 할 것이 인권센터로 간 점이 아쉽다. 

이나미: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서울대병원은 직종별 전문직업윤리위원회가 따로 있다. 인권센터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실제적으로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것이지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문직 윤리를 다루며 자정하도록 역할을 하는 위원회가 별도로 있다. 인권센터로 다 온 것이 아니다.
현재 인권센터에 몇몇 상담이 있었다. 현재로서는 출발 시점이고, 처리 과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이명진: 의료법상으로 진료 중에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처벌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번에 전문가평가단에서도 진료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범죄 등에 대해 심의사항 아님으로 넘겼다.

이나미: 진료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더라도 폭력이나 성폭행이 일어나면 형법으로 적용되는 것 아닌가?

김대중: 서울대병원이 인권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내가 속해 있는 병원의 경우 교육수련부가 있지만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내과학회 수련위원으로 병원에 실사를 나갈 때 항상 물어보는 게 이 부분이다. 전공의에게 폭행을 당한다던지, 목격했을 때 어디에 신고할 수 있는지 묻는다. 또 신고처가 어디에 있는지, 신고처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등도 묻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의는 모른다. 병원에서 형식적으로는 갖춰져 있을지 몰라도 잘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가르쳐주지 않고 있는 것도 상당히 문제다. 아주대병원도 교육수련부가 그런 기능을 한다라고 돼 있기는 할 것이다.

사회: 전공의가 들어왔을 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어디에 신고를 하고 상담을 받으라고 알려주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 같다.

기동훈: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따로 전공의협의회가 있다. 신규인턴이 들어오면 병원에서 전공의협의회에 시간을 준다. 이런 일들이 있을 경우 전공의 대표에게 연락을 주면 변호사가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쪽에 연락을 해서 도와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양대병원 사건도 전공의들이 연락을 해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변호사가 진행했다.

이명진: 이게 맹점이다. 외부에서 형법에 의해 처벌을 받더라도 그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 교직에 대해 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피해자는 떠나고 가해자는 남아있다. 이 간극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법에 맡길 것인가, 자율징계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모든 것을 법에 맡길 수 없다. 전문가집단이 창피하게 외부에 끌려 다닐 수 없다.

사회: 폭력이 발생했을 때 처벌을 어떻게 하는 것도 이슈가 되고 있다. 형사처벌이나, 현행 의료법 등에서 어떻게 폭력사건이 다뤄지는지 궁금하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도 부족해 보인다.

기동훈: 전공의가 가해자를 형사고발하는 경우는 예전에는 정말 없었고, 지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명진: 폭행사고가 나거나 성추행·성폭행 사고가 나면 격리가 먼저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시켜야 한다. 어떻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에 같이 머물게 할 수 있나? 너무 가혹하고 비인격적인 것이다. 이번에도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의 수련을 다른 병원에 맡기려하니 다 거부했다고 들었다. 깜짝 놀랐다. 

 

윤리교육 투자 않을 땐 악습 되풀이 우려

피해 입은 전공의가 무사히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피해 전공의들에게 법적 보호자를 지명해 혹여라도 이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지, 그리고 무언의 압력으로 고통 당하지 않는지 이들이 수련을 마치고 사회에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보호해줘야 한다. 이런 부분이 없다면 전혀 발전할 수 없다.

사회: 학회 차원에서 정리할 수 있는 적극적 행보가 없을까?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김대중 아주의대 교수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김대중: 병원 안에서 만드는 모델은 서울대병원 인권센터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든 손쉽게 신고하게 하고 빨리 진상을 조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별개로 의사단체나 의학회에서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병원 내에 교수가 남아있는 것도 문제지만 병원에서 잘려도 다른 병원을 간다. 그럼 그 병원에서 또 폭행이 일어난다. 그런 사례를 많이 본다. 그 사람이 의사인 이상 계속 벌어지는 것이다. 의협이든 의학회든 자율정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명진: 잘못을 저지른 교수나 전공의가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기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의사는 표창을 받거나 징계를 받은 기록이 평생 따라 다니게 된다. 일종의 개인 프로파일이 있어 폭행사건 등이 있으면 다 기록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제도가 없다. 

김대중: 외국의 경우 의사회가 그런 프로파일을 갖고 있나?

이명진: 의사의 모든 프로파일을 공유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의사협회가 이익단체의 역할만 하지 징계업무는 직접 담당하지 않는다. 징계는 정부도 의사협회도 아닌 공익단체인 면허관리기구에서 담당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징계와 이익단체 역할을 같이하는 것은 힘들다. 이제는 의사협회의 성격을 공익단체와 이익단체의 성격으로 구분할 때가 됐다. 

사회: 보건복지부에서 최근의 의료기관 내 폭행 등이 발생했을 때 병원 약자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재 취할 수 있는 직접적인 조처는 무엇이 있는가. 앞으로 어떤 대책을 계획하고 있는가?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곽순헌 보건복지부 자원정책과장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곽순헌: 우선은 전문가집단에서 이뤄진 것을 정부가 공권력으로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최고의 전문가집단에서 이뤄진 것은 자율적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조사에 들어가려면 법적인 근거를 가져야 하는데 의료법에는 없다. 진료 상황에서 환자의 건강을 침해하는 행위일 경우에는 의료법에 따라 조사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임의조사 정도다. 임의조사는 거부하면 그만이다. 이것이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현행 법적 근거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공의와 관련해서는 그나마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됐고 효력이 발휘됐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조사할 수 있다. 조금 다른 주제긴 하지만 성심병원의 경우처럼 간호사를 장기자랑에 동원하는 경우에는 조사할 수 있는 근거 법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나중에는 관여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전공의 폭행 관련해서는 전공의특별법에 따라 진행이 된다. 하지만 전공의특별법의 경우에도 폭행 자체를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허위자료 제출한 것, 수련규칙 상 입사 전 지시, 선배 전공의가 후배 전공의의 당직을 조작한 것 등 몇 가지 법에 근거가 있는 수단을 갖고 진행했다. 폭행에 관련해서는 근거가 없어 직접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다만 전북대병원의 경우 지금 가해자가 2015년에는 피해자였다. 반복된다는 데 대한 기본적 불신이 깔려있다. 경고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꼼꼼하게 보고하는 측면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 행위에 대해서는 다룰 수 없었다.

사회: 현행 의료법에 제한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폭행과 관련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나.

'문제' 교수 징계기록 평생 확인 가능해야
정부 개입 확대보다 전문가 평가 등 활용 필요

곽순헌: 사건이 터지면 정부에서는 법적 근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서 폭행에 대해서 제재를 하고 지도전문의 박탈도 할 수 있도록 조문들을 작업하고 있다. 지도전문의 자격 정지 등에 대한 의원 입법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 개입이 필요하고 형사적인, 행정적인 제제가 필요한 부분은 진행해야겠지만 문제는 어디까지 개입을 해야 하느냐다. 의료계에서 고민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조문 만드는 것은 금방 된다. 제재를 강화하고 통과시키면 정부입장에서는 수월하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졌을 때 나중에 보건복지부가 이를 근거로 들어오면 전문가집단의 자존감 훼손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이나미: 정부에 다 해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면허취득 결격사유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때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피해자들이 형법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도록 하면 된다. 폭행·명예훼손 등은 피해를 받은 사람이 고소하는 게 중요하다. 쉬쉬하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기에 어렵다. 또 의사로서 품위를 손상한 자는 의료법 상으로 의사면허가 정지되는 것이 당연하다. 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를 병원장이나 제도에서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자세하게 법령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에 대해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정부에게만 무엇을 해달라기 보다는 자정능력을 발휘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아도 의료현장에서 규제 받는 것이 너무 많다.

이명진: 자율정화 징계의 목표는 문제 있는 사람을 매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교육을 시켜서 '좋은 의사'를 만드는 것이 다. 이런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보건복지부의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전문가집단의 자율권을 인정하려고 하고 존중하는 것을 느낀다. 정부와 전문가집단이 서로 협력해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평가제도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점차적으로 평가단의 권한을 확대해줘야 한다. 문제들이 드러날 때 한 번에 다 할 수 없다.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평가단에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좋은 역량이 된다. 조사권이나 행정권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부 입법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진행은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 하겠다고 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회: 전문가평가단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최근 의협 주최 전문가평가제 중간발표 및 토론회에서 폭력과 관련된 내용을 평가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전문가평가단의 권한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이명진: 의사는 어느 집단보다도 자신의 명예를 귀중하게 여기고 산다. 그러기에 자율징계는 징계에 대한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만 이루어 질 수 있다. 징계에 작용하는 심리기전은 수치심과 두려움이다. 징계 과정과 결과는 의사에게 자신의 불명예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외국도 법으로 다 돼 있지 않다. 이러한 징계의 속성을 잘 적용해 실행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의사를 불러서 소명자료 제출하라고 하면 당사자는 소명자료 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성문도 쓴다.

현재 광주·경기도·울산 세 군데 지역의사회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이 끝나면 좋은 모형이 될 것으로 본다. 

이나미: 방법론은 굉장히 세밀해야 한다. 몇 년 전 자율규제에 의해 의사들로부터 조사받던 의사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전말은 모르지만 실제 가해자였을 가능성도 있고 억울해서 일수도 있다. 자정은 좋지만 자격 있는 사람들이 정말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물론 불명예를 통한 징계도 좋지만 자칫 비전문가가 진행할 경우 우려가 있다. 검찰에서도 검사가 조사받다 자살한다. 모든 일은 어두운 측면이 있으니 조심해서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

의대교육에서 윤리를 가르친 지 얼마 안됐고 국시에 포함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의사들에게 윤리를 교육하는 것이 다른 의학발전 수준에 비해 일천하다.

몇 해 전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교수들만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끼리도 문제가 있다. 애초에 의대교육, 더 나아가서는 중·고등학교 교육부터 잘못된 것이다.

 

전공의 정원 전원 몰수 등 강력 조치 마땅

의대에서 철저하게 윤리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교수도 더 뽑아야 한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보다 돈을 벌기 위해 의대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 생각 자체부터 바뀌어야 한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출세하기 위해 의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대로라면 의사 전문가의 미래가 없다. 핵심부터 접근해야 한다.

이명진: 전문가의 자율권 강화는 거창한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해 봤으면 한다. 예를 들어 개원의들은 일 년에 한 번씩 보건소에서 자율점검을 한다. '기구 소독을 잘 하고 있는지'·'진단서를 부당하게 끊지 않았는지' 등을 스스로 자율점검하는 서식이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행동서약과 마찬가지로 경각심이 꽤 생긴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하고 있다. 

매 년 교수나 전공의도 행동서약을 받았으면 한다.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닌 의사사회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 교수 입장이라면 '피교육자에게 무례한 언행이나 폭언을 하지 않습니다' 등으로. 작지만 실천적인 자기성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요식행위일 뿐이다. 교수들이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공 해야 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곽순헌: 전문가평가제는 현재 의사의 부도덕한 진료행위에 조사범위가 국한돼 있으나, 의사의 직무와 관련된 폭행 등 비인권적 행위도 동료의사의 조사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 평가제 조사범위에 직무관련 폭행도 포함될 수 있도록 의사협회 전문가평가단과 협의 중에 있다.

사회: 최근 전북대병원에서의 폭행 사건으로 인해 2년 동안 해당 과는 전공의를 선발하지 못하도록하는 강력한 조치가 이뤄졌다. 폭행사건과 관련 전공의 수련교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직표 허위 작성 등이 발견됐다. 이와 관련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 같다. 

기동훈: 법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실 찾아가서 발의해달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규제를 계속 만들기보다는 현재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법을 잘 운영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법은 주 80시간보다 대한병원협회에서 독립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 핵심이다. 병협 산하에 있던 신임평가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산하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거듭난 것이다.

그런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구성 비율이 의협 1명·전공의 2명·병협 3명·의학회 3명 등으로 돼 있다. 위원회가 만들어질 때 전공의들은 이런 구조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공의 위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원 구성비율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자체 권한이 지금보다 힘이 실려야 한다. 전북대병원 사건 처벌과 관련해서는 조사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의견이 올라와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와 논의해서 나가는 정도였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구성과 관련 비율 자체가 병협·의학회·의협 쪽은 사실 어떻게 보면 대학 쪽에 계신 교수들이다. 전공의는 둘 뿐이다. 회의에서도 전공의 회장·부회장이 공격적으로 하긴 했지만 인원 수가 부족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이 부분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교육 같은 경우에도 전공의들은 전적으로 찬성이다. 윤리교육뿐 아니라 인문학  등에서도 본과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정치에 대해서도 의사들이 너무 순진한 부분이 많다. 인문학적 소양 고취 필요하다. 명예나 직업적 소양을 갖추면 경제적 부분은 따라온다고 본다.

사회: 전공의 선발을 못하도록 하는 조치 이외에 다른 제재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기동훈: 그렇다. 병원 측의 금전적 패널티가 필요하다. 의료질 향상 분담금 중 교육부분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 부분 비중이 커져야 한다. 실제로 전공의 교육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의료질 향상 분담금에서 패널티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전공의협의회 입장이다.

이동수련에 관해서도 그만두는 전공의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2차적인 보복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피부과 전공의를 하다가 그만두고 다른 병원 응급의학과로 지원할 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현재 이동수련에 있어 병원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전공의법 상에서 병원장 허가 없이도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판단하고 이동수련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병원장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불명예일 수 있기 때문에 보통 허가를 안 해준다. 최근 몇 년간 한 케이스도 없다고 알고 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적극적 역할 기대
제 역할 못하는 전공의 평가도 이뤄져야

사회: 이동수련을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김대중: 문제가 있는 병원에 대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를 일으킨 병원의 과는 전공의 정원을 전원 회수해야 한다. 정원 하나 빼고 둘 빼고 하는 것은 남은 사람들만 더 괴로운 일이 벌어진다. 그곳은 전공의 수련할 자격이 없으니 다 빼서 딴 데로 보내야 한다. 그 정도 강하게 하지 않으면 병원이나 교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당연히 이동수련도 해야 한다. 한 명만 빠져도 그 과가 굉장히 힘들어지는게 국내 병원 여건이다. 몇 명 TO를 주지 않게 되면 아래, 위로 매우 힘들어진다. 원하면 모두 다른 데로 보내줘야 한다. 이동수련은 당연한 것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할 일은 개인에 대한 징계뿐 아니라, 그 병원에 패널티를 줘야 한다. 그래야지 병원이 스스로 인권센터 등을 만들고 열심히 노력한다

기동훈: 병원에서 빈 TO가 있다면 미리 신청을 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이동수련을 하고자 하는 전공의가 리스트를 미리 보고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전공의 숫자가 많이 줄지 않는 이상 교수들이 전공의 일을 도와주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사람을 받아서 다시 해야 하나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과에서 전공의가 사직해서 남는 TO도 채우지 않는다. 그냥 남은 인원으로 돌아가니 됐다는 경우가 많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이동수련을 결정할 수 있다면 미리 병원이 신청한 TO를 보고 전공의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김대중: 교수의 입장에서 할 얘기도 있다. 전공의가 제대로 일을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병원이나 대학 안에 징계권이 없다. 

 

"책임 없는 자율 없다…품격을 지키자"

사회: 전공의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나?

김대중: 매우 형식적인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얘기 했지만 병원 안에서 전공의는 귀한 존재다. 사실 징계를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전공의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이 부분도 고민하고 만들어야 한다. 모든 전공의가 선하지 않다는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이나미: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공의도 모두 점수화한다. 자의적으로 '이 친구는 안 돼'가 아니라 점수로 소수점 이하까지 평가한다. 반대로 전공의들도 교수를 평가한다. 전공의 평가가 낮은 경우 승진이나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테뉴어(정년보장)을 받은 교수는 설령 전공의 평가가 낮아도 나가라고 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지만 대체로 이제 교수들도 전공의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테뉴어를 받은 교수들이 중간 단계의 조교수·부교수 특히 전임의들을 착취하는 부분도 점검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학생들도 교수를 평가하는 시기다.

이명진: 이 부분은 실제 외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추세는 테뉴어 교수도 다면평가에서 점수가 낮으면 없애자는 추세로 나가고 있다. 이런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기동훈: 김대중 교수 말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수련을 못 따라오는 전공의를 어떻게 할지 논의할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가 근로자이자 피교육자 두 가지 역할이 있는 상태에서 못 하는 전공의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냐에 문제는 애매하고 생각한다. 업무적이나 인성적으로나 문제 있을 수 있다. 전공의를 자르기 힘든 상황이란 것도 알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전공의 근로조건이나 폭행 등의 문제가 해결된 후에 생각해볼 문제다. 현재 상태에서 전공의 평가가 이뤄지게 된다면 지금도 약자인 전공의들의 처우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지금은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이 우선이다.

이나미: 우리나라는 전공의 뿐 아니라 교수·간호사·의료기사 등 병원에서 일하는 모두가 엄청나게 희생하면서 의료환경을 미국과 같이 만들어놨다. 너무 힘들기 때문에 병원에서 폭력이 나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의료작업 환경이 왜 이렇게까지 나빠졌는지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김대중: 미국에서 전공의 수련시간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도 의료사고 때문이다. 전공의를 혹사시키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다 보니 비어있는 인력을 채워야 해 호스피탈리스트를 만들었다. 지금은 미국 호스피탈리스트가 5만명이나 된다. 그들이 병원을 장악하고 환자를 본다. 전공의들은 학생 같은 것이다. 3년간 열심히 가르쳐서 내보낸다.

우리는 전공의가 모든 것을 다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환자의 안전, 의료의 질을 생각하면 훨씬 더 많은 의료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적어도 대학병원에서는 전문의들이 더 투입돼 전공의가 하는 일을 분리해서 같이 가게 해줘야 한다.

그게 결국 돈이다. 미국이라고 의사들이 떼돈 버는 것 아니다. 많은 인력들이 투입되는 것이다.

간호사 인력도 황당하다. 미국은 간호사 1명당 2∼3명 환자 보는데 우리는 15명, 작은 병원에 경우 20∼30명 환자를 간호사 혼자 보고 있다. 간호라고 할 수도 없다. 

사회: 앞서 언급된 얘기로 돌아가 보건복지부에서 얼마 전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공의 폭행병원이나 문제가 있었던 병원들에 대해서는 의료질 평가 지원금을 많게는 1억원까지 삭감하겠다는 것이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실제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곽순헌: 의료질 평가 지원금 고시가 개정 단계에 있다. 현재 교육수련 평가 비중을 8%에서 10%로 올릴 것을 협의하고 있다. 전공의협의회 입장에서는 더 늘리기를 원하겠지만 총액이 올해 5000억원에서 내년 7000억으로 모수가 커졌기 때문에 전체는 많이 늘 것이다.

사실 이번 전북대병원 사건에서 폭행 관련 근거조항 미비로 허위자료 제출 등 몇 가지로 과태료는 100만원에 불과했다. 법적인 한계다. 과태료 100만원은 패널티가 안 된다. 그렇다고 과태료를 한없이 높일 수 없고 의료질 평가 지원금으로 추진하고 있다.

병원 내 폭력 공론화 자체가 긍정적 변화
폭력근절 법제화·예방교육·신고체계 시급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사회: 병원 자체에서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면 보건복지부 지원금을 삭감하는 식이라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좀 더 신경을 쓰게 될 것 같다.

이명진: 전문가집단인 의협에서 할 일이 많다. 소명자료를 내도록 하거나 윤리교육을 받게 하거나, 재범일 경우 실명을 공개한다거나 하는 등 효과적이고 자율적인 방법은 많다. 혹자는 2중, 3중 처벌이 아니냐 하지만 책임 없는 자율은 없다.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타율적 간섭이 많아 질 것이다. 

곽순헌: 폭력 근절을 위한 법제화는 꼭 필요한 부분이며, 수련병원 차원에서 폭행예방교육·내부 신고체계 마련·가해자 고발조치·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자체 징계위 회부 등의 의무조항이 필요하다. 또 수련병원의 의무 위반 시 의료기관 인증평가 반영·의료질 평가 지원금 삭감·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감점 등 종합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병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병원에는 수련병원 및 수련과목 취소 및 상당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가해자가 전문의일 경우에는 지도전문의 자격박탈, 전공의일 경우에는 연차 승급 제한 등의 조치를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 관련 법률은 현재 추진 중에 있다.

사회: 실제적으로 자율정화를 할 수 있는 행동지침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여러 제도장치가 필요하고 자율정화를 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점에 다들 공감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정리발언을 부탁한다.

곽순헌: 김대중 교수 말처럼 사건이 일어났던 과 전체 전공의 TO를 취소하게 하는 것도 대전협에서 아이디어를 줘서 추진하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은 전공의 배정을 줄이는 것인데, 이럴 때 남아있게 되는 전공의들이 힘들어 지는 부분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 다음 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이 수련병원 취소다. 정형외과 사고가 났다고 전북대병원 전체를 수련병원에서 취소하는 것은 너무 큰 제재다. 해당 과를 취소하는 것이 적당하다. 이번 기회에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인권센터가 좋은 해결방안이 될 것 같다. 수련병원에 의무적으로 서울대병원 인권센터 모델의 기구를 두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법으로 하려면 강제로 또 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다.

최근 병원 내 폭력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의료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의협, 간협 등에서 '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그것이다. 또 서울대병원은 '인권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 및 모범사례를 갖고 있는 의료기관과의 협의체 구성은 향후 제도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전공의협의회 및 간호협회 등과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해 보겠다.

김대중: 다시 얘기하지만 서울대병원 인권센터는 굉장히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이름을 무엇으로 하는가보다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수련부가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안 돌아 가니까 문제다.
전공의 부분을 생각하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평가규정을 만들고 수련과 별개의 병원 평가에도 이 부분이 들어가면 될 것 같다.

이미 평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윤리적인 문제를 다루는 센터든 위원회든 센터나 기관이 있는지, 그리고 기능을 하고 있는지, 실적은 있는 지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다각도로 인권, 윤리 문제를 신경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명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교육으로 사람의 인성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전체는 바뀌지 않아도 조금씩 발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기동훈: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병원 내 폭행에 대한 문제는 일하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 개개인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서 환자가 위험해 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행복하지 않은 의사가 사실 어떻게 환자에게 행복을 주겠는가. 폭행을 당한 의사가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외부로부터 존중 받을 수 없다.

이나미: 병원 내 폭력문제가 공론화 된다는 자체가 좋은 변화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다. 성희롱 당하고 성차별 얘기를 해도 '여자로 태어난 게 잘못인가 보다' 생각하기도 했다. 많이 선진국이 됐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명진: 책임 없는 자율은 없다. 의사들이 자율로 스스로 개혁하고 국민과 모든 사회의 신뢰를 얻어갈 것이냐, 아니면 타율에 의해 끌려갈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 결심하고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고 만들어 가야 할 때가 왔다. 

총론보다 각론으로 하나씩 실천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된다. 작은 것 하나라도 실질적인 행동지침을 의협에서 만들고 교수는 교수대로 전공의는 전공의대로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잘 행동했으면 한다.

사회: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바람직한 제도로 뒷받침 해줬으면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협 스스로, 의사단체 스스로 책임 있는 자율을 갖고 행복한 의사가 행복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을 만들 수 있도록 이뤄졌으면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