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불명확한 '대리처방'...의사 또 형사처벌
법적 근거 불명확한 '대리처방'...의사 또 형사처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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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수용자 위한 의약품 교도관에게 교부...벌금형
대법원 "직접 진찰 하지 않은 채 증명서 교부...의료법 위반"
대법원 전경 ⓒ의협신문
대법원 전경 ⓒ의협신문

의료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 '대리 처방'으로 인해 또 한 명의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의료법 위반 사건(2014도12608)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됐다.

이번 사건은 의사가 교도소 수용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자신이 처방한 의약품임을 나타내는 문서를 작성해 교도관에게 교부한 소위 '대리 처방' 행위의 위법성 문제가 쟁점이 됐다.

정신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인 A씨는 2012년 12월 30일 ○○교도소와 정신질환 수용자들에 대한 진료계약을 체결했다. 

진료는 A씨가 교도소 의무관실을 방문해 '출장 진료'를 하거나, 수용자들이 정신과병원을 방문해 '원내 진료'를 받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때로는 교도관들이 수용자를 대신해 정신과병원을 방문, 과거 처방전이나 진료기록을 토대로 의약품을 조제·교부하는 소위 '대리 처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수용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의약품이 교도소에 반입될 수 있도록 자신이 처방·조제한 의약품임을 밝힌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작성, 교도관에게 교부한  소위 '대리 처방'이 문제가 됐다.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전자처방전 포함)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직접 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대리 처방'을 금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정 농단 사건에서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의약품을 제3자에게 대리 처방한 대통령 자문의에 대해 검찰에 형사고발하고, 75일 자격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한 것도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번 사건에서도 무죄로 판단한 1심과 달리 항소심과 대법원은 교도관에게 대리 처방을 한 A씨가 의료법 제17조 1항을 위반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수용자들은 피고인이 이전에 만나 보거나 이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 본 적이 없는 초진 환자들이고, 증상 등에 비추어 거동이 불가능하여 피고인의 병원을 방문할 수 없었다거나 피고인이 교도소 의무관실로 출장 진료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면서 "직접 진찰해야 할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채 그 환자를 대상자로 표시하여 진단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교부했다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의약품이 교도소에 반입될 수 있도록 자신이 처방·조제한 의약품임을 밝히고, 수용자들에게 복약지도를 하기 위해 교도관들에게 '환자보관용'임을 표기한 처방전 형식의 문서를 작성·교부한 데 대해서도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서 정한 '증명서'에 해당한다"며 법을 위반했다고 본 항소심에 무게를 실었다.

문제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은 경우 진단서·검안서·증명서·처방전을 발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의료법과는 달리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보건복지부 고시(제2006-106호)를 근거로 환자가 직접 내원하지 않고 환자 '가족'이 내원, 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 또는 처방전을 수령·발급할 경우에 재진진찰료 소정 점수의 50%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어 법적 불안정성이 계속된다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의료법 규정에 따라 대면진료가 원칙이나, 건강보험 관련 규정에서 예외적으로 가족에 대하여 동일 상병·장기간 동일 처방·환자 거동 불능·주치의가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처방전 대리수령과 방문당 수가 산정(재진진찰료 소정점수의 50%)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대리처방이 가능한 가족의 범위는 민법 제779조의 범위로 한정했다. 다만 "가족 이외 제3자(간병인 등)가 요청하는 경우 또는 다른 질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대리처방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또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10조 제3항'에서는 정신질환자가 직접 의료급여기관을 방문할 수 없어 보호자 등이 담당의사와 상담 후 약제를 수령한 경우에도 의료급여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대리처방 관련한 예외규정을 인정하거나 하위 법령에 위임한 적이 없음에도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나 고시에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관련한 보건복지부 고시에서는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환자 가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비해 의료급여 관련 고시에서는 '보호자 등'이라고 넓게 인정하고 있어 범위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그러다 보니 일선 실무에서는 대리처방이 가능한 사유와 범위에 관해 혼란을 겪고 있고, 의료인들 중에는 대리처방이 불법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대리처방과 관련한 현실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게 의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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