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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굳이 NOAC 저용량 처방받진 않더라"
"한국인 굳이 NOAC 저용량 처방받진 않더라"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12.2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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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근·차명진 서울의대 교수팀(심장내과)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4만명 빅데이터 분석
ⓒ의협신문
최의근 교수

최의근·차명진 서울의대 교수팀이 국내 '비판막성 심방세동 고위험 환자(CHA2DS2-VASc 스코어≥2)' 4만4236명을 대상으로 항응고제 와파린과 경구용 항응고제(NOAC)의 치료현황을 분석한 리얼월드 데이터를 최근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활용한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제 치료데이터를 처음으로 집계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분석결과, NOAC은 와파린보다 '허혈성 뇌졸중'과 '두개 내 출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의 발생률이 동등하거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문일답>

심방세동과 관련해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했다.

최의근 교수(최): 심방세동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뇌졸중 예방을 위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중추적 치료는 와파린과 NOAC 치료다. NOAC은 심방세동 치료로 3년 전부터 급여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제 치료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DB가 없었다. 그래서 심평원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의 심방세동 치료 현황과 와파린·NOAC의 치료 결과 등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심방세동 유병률과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과 비교해 2015년 심방세동 환자가 2배나 늘었다.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환자의 절반은 항응고 치료를 하지 않고 있었다. NOAC이 급여되기 전까지 치료를 받는 환자의 50%가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심방세동 환자 비율은 30% 정도로 낮아졌다. '부정맥빅데이터모임'을 만들어 부정맥에 관련한 한국인 실제임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일단 첫 주제를 부정맥 중 심방세동으로 잡았는데 자연스럽게 와파린과 NOAC의 치료현황도 분석됐다.

와파린과 NOAC의 치료결과를 '허혈성 뇌졸중'과 '두개 내 출혈' 발생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3가지 항목의 종합적 평가' 등 4개 항목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차명진 교수(차): 허혈성 뇌졸중 발생은 NOAC이 와파린보다 '비열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개 내 출혈은 NOAC이 낮았다. 주목할 만한 결과는 사망률 면에서 NOAC이 우월했다는 점이다. 3가지 항목 중 사망률은 중요한 비교 기준이다. NOAC이 사망률에서 우월하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말이다. 사망률과 두개 내 출혈 항목에서 NOAC 결과가 좋다보니 종합평가 지수에서 역시 우월한 결과가 나왔다.

최: 뇌졸중을 일으킨 적이 없고 두개 내 출혈도 없는 환자가 분석 대상이다. 그럼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는 어떠냐'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아직 관련 데이터는 없다.

NOAC간 차이도 분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 분석 대상을 'CHA2DS2-VASc 스코어' 2점 이상으로 잡았지만 NOAC간 분석대상은 스코어 차이가 있다. 스코어 차이가 있는 환자를 분석한 만큼 스코어 차이가 NOAC간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모집단 규모도 차이가 컸다. '자렐토'가 처방환자가 가장 많았고 '프라닥사'와 '엘리퀴스'가 뒤를 이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엘리퀴스와 프라닥사가 와파린보다 낮게 나타났다.

허혈성 뇌졸중과 두개 내 출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항목을 종합적으로 본 경우는 엘리퀴스의 발생률이 낮았다. 다만 이번 연구의 목적이 NOAC들을 비교하려는 디자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신장기능이 떨어져있는 환자나 고령환자에 대한 하위분석 결과는 어떤가?

최: 75세 이상 고령환자 1만 4164명을 분석한 결과, NOAC이 와파린보다 사망률과 두개 내 출혈 발생률이 낮았다. 전체 분석결과와 경향이 비슷했다. 신장 기능(GFR 50MI/min 이하)이 떨어지는 환자 1319명의 분석결과나 NOAC을 신규 처방받은 환자 2만3262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역시 전체 분석결과와 비슷했다. 하지만 약제간 모집단 차이가 커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었다.

제한적이지만 확인된 약의 특성에 따라 처방을 차별화할 수 있나?

최: 곤란하다. 유럽과 미국 가이드라인조차 어떤 환자에게 어떤 NOAC을 쓰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전문가 의견 수준으로 참고하면 될 듯하다. 위장관 출혈면에서 엘리퀴스가 낫더라는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듯 하다.

자렐토의 경우 하루 한 번 복용으로 두번 복용하는 다른 NOAC과는 다른 점이 있다. 혹시 투여횟수에 따른 약효차이가 확인됐나?

최: 항상 받는 질문인데 현재로서는 뭐가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1년 뒤 어떤 약을 지속해서 복용하고 있는지 정도는 연구할 수 있겠지만 관련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실제 처방현장에서는 복약 횟수가 차이를 만들기도 하나?

최: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 사람은 하루 한번 먹는 약제를 좋아한다. 그래서 복합제가 많이 나온다. 안전성 측면에서 보자면 하루 두번 복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해외사례와 한국인 분석의 차이 없었다고 보면 되나?

ⓒ의협신문
차명진 교수

차: 이번 연구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대만 데이터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데이터처럼 활용됐다. 대만 데이터를 보면 전체 환자의 90%가 표준용량보다 적은 저용량을 복용한다. 그러다보니 아시아인은 저용량을 쓰는 경우가 많구나 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한국은 달랐다. 한국 환자는 40%가 표준용량을, 60%가 저용량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용량 관련 이슈는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아시아인에게 맞는 표준용량이란 개념은 없었다. 그냥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를 썼다. 일본과 대만은 그래서 저용량 복용률이 높았다. 그런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표준용량을 안전하게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인이라고도 반드시 저용량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결과적으로 NOAC의 치료결과가 와파린과 동등하거나 조금 낫다는 결과인 듯 하다. NOAC의 복용편의성이 월등하다고 하지만 효능과 안전성에 큰 차이가 없다면 100배나 비싼 NOAC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최: 비용차이가 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항응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와파린보다 NOAC을 복용할 거다. 두 약 중 하나를 선택한다기 보다 NOAC을 복용할 수 없어 와파린을 어쩔 수 없이 투여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CHA2DS2-VASc 2점 이상만 NOAC을 처방받을 수 있다. NOAC을 복용하면 활달하게 생활하면서 검사도 덜받고 음식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와파린은 복용이 불편하고 먹지 말아야할 음식이 많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면 출혈 부작용을 겪는 환자도 생긴다. 출혈이 자꾸 발생하면 환자도 치료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다. 효과와 안전성이 비슷하다해도 복용편의성을 생각하면 비용차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한 해 1%도 안되는 출혈발생률 차이라도 큰 차이인 셈이다. NOAC의 경우 출혈부분에서 와파린보다 우월했다. 뇌졸중과 출혈이 서구인보다 많은 한국인의 특징을 고려하면 한국인은 NOAC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차: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시아인이나 한국인은 와파린으로사'INR(혈액응고검사)'을 유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 출혈 두려움 때문에 일반적으로 충분한 용량을 잘쓰지도 못한다. INR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비용을 떠나 먹을 필요가 없는 약을 먹는거다.

급여기준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 INR을 체크하지 않아도 되는 NOAC의 급여로 개원가도 심방세동 환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최: 여성은 CHA2DS2-VASc 스코어를 기본적으로 1점을 받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보니 스코어가 1점인 남성 환자는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스코어가 1점인 남성에게는 '가능하면 처방하라(Ⅱa)'고 권고한다. 한국도 급여가 스코어 1점인 남성에게까지 확대돼야 한다. 와파린을 투여할때는 INR도 측정해야 하고 출혈이 일어나면 대처를 해야 해 개원가는 심방세동 환자를 종합병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NOAC 급여로 개원가도 심방세동 환자를 충분히 볼 수 있다. 다만 심방세동 자체를 없앨 수 있는 환자는 심방세동을 우선 치료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다. 심방세동을 없앨 수 있는 경우인지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만일 심방세동을 없앨 수 없으며 고령인 환자라면 개원가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차: 빅데이터를 연구하면서 NOAC간 차이가 궁금해졌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주제인 만큼 앞으로 NOAC간 차이를 볼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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