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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치료행위를 상해죄로 규정해서야"
"의사 치료행위를 상해죄로 규정해서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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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복 전 대법관 "치료 성공못했다고 형법으로 재단...위험"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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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치료행위를 고의범죄인 상해죄를 전제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전직 대법관의 지적이 나왔다.

이인복 전 대법관은 최근 대한의료법학회가 주최한 '원로 법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법대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는 것을 환자 상해죄 구성 요건으로 보되, 환자의 승락과 의사의 업무로서 하는 것이므로 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배우고 있다"면서 "의료행위가 형법적으로 상해죄 구성요건이라는 것에 의료인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형법 이론에서는 의료인이 상해가 아니라는 정당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이 전 대법관은 "치료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형법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이러한 논리는 판사가 사형판결을 하면 살인죄가 되고, 살인죄가 아니라는 정당성을 판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법학계 일각에서도 의사의 치료행위는 의사의 업무이자 사회적으로 용인한 행위인만큼 고의범죄인 상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의사의 치료행위를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경우 법학자 외에 의사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법적 불안정성 문제도 노출되고 있다.

이 전 대법관은 "이런 상황에서는 의료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분야로 몰리게 된다. 실제 의료사고가 많은 산부인과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의료가 기형적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의료행위 과정에서 예견되고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상해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 및 중과실 치사상죄)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춘석 의원이 2016년 12월 28일 대표 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주승용·윤후덕·안호영·김관영·김영주·김민기·이찬열·김성수·권성동 의원 발의)'은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및 사망 시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 및 중과실 치사상죄)에 대한 형량(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상해(5년 이하의 금고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와 사망(10년 이하 금고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구분해 높였다.

문제는 의료사고의 경우에도 교통사고 범죄와 같이 형법 제268조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형량이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행위의 경우 침습성을 기반으로 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상 특성이 있고, 의료의 침습으로 얻는 이익이 침습으로 인한 인체의 위해보다 크다"면서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에게 기대하지 않은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상해와 사망을 구분해 처벌의 기준을 정할 것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제반 상황에 맞추어 이익형량과 결과회피의무의 이행 여부, 위험방지조치 등을 검토해 처벌을 결정해야 한다"며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냈다.

남궁 석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를 통해 "개정안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중과실에 따른 상해의 결과 발생은 사망의 결과 발생의 경우와 분리하여 별도의 법정형(5년 이하 금고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하게 되는데, 그 법정형이 과실치상죄(500만원 이하 벌금, 구류, 과료) 뿐만 아니라 과실치사죄의 법정형(2년 이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보다도 현저히 높아지게 된다"며 단순과실치사상죄에 비해 형벌이 지나치게 가중되는 점을 짚었다.

남궁 수석전문위원은 "업무의 위험성·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의 법정형을 달리 정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 만큼 개정안 심사에 있어 해당 규정들과의 관계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월 28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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