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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원인 입증 못하면 의료진 손해 배상"

"의료사고 원인 입증 못하면 의료진 손해 배상"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1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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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견인으로 뇌경색 발생 추정...1억 7809만 원 배상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손해배상 사건, 환자 입증책임 완화"

▲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수술상 잘못이 아닌 다른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사 소송에서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판결 원칙이 굳어지면서 의료진의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어디까지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측이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진이 수술상 잘못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인과관계를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A씨와 가족이 B병원을 상대로 낸 4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7가합102315)에서 1억 780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3월 29일 혈관조영술 및 뇌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전방교통동맥에 4mm크기의 뇌동맥류가 확인됐다. B병원 의료진은 2015년 4월 1일 개두술 및 전방교통동맥 뇌동맥류 결찰술을 시행했으며, 같은 날 오후 5시 22분경 뇌 CT에서 출혈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수술 후 A씨의 의식이 회복지 않자 뇌혈류를 개선하기 위해 수분 공급과 혈압 상승제(도파민)을 투여, 수축기 혈압을 150∼160mmHg가 유지되도록 했다.
 
4월 1일 오후 8시 30분경 뇌 MRI검사에서도 급성 뇌경색 소견은 없었으나, 4월 2일 오전 7시 14분경 뇌CT검사에서 좌측 전두엽에 저음영 병변이 발견됐다.
 
4월 2일 오전 9시 10분경 부분적인 의사 소통이 가능한 상태였으나 10시 55분경 구토 증상을, 10시 57분경 우측 동공이 확장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전 11시 6분경 뇌CT검사 결과, 좌측 전두엽 저음영 병변이 출혈성 병변으로 변했고, 좌측 뇌실 내 출혈 및 뇌부종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오전 11시 30분경 두개골 절제술 및 뇌실외배액관 삽입술(2차 수술)을 실시했으나 뇌부종 및 출혈성 변형이 증가하자, 오후 10시경 뇌압 감소를 위한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했다.
 
우측 상하지 부전 마비·인지기능 장애 등이 발생한 A씨는 입원치료를 받다가 2016년 2월 12일 퇴원, D병원을 거쳐 E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보행은 일부 가능하나 배뇨·배변·식사 등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A씨와 가족은 수술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뇌혈관을 손상시켰으며, 4월 2일 오전 7시 14분경 뇌CT검사에서 뇌경색을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수술시기를 놓쳐 뇌손상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4다52576, 2005년 9월 30일 선고)를 인용,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면서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환자의 입증책임이 완화된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뇌 견인으로 뇌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과도한 견인을 피해야 한다"며 "수시로 견인을 풀었다가 다시 견인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수술을 진행해야 함에도 좌측 전두엽을 과다하게 견인한 과실로 인해 뇌부종·뇌실 내 출혈 등이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방교통동맥 뇌동맥류 외에 뇌출혈 등을 유발할 만한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언급한 재판부는 "수술 후 좌측 전두엽에 뇌경색에 따른 뇌부종·뇌출혈·혈종 등이 발생한 데 대해 의료진이 수술상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점에 대한 별다른 주장과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뇌CT에서 나타난 저음영 정도·크기·주변 뇌조직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의료진이 곧바로 2차 수술을 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본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2005다5867, 2007년 5월 31일 선고)를 인용,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친족의 승낙으로써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2015다13843, 2015년 10월 29일)'는 판례를 들어 "원고의 처 C씨가 의사로부터 수술 합병증·후유증 또는 환자의 특이체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사고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취지의 수술동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A씨의 승낙에 갈음할수는 없다"며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로 판단했다.
 
다만 전방교통동맥에 있는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고, 수술 공간 확보를 위하여 전두엽을 견인하는 것이 불가피한 점, 수술을 시행한 부위 자체는 이상 소견 없이 유지되고 있고, 수술 직후 뇌CT 검사 결과에서는 특별한 출혈 소견이 보이지 않았던 점, 수술 후 발생한 증상에 대해 병원 의료진은 적절한 응급수술을 실시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의 조치를 하고자 노력한 점, 뇌출혈 등이 발생한 데에 체질적 소인 내지 당뇨병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환자의 개인적인 소인에 따라 동일한 견인력에 의하더라도 혈관 손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점, 개두술에 의한 뇌동맥류 결찰술은 수술 자체에 수술기구에 의한 손상으로 뇌출혈 등이 발생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 등을 들어 B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개호비(4억 2784만 원)+향후 치료비(4억 5240만 원)+기왕 치료비(3723만 원)의 30%인 1억 5309만 원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를 합해 1억 7809만 원을 배상액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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