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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뉴스결산] (11)백혈병 임의비급여 소송 10년...일부 승소
[의료계 뉴스결산] (11)백혈병 임의비급여 소송 10년...일부 승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12.1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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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인정하지 않고, 법이 정해 놓은 틀에 맞춘 '규격진료'를 강요하고, 예외없는 삭감이라는 '심평의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백혈병 임의비급여 10년 소송을 진행한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2008년 시작된 백혈병 '임의 비급여' 소송이 10년 만에 마침내 마무리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재판장 김용빈 판사)는 4월 19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부당이득 환수 처분 취소 파기환송심(2012누21385)에서 13억 1599만 2534원의 환수처분 중 11억 5521만 2402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이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낸 의료급여 부당이득 환수 처분 취소 파기환송심(2013누2190) 역시 7억 2783만 2545원의 환수처분 중 6억 2138만 4181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건강보험법의 틀에서 규정한 요양 급여와 법정 비급여에 속하지 않는 '임의 비급여'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라며 진료비 삭감과 환수 처분은 물론 최고 5배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심평의학'에 반기를 들었다.
 
10년 가까운 소송 과정에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12년 6월 18일 선고. 주심 대법관 이상훈. 2010두27639·2010두27646)을 통해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요양기관이 증명한 경우 예외적으로 사적 계약을 허용할 수 있다"며 여의도성모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임의 비급여= 불법'이라는 틀을 깬 대법원은 ▲행위의 시급성 또는 요양 급여·비급여 편입 절차 부재 ▲의학적 안전성·유효성·필요성 ▲행위와 비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에 기초한 사전 합의라는 요건을 갖추고, 요양기관이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비용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더라도 그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을 요양기관이 증명한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백혈병 임의비급여 소송 진행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의 탄원이 빗발치면서 급여로 인정받지 못해 감염 우려는 물론 조직 손상과 통증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음에도 재사용해야 했던 골수검사용 바늘이 급여로 인정됐다.
 
불합리한 세포검사도 개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혈병의 정확한 아형을 파악, 환자에게 맞춤형 최적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총 25종 이상의 세포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세포검사가 12종을 초과할 경우 건보공단에 청구하지도 못하고, 환자에게 받지도 못하는 모순이 계속됐다.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은 12종까지만 인정해 온 백혈병 진단 검사 제한에 문제를 제기, 18종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 2012년 6월 18일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는 문정일 당시 여의도성모병원장. 문 병원장은 지난 9월 제32대 가톨릭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임명됐다.
여의도성모병원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통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의료진의 진정성과 도덕성을 인정해 준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규격화된 요양급여기준에서 벗어나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시행한 적극적 진료의 당위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소송은 결코 건강보험제도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응급한 상황에서 백혈병 등 중증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자 했던 의료진의 숭고한 노력이 마치 부당한 영리 추구 행위인 것처럼 매도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여의도성모병원은 "지난 10년간 너무나도 많은 오해와 질타에 시달려야 했고, 대학병원으로서의 존폐를 고민할 만큼 연구와 진료에 많은 위축을 겪어야만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여의도성모병원은 "파기환송 최종 판결로 우리의 도덕성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생명이 우선되는 진료환경의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진심을 끝까지 믿고 지지해 준 많은 분들과 사법부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백혈병 임의비급여 소송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심평의학'의 폐해는 여전히 진료 현장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환자가 실려왔을 때 전산화단층촬영(CT)을 찍어서 문제가 있으면 (진료비를)인정하고 문제가 없으면 이를 삭감한다"면서 '심평의학'의 문제점을 들춰냈다.
 
정선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홍보이사는 "'에크모'를 단 환자가 너무 심각한 상태여서 사망하면 전액 삭감한다"면서 "중증외상치료에 대한 개념이 전무한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적인 생각으로 다 삭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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