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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1년 "희망 보인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1년 "희망 보인다"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7.11.3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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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울산·경기 전문가평가단 16건 처리
의료인간 폭력행위 평가 대상 포함 등 과제
 ▲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1년을 맞아 중간 결과 보고 및 향후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11월 29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렸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계의 우려와 기대속에 약 1년간 진행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결과,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예방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평가제는 2015년 11월 다나의원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의료인 면허 관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한의사협회가 자율정화의 중요성을 내세워 마련한 방안이다.

의협은 2016년 3월 '면허제도 개선 및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송병두)를 구성하고 4차례 공청회를 거쳐 전문가평가제 모형을 마련했으며, 같은 해 11월 21일부터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단장 홍경표)를 중심으로 광주·울산·경기도 3개 광역시·도에서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전문가평가제는 각 시도의사회에 설치된 전문가평가단이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을 모니터링·평가하고, 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와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를 거쳐 필요한 경우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시스템이다.

시범사업 기간 1년 동안 광주광역시의사회는 5건, 울산광역시의사회는 3건, 경기도의사회는 8건이 각각 접수·처리됐다.

29일 의협 임시용산회관에서 열린 시범사업 중간결과 보고 및 토론회에서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장은 "전문가평가제 실시 자체만으로 예방적 효과가 있었다"면서 "의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규범을 다시 깨닫게 하는 교육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황성택 울산광역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장도 "의사로서 덕목을 갖춤으로써 불미스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었다"며 "지역 윤리위원회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신정호 부단장은 "의사 스스로 먼저 조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선량한 대다수 회원을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회원과 지역의사회 사이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는 계기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개선 사항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평가단의 조사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

현재 전문가평가단의 평가 대상은 △중대한 신체·정신질환 등 의사로서의 결격사유 △사무장병원, 불법의료생협 등의 무면허 의료행위 및 환자 유인 행위 △의료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명시된 '비도덕적 진료' 6개항 등이다.

그런데 평가 대상의 주를 이루는 품위 손상 행위, 비도덕적 진료 모두 진료와 관련된 행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의료기관 직원 성추행이나 전공의에 대한 폭행, 기타 비도적 행위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광주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2017년 8월 의사가 자신의 병원에 근무하는 임상병리사를 성추행한 사건을 인지했으나 조사대상이 아니어서 제외시켰다. 같은 해 2월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카데바 노출 기념사진' 사건 역시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양동호 단장은 "평가 대상이 좁게 한정돼 있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안에 대해서 방관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의료인간 폭력행위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범사업 기간 중인 2017년 9월 모 대학병원에서 남전공의가 후배 여전공의를 성추행한 사안이 전문가평가제도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신정호 부단장은 "품위손상 범위를 넓혀 의료인 사이의 폭력행위도 전문가평가제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변호사(법무법인 선우)는 "(진료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폭행, 성추행이 병원내에서 벌어졌다면 의사로서 품위손상 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정부도 공감을 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권근용 보건복지부 의료정책자원과 사무관은 "교수의 전공의 폭행 등 직무 관련성 있는 의료인간 폭행을 의료법상 품위손상 행위에 포함시키는 시행령 개정 또는 전문가평가제도 내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단에 사법적 권한이 없어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황성택 단장은 "피조사자에게 진료기록부, 환자 명단, 연락처, 주소 등 자료를 요청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을 내세워 제출을 거부한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동호 단장도 "평가 대상자가 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행정기관·심평원·건보공단의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행정인력 확보와 평가단의 실질적 보상체계 마련을 위한 재정 확보가 필요하고, 사무장 병원으로 의심되는 기관을 조사하기 위해 사법당국과 협조체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권근용 사무관은 "처리 건수는 많지 않지만 평가단이 각 사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조사하려는 노력을 보면서 앞으로 제도가 확대되고 보편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며 "정부는 앞으로 전문가평가제를 지속적,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정책방향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평가단 조사의 강제성 확보, 평가단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전문가평가제는 동료평가(peer review)의 취지에서 발족된 대한민국 의료계 최초의 자율규제기구 초기 모형"이라며 "평가 범위 한정, 조사 불응자에 대한 사후 조치 방법의 미비 등 한정된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결과를 조급하게 주문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경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장은 "의료와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그러나 비과학적 의료행위 등은 전문가가 아니면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따라서 의사 스스로 규정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평가제의 의미를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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