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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믹 메디슨'으로 한국 의학 새판 짜야"
"'아카데믹 메디슨'으로 한국 의학 새판 짜야"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7.11.1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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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C 한희철 이사장, 교육·연구 배제된 의학의 미래 로드맵 제안
내년 2월 1일, 관계 단체 모두 모인 아카데믹 메디슨 첫 회의

연구와 교육은 등한시 한 채 진료에만 치중 돼 있는 국내 의학에 대한 문제의식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는 이달 10일 '아카데믹 메디슨(Academic Medicine)'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아카데믹 메디슨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해 본연의 교육·연구 역할을 회복하고 미래를 향해 간다는 개념이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역할 회복은 의료계에서 다분히 지적되던 사안이지만 정책·수가 등에 밀려 주요 이슈에서 빗겨나 있는 상황이다.

<의협신문>은 최근 KAMC 한희철 이사장을 만나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한 개념과 국내 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 아카데믹 메디슨의 현실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학회의 주제는 '아카데믹 메디슨의 현재와 미래'로 진행됐다.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올해 학회는 평년의 100여명 내외에서 늘어난 13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는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믹 메디슨은 교육·연구·진료의 축이 함께 서야 의학이 발전하는데 국내 의학은 교육·연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 교육과 연구를 통한 미래 로드맵을 만들고 가야할 방향을 논의해야 의학이 발전한다.

한국 의료계는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만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아카데믹 메디슨은 대학병원이 주체가 돼 연구와 교육을 함께 진행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 목표다.

의학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발전해야하는 학문이다. 아카데믹 메디슨이 해결해야 한다. 대학병원에 가면 이 병이 나을거라는 희망을 갖도록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외국 치료법을 갖다 쓰기만 바쁘다.

외국도 마찬가지로 1800년대 의학이 굉장히 발전했지만 그 이후 속도가 떨어졌다. 환자 보기 바쁘다보니 예전의 속도를 못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세상이 달라진다. 운전 등 직업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것을 이용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진 이유는 AI가 모든 조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을 이긴 것은 초보자 바둑두면서 AI에 혼란을 줬던 것이었다. 그만큼 앞으로는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의사도 창의력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

방사선과 경우 디지털 파일 이미지로 판독한다. AI가 못할 일이 아니다. 창의적인 의사가 아니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의학교육도 바껴야하고 대학도 바껴야 한다.

진료에만 치중 돼 있는 불균형을 깨고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교육·연구에 미래 로드맵을 만들고 정부도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이번 학회에서 아카데믹 메디슨이란 화두를 던진 것도 그 일환이다. 호응도 좋았다. 많은 학장들이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한 정의를 파악하고 돌아갔다.

내년 2월 1일 관련 단체들이 모여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이 회의는 무엇인가?

미국에는 AAMC라는 의대협회가 있다. 1년에 한번씩 의대, 학회, 전공의, AMA 등 관련 단체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한다. 여기에서 아카데믹 메디슨이 모두 정해진다.

우리나라도 그 틀을 갖춘 회의를 만드는 것이다. 이름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가칭으로 교육병원협의회라고 붙여놨다. 초벌모임을 한번 했다.

과거 전공의를 값싼 병원의 노동력으로 생각했다. 최근에는 정부 정책으로 법적근로시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진행해 법적으로 컨트롤 하다보니 전공의가 노조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교육상 좋지 않다. 학장협회와 연계해 교육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의료계가 다 모여서 아카데믹 메디슨이 어떻게 갈지 토의하기 시작하면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월 1일 모임이 시작되면 그 팀들이 무언가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아카데믹 메디슨이 한국에서 취약하다는 점이 학술대회에 갖고 들어온 이유다.

 
역할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학은 아카데믹 메디슨과 프랙티칼 메디슨(Practical Medicine)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역할이 다르다. 아카데믹 메디슨은 의학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고 그러면 프랙티칼 메디슨이 쓸 수 있는 도구가 많아진다.

현재 대학병원가 개원가가 환자를 놓고 싸우는 것을 정부가 두고 봐서는 안 된다. 같이 가야할 길을 제도적 문제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환자에게 새 희망을 주자는 것이다. 기존의 있는 것만 가지고 치료하기 바쁜 상황이면 국내 의학은 외국에 종속적인 정도로 멈춰 있을 것이다.

정부에게 의학계가 얘기를 해줘야 한다. 우리의 의학 연구 정상화돼야 먹거리가 될 수 있다. 그때 가서야 먹거리 얘기를 해야한다.

현재는 기초의학 하는 의사 찾아보기 힘들다. 심각한 상황까지 온 것이다. 더이상 놓아뒀다가는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아 아카데믹 메디슨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상주의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많을 것 같다.

의학계 내에서도 이상적인 얘기만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 이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간 이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가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우리나라는 김연아 같은 선수만 찾는다. 토대가 있어야 좋은 선수가 나온다.

미국은 모이면 연구가 먼저다. 반면 우리는 연구는 맨 끝이다. 필요한 것이라고만 공감한다. 최고의 연구가를 키운다고 해놓고 커리큘럼은 없는 현실이다.

아카데믹 메디슨은 의학 본연의 목적이다. 의학은 1800년대 크게 발전했다. 어느 정도의 질병 치료가 해결됐다. 하지만 아직 암 에이즈 당뇨 등 잡힌 병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피부병의 원인을 아는 것이 드물다. 접촉성피부염·건선은 원인을 모른다. 그러다보니 증상 없애는 스테로이드만 놓는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환자와 왜 병이 낫지 않느냐고 아직도 싸운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연구를 해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전체 의학을 넓혀야 한다. 현재는 기존 틀 안에서 환자를 가지고 경쟁하고 있는 구조다. 정부도 의학계도 바껴야 한다.

의사의 미래에 있어서 아카데믹 메디슨의 의미는 무엇인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학생들도 불안해한다. 방사선과·병리과 등 모두 불안해한다. 해답이 나온 것은 AI를 못따라간다. 새로운 것을 찾아가야 한다.

한림원에서 2030년까지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있다. 교육과 연구 부분이 연구는 빠져있다. 진료 위주로 다루다 보니 그렇다. 3개 축 중 하나만 크고 나머지는 찌그러져 있다. 그럼 발전속도가 느리다.

학술대회에서 프레스콧 박사가 보여준 사진을 보면 세발 자전거중에 앞바퀴만 크게 돼 있다. 현재 한국의 의료다. 바퀴가 같은 크기로 가고 달릴수 있는 엔진 동력이 있어야 한다.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위한 의학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아카데믹 메디슨에 대한 개념이 국내 의료계에 부족하다. 이를 키우기 위해 화두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의사의 이미지는 '농성'이다. 진료 현장의 문제를 다루다 보니 나온 현상이다.

반면 올해 미국 AAMC 회의 당시 보스톤에서 총기사고가 났다. 그러자 회장이 미국인의 정신적 문제 심각하다며 논의를 진행했다. 사회를 껴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산 에이즈 사건 등에 대해 국내 의료계 가만히 있었다. 우리 의료계가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의료계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그 일을 하려면 아카데믹 메디슨을 해야 한다.

 
결국 재정 문제로 귀결될 것 같다.

결국 돈 문제로 갈 것이다. 미국 학회에서 보니 미국 전공의는 보험에서 커버한다. 병원이 돈을 주지 않는다. 병원은 교육에 치중한다.

이 이야기를 정부에 해봤다. 복지부의 대답은 국민을 설득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투자하지 않으며 결과만 바라고 있다.

정부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파트너가 돼야 한다. 내던지고 그 안에서 해결하라는 자세로는 발전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도 의학이 발전하려면 대학과 대학병원의 정상화에 동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냥 외국의 의학을 따라갈 뿐이다.

의협과의 관계 정립도 필요할 것 같은데?

의협은 프랙티칼 메디슨 위주로 일을 해야하는 것이고 의학을 발전시키는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의학회도 하고 병협도 일부 하고 있다. 의학교육협의회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팀을 내어달라는 것이다.

미국 AAMC의 경우 이사회를 만들었다. 각 단체의 대표들 회의가 따로 있다. 누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같이 일을 하는 것이다.

의학연구에 대해 의료계 어디에서도 말을 안한다. 그런것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아카데믹 메디슨의 개념이 없다.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다. 사회주의적 보험제도를 갖고있다 보니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가면 의학의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한다. 우리는 적어도 제시는 해야 한다. 로드맵을 짜서 정부에 이렇게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을 얘기해야 한다.

2월 1일 모임 주관은 학장협회고 의학교육학회, 의평원이 모여서 계획을 짠다. 정례 미팅을 하면 된다. 교육과 연구 중심으로 한국 의학의 미래 로드맵을 만드는 일이다.

다 깨부시고 다시 만들자는 게 아니다. 기능적으로 만나자는 것이다. 잘 움직이는 모임을 만들어 의료계가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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