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GIST 환자단체가 13일 류영진 식약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성분명 처방 시행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일부 약계의 강박적인 성분명 처방 이슈화에 백혈병 환자들이 뿔났다.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환우회는 백혈병·GIST 환자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은 채 성분명 처방 이슈화에 혈안이 된 약계 등의 주장을 "약사 중심의 성분명처방제 도입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주거나 불신만 조장하고 있다"고 13일 비판했다.

성분명 처방에 최소한 반대입장은 아니었던 환자단체들을 단숨에 반대론자로 돌려세운 데에는 약계의 성분명 처방 현실화에 대한 조바심이 한 몫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노바티스의 글리벡에 대해 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의2 제1항에 따라 급여정지를 내리는 대신 과징금을 처분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복지부는 "글리벡은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로 동일성분 간이라도 적응과정에서 부작용 등의 우려가 있으며 자칫 악화되면 생명과 직결된다"는 의사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과징금으로 대체했다.

복지부의 이같은 결정은 성분명 처방 찬성론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과징금 처분 직후 "처분 적절성에 대해 감사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약계는 "정부가 성분명 처방의 적절성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며 질타하고 나섰다.

약계의 불만은 지난 10월 31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감장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질문이 도화선이 돼 절정에 달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월 국감에서 제네릭과 오리지널 약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글리벡을 급여정지하지 않고 과징금 처분한 이유를 묻는 윤 의원에게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제네릭) 비복용자가 (제네릭으로) 약을 바꾸면 동일성분이라도 다르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 후 서울시약사회는 이틀 뒤인 11월 2일 성명서를 통해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생물학적동등성 시험과 의약품 허가정책의 근간을 뒤흔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네릭에 대한 국민불신을 조장하고 정부에서 장려하는 대체조제를 부정하며 비싼 오리지널의 복용을 부채질하는 꼴"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환자단체와 의료계 등은 백혈병·GIST 환자의 이상반응을 우려해 글리벡을 과징금 처분한 것이 약계의 주장대로 "성분명 처방을 뒤흔들고 대체조제를 부정할만큼 잘못된 결정"이었는지에 대해 '지나친 반응'이라고 일갈한다.

백혈병 환자를 진료하는 대학병원의 한 전문의는 "글리벡을 힘들게 적응한 백혈병 환자에게 환자의 의사에 반해 하루아침에 제네릭으로 교체하라고 강제하는 문명 국가는 없다"며 약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글리벡의 제네릭 처방비율은 3%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심지어 일부 약계 내부에서도 이번 약계의 반박을 '너무 나갔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칫 성분명 처방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환우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류영진 식약처장 사퇴 촉구 1인 시위를 13일부터 벌이며 글리벡 과징금 조치를 문제삼으려는 약계측과 각을 세우고 있다.

류 처장은 박 장관 발언 이후 국감장에서 별도의 발언권까지 얻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하면 오지지널과 제네릭의 약효가 같다는 것이 식약처 입장"이라며 복지부 결정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환자단체들은 류 처장의 이런 발언이 약사출신인 류 처장이 "약계의 우려를 지나치게 의식해 약계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류 처장에 대해 "국민을 생각하는 식약처장이 아니라 약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약사단체 수장이나 하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네릭은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에서 오리지널약 대비 혈중 농도의 80∼125% 범위에 들면 제네릭으로 허가받을 수 있다.

의료계는 80∼125% 범위에만 들면 허가받는 제네릭의 속성 탓에 제네릭과 오리지널약은 완전히 같은 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성분명처방 의무화를 반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제네릭의 이런 한계 탓에 성분명 처방률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대한약사회가 2014년 밝힌 자료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이 재정절감을 위해 성분명처방 활성화에 애를 쓰지만 여러 유럽 국가의 성분명처방률은 10% 미만으로 낮다. 심지어 오스트리아는 상품명처방을 의무화할 정도로 제네릭의 동등성을 인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