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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특집 "한의사 조제내역서 발급부터 실천하라"
창립 특집 "한의사 조제내역서 발급부터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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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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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보다 먼저 해결할 한방 과제들 -
▲ 강석하(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

진단용 X-ray 촬영장치 등의 의료기기 사용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수년째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X-ray를 이용한 진단은 한방의료의 영역이 아니며,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한의사들이 사용하게 되면 환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선 안되는 이유는 이미 충분히 다룬만큼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

한의사들은 한의원에서 X-ray를 사용하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진단을 위해 의사를 찾을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는 주장이다. 한의사들이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환자를 위해 해야 할 더 시급한 문제들이 있다.

첫째로, 한의약분업이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들은 환자에게 약을 직접 판매할 수 없고, 처방전을 발급해주면 환자는 약국에서 약을 구입한다. 이와 같은 의약분업이 시행된 취지는 약물의 오남용을 막고, 처방에 실수가 없는지 약사가 점검해 국민의 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의사가 약 판매에 관여하지 않으니 이윤을 목적으로 환자에게 불필요한 약을 처방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고, 약사가 처방전을 확인하고 복약지도를 하면서 의사의 처방 실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같은 논리를 한방 의료에 적용해보자. 환자들은 원가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어떤 한약재가 들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한약을 한의사가 주는 대로 받아먹고 있다. 한약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한의원 몫이다. 게다가 비급여인 첩약은 한의사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의사는 한약 판매로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불필요한 한약을 먹게 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한의약분업으로 환자가 한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한약국이나 다른 한의원 또는 한약 조제가 가능한 약국 등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한다면 국민을 한약 오남용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

의사들이 처방하는 약은 안전성 검증을 통과했기에 일정 수준의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으며,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이 의사의 처방과 환자가 복용 중인 약들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병용 금기 등의 정보를 경고하는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

반면에 한약과 한약재는 안전성 검증이 없이 사용되며, 한약재 중에는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것들도 여러 가지라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처방한 한의사 외의 다른 전문가의 이중점검이 더욱 필요하다. 따라서 한의약분업은 환자들이 한약을 더욱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둘째로, 한약 조제내역서 발급이다. 국민을 위해 한의약분업을 당장 시행해야겠지만 한의사들이 국민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약 매출에 대한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강력히 반발한다면, 우선 조제내역서 발급이라도 의무화해야 한다.

과자 봉지에도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원산지가 어디인지 자세히 적혀 있는데, 환자들은 한의사가 지어준 한약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환자들은 의사가 처방한 약을 복용한 뒤에 부작용이 생기면 의사와 상담을 해서 어떤 약이 자신에게 맞지 않고 앞으로 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의사가 처방한 약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부작용 정보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어떤 약이 원인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기면 "명현 현상이니 걱정 말고 한약을 더 드세요"라는 한의사의 말을 믿고 한약을 추가로 결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특정 한약재가 아닌 특정 한의사를 피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의사들은 조제내역서를 발급하면 환자가 직접 한약재를 구입해 한약을 지어 먹어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억지를 부리며 반대했다. 어떤 때는 한약은 천연이고 오랫동안 사용해왔기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다가, 자신들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것 같으면 한약은 위험하니 한의사에게 사라고 겁을 준다. 그 위험한 한약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환자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한방 치료법의 특정 질환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검증이다. 한약·약침은 안전한지, 어떤 부작용이 얼마만큼의 빈도로 발생하는지 알지 못한 채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효과를 기대할만한 근거도 희박하다. 침 치료는 한약보다 더 신뢰를 받는 듯하다.

일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믿는 침 치료가 이상하게도 엄밀히 설계한 임상시험에서는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 임상시험에서 가짜 침을 맞은 환자군과 진짜 침을 맞은 환자군 사이에 효과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많아 환자들이 믿고 있는 침 치료의 효과에 위약효과 이상의 무엇이 담겨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진단을 무엇으로 하든지 환자에게 위약효과밖에 없는 치료를 제공하고 진료비를 받는 행위는 비윤리적이다. 오히려 피부를 침습하지 않는 가짜 침은 안전하기라도 한데, 침이나 한약은 부작용의 위험도 안고 있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서 정확한 진단을 해내더라도 가지고 있는 치료법들이 전적으로 위약효과에 기대고 있다면, 환자를 의사에게 보내는 일 외의 의료행위는 비윤리적이다.

X-ray 등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의사와 한의사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면이 있다. 반면에 위에서 제시한 한의약분업, 한약 조제내역서 발급, 한방 치료법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검증은 다른 직역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갈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국민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위의 세 가지와 한의사의 X-ray 사용 중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순서를 꼽는다면 X-ray 사용은 맨 마지막이다.

한의사들이 환자의 지갑이 아닌 환자의 건강에 관심이 있다면, 의사들과 의료기기를 두고 다툴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조제내역서 발급부터 실천하고 한의약분업과 안전성·유효성 검증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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