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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수가'...대통령과 의료계의 '괴리'
'적정 수가'...대통령과 의료계의 '괴리'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11.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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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수가 개념 '동상이몽'...전체 비급여 파악 어려워 보상 불충분
한국병원경영학회 10일 학술대회...'문재인 케어' 한계 집중분석
▲ 서원식 가천대 교수(헬스케어경영학과)가 보장성 강화 대책의 문제점과 병원계의 대응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적정 수가'와 의료계가 생각하는 '적정 수가(원가 100%+적정 이윤)'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원가 100%'를 보존하는 것으로 추계한 재정 규모는 '적정 원가+적정 이윤'까지 고려하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서원식 가천대 교수(헬스케어경영학과)는 10일 한국병원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문제점과 병원의 대응'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는 비급여를 급여화 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건강보험 급여 영역에서 적정 수가로 보전한다고 하지만 적정 수가가 초과 이익까지 포함한 것인지 분명히 짚어야 한다"며 "적정 수가와 초과 이익 등을 비롯한 용어의 정의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계한 비급여 규모(13조 5000억원)에 대해서도 과소 추계됐다는 점을 짚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간병비·치과 보철·한방 첩약·일부 고가 약제 등을 모두 포함할 경우 비급여 규모가 25∼2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했다"고 밝힌 서 교수는 "연간 11~12조 원을 비급여로 지급했는 데 6조 원으로 막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케어는 모든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부담 50∼90% 형태의 예비급여를 통해 왜곡을 막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언급한 서 교수는 "이는 무늬만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인 '부분 급여화가 정확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저보험료라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정부와 보험자는 저수가와 심사기준을 통해 통제하고, 급여 범위를 제한함으로 인해 의료의 질 저하·본인 부담 확대·의료 왜곡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구조적 문제의 출발점인 저보험료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문재인 케어가 추구하는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험료 인상 없는 보장성 강화는 5년까지는 가능하다고 해도 그 이후에는 보험료를 인상하든지, 의료공급자를 통제하든지, 환자의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형태로 재정을 절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수가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서도 적정 수가의 수준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도 제기했다.
 
적정 수가를 보상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재정 문제를 이유로 파기된 대표적 사례로 2000년 의약분업을 든 서 교수는 "정부는 진찰료를 23.5% 인상했다가 3년에 걸쳐 17%를 인하했다"면서 불신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 교수는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과 중소병원의 도산 문제 등을 우려했다.
 
"미국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오바마 케어'의 영향으로 미국 7대 병원의 순익이 확연히 증가한 반면에 약 50여곳 지방병원이 도산하가는 하면 악성 부채 증가와 함께 직원 감축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한 서 교수는 "중소병원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십 년 동안 달성하지 못한 성과를 다 낼 수는 없다"면서 "평균 보장률을 높이는 데 매달릴 게 아니라 필요한 계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자원 투입이 절실하다는 정형선 교수의 조언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서진수 병협 보험위원장이 보장성 강화 대책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뒷편에서 주제발표를 한 손영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단 비급여관리팀장 겸 예비급여팀장이 서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서진수 병협 보험위원장(인제대 일산백병원장)은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종별·과별 수가 배분을 위한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 역시 갑자기 하루 아침에 뜯어 고치겠다고 하면 내부적 갈등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위원장은 "과거 CT·MRI·초음파 급여화 과정에서 적자 사태가 발생해 병원 직원들이 상여금까지 반납하며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면서 "전체적인 비급여의 틀을 흔들기 보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면서 수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연착륙 하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길원 충북의대 교수(의료정보 및 관리학교실)는 "비급여가 많은 과의 경우 급여수가를 상대적으로 저평가했다"면서 "수만 개의 상대가치 행위를  정교하게 조정해 나가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담당자가 바뀌가 조직이 바뀔 경우 갑자기 정책이 중단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을 통해 조직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신뢰를 높이고, 약속을 담보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높여 환자가 비용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의사도 마음껏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원전과 같이 국민의 중요한 건강 대책을 담고 있는 의료보장성에 대해서도 공론화 과정을 밟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민인순 부회장(순천향대 교수·보건행정경영학과)은 "병원에서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으면 정확한 비급여 규모를 추계할 수 없고, 적정 수가를 반영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각 병원이 자료 제출에 협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좌장을 맡은 이선희 이화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과거 포괄수가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통행식의 모습을 보였다"면서 "불신을 풀고, 협치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근거에 기반한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과 공유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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