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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비대위 "비급여가 괴멸시켜야 할 '악'이냐"
의협 비대위 "비급여가 괴멸시켜야 할 '악'이냐"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11.1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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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연 주최 토론회서 의협 비대위 사무총장 성토
'전면 급여화=의료사회주의' 수용 불가 입장 표명

▲ 이동욱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총괄사무총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은 10일 한국보건의료원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체계 혁신포럼'에서 정부가 비급여를 사회의 악, 적폐로 규정해 일방적으로 청산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 비대위)가 문재인 케어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강하게 표명함과 동시에 의료사회주의화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성토했다. 

정부와 일부 보건의료학자들이 비급여를 절대 악인 것처럼 치부하고, 그런 인식을 토대로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의료계와 협의도 없이 억지로 강행하고 있다면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동욱 의협 비대위 총괄사무총장은 1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최한 '비급여 관리 및 바람직한 공·사보험 역할 모색' 포럼에서 의료계가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추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사무총장은 "어제(10일) 보건복지부 충정로 사무소 앞에서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반대하는 철야농성을 했다. 추운 밤거리에서 노숙하는 것처럼 밤을 새웠다"면서 "의료계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전면 반대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건강보험에 의해서든, 민영의료보험에 의해서든 의료서비스는 의사들이 제공한다. 그런데 (정부가) 사회적 힘을 이용해 의료공급자를 억누르고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엄청난 부작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말을 우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특히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반대한 의료계를 사회적으로 적폐와 같이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 사회와 정부의 이분법적 사고가 고착되고 있다. 상대방을 절대 악이나 적폐로 규정하고 몰아붙인다. 악이나 적폐로 규정된 사람은 굉장히 괴롭다. '나는 정의고 상대방은 적'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영의료보험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국민 3200만명이 가입한 민영보험을 적폐며 사회의 악이고, 건보는 선이라는 인식은 위험하다. 건보는 사회주의적으로, 민영보험은 시장경제적으로 의료를 공급한다"면서 "비급여와 민영보험은 타파하고 괴멸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건보 보장성 강화에 대해) 논의하면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국민이 바보라서 사회 악인 민영보험에 가입한 것이 아니다. 민영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영보험은 자율적이고 선택 가능한 반면 건보는 일률적이고 강제적이다. 건보 보장성 강화 방식 선택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공급은 사회보장제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보편적 보장성 강화가 절대 선인 것처럼 포장해 일방적으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 방식은 정치적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더불어 "민영보험의 보장률을 높이면 도덕적 해이가 늘고 건보 보장성을 강화하면 도덕적 해이가 줄지는 않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민영보험만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12월 말을 건보 보장성 실행계획 확정 시한으로 못 박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총장은 "보건복지부는 12월 말까지 실행계획을 확정하겠다고 하는데, 민영보험과 건보의 관계 설정, 건보 보장성 강화 방식과 범위, 수가 정상화 등 어려운 문제들을 어떻게 두 달 만에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의료계와 협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포럼 몇 번 하고 사회적 의견수렴을 마쳤다고 할 수 있겠나"라면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식으로 기한부터 정해놓고 대화나 토론을 하자고 하는 것은 대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고 했다.

끝으로 "민영보험과 비급여의 순기능은 무시하고 악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논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이런 식의 정책 추진을 계속해서 의사들을 또 추운 곳에서 노숙하면서 농성하도록 만들지 마라, 힘이 들더라도 좀 더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협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의료현장선 비급여 전면 급여화 이해할 수 없다"

▲ 정해원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소아정신과 전문의).
정해원 의협 비대위 자문위원(소아정신과 전문의)은 자신의 경험과 의료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 위원은 "미국 학회에 가보니 비급여 항목은 정해져 있어도 가격을 통제하지는 않더라. 미국도 지역별로 비급여 비용의 차이가 있었지만 가격 통제를 하지는 않았다. 정책 입안자와 국민이 비급여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이유로 급여화해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급여라고 해서 필수의료행위가 아닌 것이 아니다. 또한 현재 급여 수가는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저수가다. 일부에선 원가의 60∼70% 수준이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낮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의사들은 수십억원을 들여 병원을 설립해 운영한다. 국가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따라 민간의료기관이 90%를 넘고 있다. 병의원이 어떻게 진료 등을 해서 경영을 하고 있는지 파악도 안 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끝으로 "이 포럼에 와서 희망을 얻고 간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는) 불가능하다. 급여 정비부터 제대로 할 생각을 해야 한다. 비급여 정비는 나중 문제"라면서 "연봉 7억원 이상인 사람이 월 보험료 239만원 내는 상황에서, 건보 보장성에 대해 뭘 더 바라는가, 현재 보험료 부담 수준에서 이 정도로 건보가 운영되는 것은 잘 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병협 "비급여는 건보제도를 절묘하게 유지시키는 제도"

포럼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 청중들.ⓒ의협신문 김선경
병원협회도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큰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중요한 세부 사안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병협을 대표해 포럼에 참석한 김동준 이대 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취지는 좋으나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면서 "비급여는 우리나라 건보제도를 절묘하게 유지시켜온 이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정말 교묘한 것은 약간 이상해 보인다. 비급여가 그렇다"면서 "잘 모르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모두 없애겠다는 식의 (정부) 태도를 보고, 파장이 적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MRI 급여화를 예로 들면, 환자가 원하고 의사도 동의하면 찍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꼭 촬영해야 하는 환자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있다고 봐서 급여 기준을 만든다고 해서, 꼭 필요한 경우라고 확신하기 힘들다"면서 "정부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에서 이런 세부사항 즉 '디테일'이 잘못된 것이 있다. 이런 식이면 정책을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환자 중에 의사의 지시를 잘 따라 치료 효과와 기간을 단축하해 건보재정을 덜 쓰는 착한 환자가 있고, 반대로 의사 지시를 잘 안 들어 상태를 악화시켜 결국 불필요한 건보재정을 쓰게 하는 나쁜 환자가 있다"면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착한 환자의 부담으로 나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복지부 "의료계와 협의해 구체적 실행계획 결정"

▲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팀장 겸 비급여관리팀장.ⓒ의협신문 김선경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다양한 우려에 대해 일면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며 의료계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팀장 겸 비급여관리팀장은 "12월 말까지 실행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정책 실행 과정에서 큰 틀을 정하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당시에도 처음에는 큰 들에서 방향성을 정하고, 매년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의료계와 협의해 구체적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비급여 급여와도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12월 말까지 완벽한 계획을 만들고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책 추진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2022년까지 의료계와 협의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실행계획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급여화는 거대한 개혁이다. 비급여의 긍정적, 부정적 효과에 대한 협의, 일원화될 급여관리체계가 잘 작동할지에 대한 판단 등 많은 논제들은 정부 혼자 결정해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비급여 급여화 정책은 정부 혼자 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라며 "이 정책은 건보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큰 계획이다. 거시적, 미시적 개선작업을 하게 될 것인데, 과정에서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 비판, 감시 등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학계 "민영보험, 건보 보충제로 제도화해야"

▲ 허윤정 아주의대 교수.ⓒ의협신문 김선경
한편 허윤정 아주의대 교수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추진과 동시에 민영보험과 건보 사익의 관계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교수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과정에서 바람직한 민영보험의 역할은 건보 보충형 제도로 개선하는 것이며, 그런 관점에서 민영보험의 손해율, 적정 보험료 산정, 보험료 산정 시 투명성 확보, 반사이익에 대한 추계 및 활용 방안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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