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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살충제 사건, 얼마나 더 겪어야 하나"

"생리대·살충제 사건, 얼마나 더 겪어야 하나"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11.0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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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시민, 정부 개선 미흡에 "같은 요구 언제까지" 불만·우려 토로
예방·감시체계, 법·제도 정비, 중앙컨트롤 타워 구축 등 정부에 요구

▲ 7일 국회에서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 공동 주최,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물론 학계, 시민사회계는 정부에 생활환경 위해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의협신문 김선경
연이은 생활환경 위해사건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도 법·제도 등 대책 마련 진전이 없는 현실에 대한 의료계·학계·시민사회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살충제 계란 사건, 생리대 발암물질 사건 등 예측하지 못했던 생활환경 위해요인으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와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예방·조기 발견을 위한 감시체계 강화, 대응을 위한 중앙컨트롤타워 구축, 법·제도 정비 등 거버넌스 구축 등 해법 제시가 거듭되고 있지만, 실질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에서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대한의사협회 공동 주최,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주관으로 '생활환경의 위해요인으로부터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관련 학계 전문가, 의료계와 시민사회계 관계자, 언론인 등은 물론 정부 부처 관계자들 모두 생활환경 위해요인 사전 차단과 사건 발생 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체계, 이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통제할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에 공감했다.

▲ 홍윤철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위원장.ⓒ의협신문 김선경
먼저 홍윤철 의협 국민건강위원회 환경건강분과위원장은 생활용품 관련 환경·화학물질 현황과 문제점을 밝히고, 대처방안을 제안했다.

홍 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는 물론 에어컨 청소 파워(항균제) 등의 제조사가 영업 비밀을 이유로 성분을 밝히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기업을 믿고 사용하다 매년 사고를 겪고 있으며,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생활용품에 포함된 환경·화학물질의 실질적 영향을 국민을 알지 못한다. 다만 문헌상 고찰된 정도만 인지하고 있을 뿐이며, 이런 생활화학용품은 수도 없이 많다"면서 "어떤 피해를 볼 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용하고 사고 발생 시 엄청난 피해를 보고 개별적으로 대처하는 상황의 반복은 더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화학물질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을 예를 들어 설명했는데,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그는 "정자 수를 연구한 독립적 연구 61편을 살펴본 결과, 환경호르몬이 대중화된 1940년 이후 1990년대까지 정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 프탈레이트(환경호르몬) 농도가 높을수록 출생아의 IQ가 현저히 저하된다"며서 "이들 환경·화학물질 등은 학습능력, 집중력, 정서능력 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며,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용 중인 환경호르몬 등 화학물질이 10만 개를 넘는다. 이들에 대한 관리체계를 튼튼하고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사용 중이거나 새로 개발되는 화학물질 중 관리대상 물질을 정하고, 유해성 평가를 통해 관리체계로 넘겨야 한다. 물질마다 관리체계를 특성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대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스템은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며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 산하 환경과학원에 국립환경보건센터를 두어 환경·화학물질에 대한 연구, 조사, 관리체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센터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이런 센터를 각 지역에 배치해 지역 관리 안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관련 재원 마련을 위해, 오염물질 부과금에 의학 '공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백현욱 국민건강보호위원회 식품건강분과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살충제 계란 사건에 대한 대응을 예로 들며, 모든 식품에 대한 철저한 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최소한 현재 마련된 법규는 반드시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사안별로 가능한 근본적 환경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다양한 환경 위해요인이 인체와 건강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구 국민건강보호위원장은 위해요인 발생과 위기대응 간 격차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문제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법·제도) 정비 필요성을 역설했다.

가칭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같은 학교보건법, 환경보건법, 산업보건법, 약사법, 식품위생법, 감여병, 검역법, 보건 관련 법령 등의 통합적 상위 개념의 법을 제정해 이 법이 미치는 영역에서는 위기상황 인식과 대응의 시간적, 행정적 차이를 없애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위해발생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지자체 등의 현장 중심 대응체계 즉 발생 현장에서 법률과 관련 모든 분야를 연계해 의학적 초지와 대응인력 파견 등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 마련 필요성도 제기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이 화학물질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음에도 정부의 대처가 미흡함에 우려를 표하고, 유해 화학물질 관리 방안 제시를 요청했다.

윤 사무총장은 특히 정부 부처 간 책인 떠넘기기가 여전하며, 종합적 컨트롤타워 구축 요구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음에 불만을 토로했다.

더불어 정부의 국민과의 소통 부족, 생산기업의 책임성 부재, 위기대응 통솔한 거버넌스 부재 등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이런 지적과 요구에 김대철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과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 법, 제도 그리고 정부 상황에서 상황 대처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의협신문 김선경
한편 홍윤철 위원장은 생활환경 위해사건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의협 역할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 위원장은 "모든 생환환경 위해사건에는 전조증상이 분명히 있었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전조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정부와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적절한 제도와 조사, 감시체계를 만드는 것이 당면 과제다. 관련 정부 부처가 모여 이 부분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이런 내용을 의협에서 공식적으로 정부에 건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무진 의협회장도 공감을 표하고,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이전에도 의협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사회적 사건, 생활환경 위해사건 등에 대해 의료계 종주 단체로서의 의견을 밝혀왔다.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의협회장이 되고 나서도 에볼라, 메르스 사태에 대해 전문가적 견해와 판단을 제공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의협은 적절한 시기에 의료계의 전문가적 견해나 판단을 밝히고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시민사회계, 언론계에서도 문제 해결 시급성에 대한 목소리를 정부에 강하게 전달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그 목소리가 묻히지 않고 해결 시기를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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