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위에 한땀 한땀 수 놓은 '책가도'
한지위에 한땀 한땀 수 놓은 '책가도'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7.10.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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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식 사진전 '책가도: 정물과 초상'
11월 25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
▲ 대형설치 작업.

11월 25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2017년도 젊은 작가 기획전 임수식 작가의 '책가도: 정물과 초상' 개인전이 열린다.

임수식 작가의 대표작인 '책가도' 연작(2007~ )을 집대성한 이번 전시는 지난 10여 년간 350개가 넘는 누군가의 책장을 촬영하며 작가가 마주한 오브제와 개인, 그리고 이들과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 가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에 적절한 표현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임수식표 책가도의 다양한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기존의 여느 '책가도' 전시보다 밀도를 갖춘 중간보고서 격의 전시라 할수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진행해온 '책가도' 작업의 큰 흐름을 살펴봄과 더불어 관람객 참여형 프로젝트와 대형 설치 작업을 통해 '책가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장으로서도 의미를 가진다.

참여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임수식 작가는 관객이 직접 찍어 보낸 책장 사진들을 하나로 모아 한 장의 대형 책장 사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나만의 책장 속 오브제가 누군가의 오브제와 만나 관계를 맺었을 때 관객이 경험하는 '책가도'라는 시각적 형태의 변형이나 오브제가 갖는 의미의 확장 등은 '책가도'가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일 것이다.

▲ 책가도004, 프린트된 한지에 손바느질, 130x102cm, 2008

책과 소품이라는 시각적 오브제와 함께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읽어나가는 행위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가와 마주하거나 책장의 주인공과 대면하게 한다. 천천히 책 등에 적힌 제목들을 읽어 내려가며 그려보는 인물은 한시에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대상이 아니라 조합과 균형, 해체와 조율을 통해 잡아가는 개념적인 초상이다.

가만히 제목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설명처럼 한 사람의 취향과 성품, 그리고 단순한 욕망을 너머 추구하는 가치관까지 읽을 수 있다.

전통 책가도의 주된 목적이 소유자가 추구하던 학자다운 인품과 덕목, 책과 기물을 향유하는 취향 등을 시각화하는데 있음을 염두에 둘 때 이 작업이 개별단위로서 책이 중요하기 보다 그런 책들이 모여지기까지의 시간·노력·정석과 취향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오랜 시간 한 권 한 권 모여 가득 채워진 책장은 그것 자체로 이미 오래된 시간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의미는 오래 묵은 것 또는 헌 것에 가치를 두는 작가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치관은 작업의 형식적인 측면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강조된다. 두꺼운 3합 한지에 바느질한 작업형식은 임수식의 작업 그 자체를 하나의 오브제로 인식하게끔 한다. 한지가 갖는 시간성과 바느질이라는 고되고 긴 노동이 중첩돼 '오래된 무엇, 그래서 가치 있는 무엇'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작가는 작업에 가장 큰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 바느질이라고 했다. 작가가 한지를 최종 인화지로 선택한 사유가 단순히 인화의 품질 때문이기보다는 '동양적 품격을 지니고', '고유의 인피 섬유로 수공예적 가치를 지닌' 오래된 무엇에 가치를 두는 작가의 취향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철저하게 물질세계를 다루는 듯이 보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정신세계를 이야기 하고 있는 작업은 인간 내면의 욕구를 너머 이처럼 책장 주인공의 취향과 이상, 더불어 작가가 삶 가운데 가치를 두는 것들에 대해 나눈다. 이는 결국 한 사람의 총체적인 내면의 초상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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