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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우리는 어디가 아픈 것일까

청진기 우리는 어디가 아픈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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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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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

▲ 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15년 발간한 건강 통계를 보면 한국 국민은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사는 국민이며 건강관리에 더 적은 돈을 사용한다.

2013년 기준 기대 수명은 남자 78.5세, 여자 85.1세로 OECD 평균보다 높으며 자궁경부암 생존율은 노르웨이에 이어 2위, 유방암 사망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낮고 대장암 생존율은 가장 높은 편이다.

심혈관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3명으로 OECD 국가 중 3번째로 낮으며, 전체 의료비 지출은 1인당 2275 USD PPP로 미국인의 1/4을 지출한다.

한국 국민은 DTP·홍역·B형간염 예방접종률도 OECD 국가 중 5∼6위안에 든다. 한국 노인의 독감예방접종률은 멕시코에 이어 77.4%로 2위다.

한국 국민은 OECD 국가 중 의사를 가장 자주 만나는데, 연간 평균 14.6회 만난다. 의사 1인이 진료하는 환자 숫자는 연간 평균 6732명으로 이 또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1.0으로 일본에 이어 OECD 국가 중 2위이며 평균 재원기간은 16.5일로 역시 2위이다. MRI·CT보유수도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당뇨 환자의 족부병변으로 인한 하지절단도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천식/만성폐쇄성호흡기 질환이나 조절 안되는 당뇨로 인한 입원 횟수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아 일견 만성질환 조절이 어려운 것으로 추측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는 다른 국가보다 저렴한 입원비, 충분한 병상수로 병원접근성이 높아 인해 병세가 많이 나쁘지 않아도 입원해 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백내장·분만 등의 외래수술의 비중이 떨어지는 경우도 같은 이유에서 기인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 국민은 OECD 국가 중 가장 건강이 나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미국 국민은 의료비 지출을 가장 많이 하면서도 건강 수준이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나쁘지만 88%가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국민은 실제로 OECD 평균보다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35%만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건강이 나쁘다/아주 나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15%로, OECD평균인 9%에 비해서 높다. 문화적 차이, 또한 일부 설문의 선택 옵션이 다른 국가와 달라서 일본과 한국의 주관적 건강상태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수치이다.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높은 자살률에 주목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언론에서 다뤘듯이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이다.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향정신약품 사용률도 OECD 1위이다.

틀림없이 한국은 전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의학 기술과 의료서비스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암 사망률이 낮아지고, 의사를 자주 만나고, 의료비를 적게 지출하면 국민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본인의 건강 수준에 비해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환자, 환자의 임상적 결과가 좋아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의사, 과연 신체적 질병만이 문제일까?

국민의 주관적 건강수준을 높이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신체적 질병을 단순히 고치는 것보다―WHO가 정의했듯이―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해답은 병원 바깥에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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