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기증' 생명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생명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7.09.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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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간호사 조혈모세포 기증 실천
이식 대기자 3만명에 기증자 2000명선 답보…인식변화·참여 절실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조혈모세포 기증'이에요. 건강한 분들이 많이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15년 전 언니와 함께 헌혈하며 약속했던 '조혈모세포 기증'을 지난주에 실천에 옮긴 염정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간호사의 말이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신장이나 간 등 장기이식에 비하면 비교적 간단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기증한 조혈모세포는 백혈병·악성 림프종·다발성 골수종 등 혈액종양 환자에게 이식돼 질병 완치를 돕는다.

염정원 간호사의 조혈모세포 기증 약속은 15년 전에 이뤄졌다.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중 발견한 헌혈차에서 언니와 함께 헌혈을 했어요. 그때는 혈액 5mL면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등록을 할 수 있다는 설명에 별다른 생각 없이 기증 서약을 했죠. 그 뒤로 매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탁상 달력과 홍보자료 등이 집으로 왔지만, 기증 확률이 매우 낮다고 해서 거의 잊고 살았어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려면 환자와 기증자 간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해야 한다. 조직적합성항원의 일치 가능성은 부모가 5%, 형제자매가 25% 정도이다. 그 외 비혈연 관계는 수천 내지 수만 분의 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염 간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는데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겠냐고 물었다. 15년 전 같이 헌혈을 했던 언니에게도 10분 전에 협회 직원이 전화했다는 얘기를 들은 뒤였다.

염 간호사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기증을 결정했다. 출산한 지 얼마 안된 언니 몫까지라는 생각도 함께였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젊은 여성에 대한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직원의 전화를 받고, 그 뉴스가 바로 생각났어요. 이번 이식 환자가 어떤 질환인지는 모르지만, 제 조혈모세포만 기증받으면 살 수 있겠지…. 나도 엄마이고 아내인데 그 환자의 가족들은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기증자가 있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거절한다면 평생 마음 한구석에 남을 것 같았어요."

이름 모를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염정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간호사는 이식받은 환자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자격은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다. 실제 기증은 만 55세까지 가능하다.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면 조혈모세포 이식 전에 X-ray·심전도·혈액 검사 등 건강검진을 진행한다. 검진 결과 올해 40세인 염 간호사는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한 덕에 건강에 문제가 없어 기증이 최종 결정됐다.

"조혈모세포 기증 방법은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과 골수 기증, 제대혈 기증으로 나뉘는데 첫아이를 낳을 때 제대혈을 기증했고, 이번에는 말초혈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는 거예요. 사실 전신 마취를 하고 진행하는 골수이식이라면 정말 많이 고민했을 텐데,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은 헌혈과 비슷한 방식이어서 가장 쉬운 기증에 속하죠.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생명을 나누는 아름다운 일에 동참했으면 해요."

염 간호사는 기증 3일 전부터 골수의 조혈모세포를 말초혈로 이동시키기 위한 과립구집략촉진인자 피하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기증일에 약 6시간에 걸쳐 말초혈 조혈모세포를 채취했다.

"이식 환자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아파서 못했던 일들도 마음껏 하면서 말이에요."

염 간호사는 "사실 별거 아닌데 간호부장님을 비롯해 병원 동료 직원들이 너무 칭찬해주셔서 쑥스러웠어요. 평소 간호사로서 돌보던 환자가 회복될 때 보람을 느끼는 데, 조혈모세포 기증은 또 다른 기쁨과 보람이 있어요. 수만 분의 일의 확률로 이뤄진 기증이라 좀 더 특별한 거 같네요. 로또 맞은 기분이에요."

국내 연간 장기 기증자 수는 최근 5년간 2000명 선에서 답보상태다. 한 해 장기 이식 대기자수가 3만 명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할 때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각막 기증에도 서약했다는 염정원 간호사의 바람처럼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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