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8월 초 한 언론을 통해 특정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임의로 입원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공의들이 간호사에게 처방을 떠넘겼고, 간호사들이 어쩔 수 없이 전공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통해 EMR에 접속해서 직접 약을 처방해왔다는 것이다.

내부 제보에 의해 취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최초 보도에서 이런 행위를 의료법상 무면허의료행위가 아니라 면허대여로 판단했으며 무면허의료행위와 달리 면허대여에 대한 처벌은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가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제보의 의도나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로 의사의 판단 없이 간호사가 직접 환자의 증상에 따라 약을 선택하고 처방을 입력했다면 이는 간호사의 무면허의료행위이고, 의사는 이를 지시하거나 방조한 경우에 한해 처벌될 뿐이기 때문이다.

제보 경위나 사건의 신빙성을 떠나 해당 보도를 통해 진료기록부 작성을 포함한 의료행위의 일부를 어느 수준까지 간호사나 비의료인 직원에게 대리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의료법상 의사의 임무는 의료와 보건지도인데, 여기서 말하는 의료가 과연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정의한다.

한편 의료법상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된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돼 있다. 결국 의료와 간호가 실제 어떤 행위를 의미하는지 모호한 측면이 있으나, 적어도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는 진단·치료 방법 선택과 같은 판단을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하는 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 처방 입력 대행 뿐 아니라 EMR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인의 진료기록부 입력을 다른 의사나 간호사·직원이 대리하는 상황도 있고 학생 실습 중 학생이 다른 의사의 아이디로 진료기록부 일부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단순히 '입력'이라는 사실행위만을 의사의 지시에 의해 타인이 대리한 것에 불과하므로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

앞선 보도 내용이 실제 벌어졌다고 가정하는 경우, 문제가 되는 행위는 간호사가 의사의 아이디를 이용해 처방을 직접 입력한 것이 아니라 처방에 대한 판단을 자신이 직접 시행했다는 것이다.

종합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들은 대개 약속처방이나 PNR과 같은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보도와 같은 간호사의 행위를 의사가 지시하거나 방치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다만 환자 대부분이 장기간 입원하거나, 수술 후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한 처방이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환자에 대해 의사 또는 간호사 개인의 일시적인 일탈행위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처방 뿐 아니라 척수마취와 같은 시술을 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시 없이 시행해 처벌된 사례도 존재한다. 이런 위험성은 시스템적으로 제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정상적인 소통과 보고체계가 정립돼야 하고 의사 본인의 개인정보 보호 역시 필수적이다. 또 처방과 같이 기록이 남는 행위 외에도 간호사가 독립적인 판단으로 의료행위를 하지 않도록 사전교육도 충실하게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전문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인들에 대한 업무분담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면허의료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처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심지어 간호사의 무면허의료행위 후 이에 대해 의사가 자신이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해당 의사가 무면허의료행위 방조로 처벌된 사례도 존재하고 형사처벌과 함께 당연히 면허정지처분이 뒤따르게 된다.

자신이 운영하는 의료기관 내에서 위법의 위험이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