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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인 1개소법 위반했어도 지급 거부는 안돼"
법원 "1인 1개소법 위반했어도 지급 거부는 안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9.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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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대여 의료기관, 건보공단 상대 2심도 '승소'
"건보공단은 병원 개설 효력 다툴 자격 없어"
▲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해 요양급여 비용 지급을 거부한 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료법에 따라 행정청이 개설을 허가한 의료기관에 대해 제3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나서 개설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A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의 항소와 원고의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 1심 판결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1심은 건보공단이 A원장에게 한 요양급여비용 지급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 하더라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는 만큼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지급 거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건보공단은 "B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B병원장이 원고의 명의를 차용, A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과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에 위반되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소정의 의료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결정(99헌바76, 2002년 10월 31일 선고)을 인용, "현행 법령이 당연요양기관지정제를 채택한 이유는 지역적·진료부문별 의료공백과 지정수가제 등을 이유로 다수의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의 지정을 거부하는 현상 등을 방지하고, 국가가 의료보장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법률에 의해 모든 의료기관을 국민건강보험체계에 강제로 편입시킴으로써 요양급여에 필요한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피보험자인 전국민의 의료보험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을 당연한 요양기관으로 하여 요양급여를 실시하도록 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형사책임까지 지워하며 요양급여 실시의무를 강제하는 반면에 요양기관은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법익침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한 고법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소정의 의료기관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요양급여를 실시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떠한 의료기관에 대해 하나의 의무를 인정하면서 다른 하나의 의무를 부정하게 된다면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는 것.
 
고법 재판부는 "병원이 의료법 제33조 제4항에 따라 허가를 받았다면 허가가 당연무효가 아닌 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만을 의미한다"는 건보공단의 주장에 대해 고법 재판부는 "그렇게 해석할 경우 의료법 제36조에 정한 시설기준 중 경미한 위반행위가 있음을 간과하고, 행정청이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한 경우까지 모두 무효라고 보게 돼 요양기관의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돼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그러한 하자를 모르고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를 한 경우까지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돼 의료기관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고법 재판부는 "A병원은 C시장에게 적법하게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았고, 허가에 당연무효의 사유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A병원을 개설한 2011년 11월 4일 당시 구 의료법에는 제4조 제2항이 존재하지 않았고, 구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병원 개설을 당연무효로 볼 수 없다"고 밝힌 뒤 "A병원이 소정의 의료기관에 해당하하고, C시장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 행정처분을 한 이상 제3자인 건보공단이 병원 개설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처분의 공정력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의료법 제33조 제8항) 역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의 명의를 대여한 경우(의료법 제33조 제2항)와 마찬가지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인 만큼 당연무효라는 건보공단의 주장에 대해 고법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2항과 8항 위반의 불법성을 달리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의료법 제4조 제2항과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점만으로는 개설 허가의 취소 사유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법 재판부는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금지는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에 관해 엄격한 자격요건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 의료법의 기본 목적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임에 반해 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는 그러한 목적과 별개의 정책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중복 개설을 허용함으로 인해 각종 정보의 공유·의료기술의 공동연구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 공동구매 등을 통한 원가절감 내지 비용 합리화 등 순기능의 측면이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의사가 의료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병원을 소유함으로써 수익을 얻어 일종의 영리법인에 준하는 형태를 띠게 되어 국민건강보호라는 공익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형태가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우선 고려한 정책적 입법"이라고 두 조항의 목적을 달리 구분했다.
 
두 조항의 처벌 역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은 개설허가 취소 대상인 반면 제33조 제8항 위반은 형사처벌이기는 하지만 별도의 개설허가 취소 규정이 없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제33조 제8항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개설허가가 취소될 여지가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고법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개설된 병원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12다72384, 2015년 5월 14일 선고)이 존재하는 반면에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거부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해서는 하급심 판결의 결론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이 사건 처분의 하자는 당연무효 사유로 단정할 수 없고, 단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없어 기각하고,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고법판결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병원을 개설한 데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처분한 건보공단의 처분을 취소한 고법 판결(2014누69422)과 유사한 두 번째 판례로 향후 복수 개설과 관련한 하급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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