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약 1년 사이 의료계에서는 몇 건의 굵직한 리베이트 사건이 적발됐다. 수십개 제약회사가 연루된 전주 모 병원 사건, 회장이 구속된 동아 ST 사건, 키 닥터 관리 과정에서 좌담회나 자문료 등 명목으로 금품이 제공된 한국 노바티스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각 사건에서 의료인의 금품 수수 행위 유형이 각기 상이하고, 실제 처방유도 등 목적으로 금품이 제공되는 것을 인지했는지 여부도 동일하지 않다.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처벌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일부 사건에서는 아직도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금품 수수의 적법성 여부를 섣불리 단언할 단계는 아니다.

반면 제약회사나 영업사원들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완료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고, 별개로 보건복지부에서는 각 제약회사 생산 의약품에 대해 약가인하나 급여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진행했다.

일부 사건의 경우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져 행정처분 적법성에 대해 다툼이 예정돼 있으나, 특정 회사 생산 다수 의약품에 대해 행정처분이 내려짐으로 인해 의료인들의 처방에 혼란이 발생하고 환자들의 약품 선택에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이런 사정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2014년 국민건강보험법의 개정을 통해 리베이트 연루 의약품에 대한 제재를 약가인하에서 급여정지로 변경한 것에 있다.

리베이트 규제의 가장 큰 목적은 가격에 반영된 거품을 제거하는 것인데, 리베이트 연루 의약품의 보험급여 적용을 정지시킨다면 결국 다른 대체의약품이 정상 가격으로 사용될 것이므로 과연 이런 조치가 약가인하 처분에 비해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다만 여기서 리베이트 쌍벌제나 급여정지 제도 자체의 적법성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인들이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은 개인의 불법적인 리베이트 수수 행위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리베이트 적발 사례 중 일부는 제약회사의 의약품 포지셔닝 강화를 위한 영업 과정에서 의료인이 제공 목적을 인지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이지만, 다른 대부분의 사건은 관행적으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법이 허용하지 않는 수준의 대금할인이나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발생했다. 높은 약가 수준과 불안전한 약가 제도로 인해 장기간 의료계에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있었던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가는 국민건강 보호, 건강보험 재정건전화, 공정하고 자유로운 보건의료시장의 경쟁 확보라는 공익을 위해 어떻게든 리베이트 수수를 금지하고자 하고 있고, 계속 강화된 처벌 제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해 의료인들은 환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자신은 가볍게 생각하는 리베이트 수수 행위로 인해 특정 의약품의 보험급여가 정지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물론 보건복지부에서는 대체의약품이 없거나, 환자들이 약물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대체의약품의 처방 및 공급·유통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급여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는 이런 과징금 전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고, 최근 한국노바티스 글리벡의 급여정지 적용 제외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시선에 비추어 급여정지 처분의 기준이 완화되거나, 제도 자체가 변경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의료인들의 리베이트 수수 관행 근절 및 제약사 제공 금품에 대한 강한 의심만이 환자의 건강권 수호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