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보험이사 "유럽도 의료질 저하는 불가피 인정"
빠른 퇴원, 급성기 질환에 적합해 국내 현실 안 맞아
정부가 보장성강화를 위해 42개 공공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던 신포괄수가제를 민간병원으로도 대폭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신포괄수가제가 과연 친환자적 정책이 맞느냐'는 쓴소리가 나왔다.
홍순철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6일 열린'신포괄 지불제도의 변화와 발전방향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홍 이사는 "신포괄수가제를 둘러싼 많은 논의 중 빠져있는 게 바로 환자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 논의에서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정책 제언을 내놨지만 재입원율이나 합병증 발생률, 사망률 변화 등 환자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은 신포괄수가제 디자인 자체가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온 것임도 지적했다.
홍 이사는 "신포괄의 핵심은 입원기간과 약제 사용을 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급여가 꼭 필요 없는 처방인가"라며 "그렇다면 지금의 방식은 옳다. 그러나 비급여가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다면, 환자는 그 치료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의료질 저하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같은 포괄적 지불방식이 의료질 저하를 불러왔다는 게 확인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홍 이사는 "유럽 지불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자가 다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퇴원하라고 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의료질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며 "신의료기술이 나와도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산병원 연구에서는 환자 본인부담금이 10% 감소했다고 하나, 이는 실손보험으로 대부분 돌려받는 돈이다. 본인부담금 10% 감소에 의료질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만성질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신포괄수가제는 급성기 질환에 적합하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홍 이사는 "유럽에서도 만성질환인 정신과나 재활의학과 등에서는 포괄 지불제도를 사용하지 않는다. 포괄의 기본 전제는 빠른 퇴원인데, 이는 만성질환 치료와는 모순되는 것"이라며 했다.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가산을 검토하지 않는 점도 비판했다.
홍 이사는 "전체 35%의 정책가산율 중 병원이 받는 인센티브는 평균 22%에 그친다. 민간병원이 받는 메리트는 오직 인센티브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산이 전체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민간병원들의 참여 확대를 유도하긴 어렵다.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명시해 의료계 수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