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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맞은 정신건강복지법 미운오리새끼 전락

100일 맞은 정신건강복지법 미운오리새끼 전락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9.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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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관련 21개 기관, "인권보장 안된다" 법 전면개정 주장
차별 금지 등 내용 담은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22개 제안

▲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00일을 맞아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신건강 관련 21개 기관 관계자들이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 100일을 맞았지만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차별이 더 심해져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취약한 점이 많아 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 정신건강 관련 21개 기관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더 나은 환경에서 치료받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 태어난지 100일밖에 되지 않은 정신건강복지법을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 주목받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보장과 보편적 복지서비스 제공을 강화하고, 전 국민에 대한 정신건강증진서비스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면에서 우리나라 정신보건의 역사에서 진일보한 변화를 기대케 했다.

그러나 추가진단제도(입원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과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인 정문의 소견이 일치해야 2주 이상 치료입원 가능),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기준 강화(비자의입원 기준 완화 필요) 등으로 법 시행 이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이에 정신건강 관련 21개 기관은 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정신건강 정책솔루션포럼'을 열고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00일을 점검하고 정신건강 증진체계 강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정책과 전략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정신의료현장의 영향과 개선방안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지역사회현장의 영향과 개선방안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한 정신질환자 인권강화 개선방향 ▲정신질환자 인권보장의 실질적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회복지향적 정신건강서비스 전달체계 제안 ▲회복지향적 정신건강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 및 기능 제안 ▲회복지향적 재활 및 주거서비스의 제공체계 제안 ▲회복지향적 복지서비스 제공 및 전달체계 제안 등 법 전면개정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 ⓒ의협신문 김선경
무엇보다 포럼에서는 '정신건강복지법이 태어나자마자 난도질 당하고 있다', '100일 잔칫날이 바판의 장이 되고 있다', '못난 자식이 태어난 느낌이다', '정부가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한 졸속입법이다', '정신장애인 옹호와 인권신장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법 조항들이 가지는 절차적 일방성과 형식성·모호성·추가진단 관련 편법적 예외조항 적용으로 인해 당사자·가족·의료인·법조계 모두로부터 정신질환자에 대한 실질적 인권보장 장치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판들이 쏟아졌다.

포럼과 함께 21개 기관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 중심의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22개를 담은 공동 선언문도 발표했다.

21개 기관은 공동 선언문을 통해 "국가는 국민정신건강 기본계획 수립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예산을 확보해야 하며, 정신건강증진과 자살예방을 위해 범부처와 민간이 참여하는 국가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주장했다.

또 "정신장애인은 법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있어 법적으로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야 하며, 모든 정신질환자가 최적의 환경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기관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삭제해 정신장애인이 다른 장애인과 동일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지역사회에서 건강·평생교육·문화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등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에 당사자와 가족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당사자와 가족의 단체활동, 자립지원활동에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자신에게 제공되는 치료 및 보호, 재활서비스의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수용위주의 입원치료를 시급히 개선할 것도 요구했다.

이들 기관은 "입원중인 정신질환자는 자유롭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치료받고 빠른 시간 안에 퇴원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하고, 병원치료는 급성기, 재활기 입원치료, 집중외래 및 사례관리 등 지역친화적 형태로 다양하게 조정되고, 그 단계와 수준에 따라 적정 치료인력과 치료행위가 결정되어야 하며, 이에 걸맞는 수준의 보험급여가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이와 함께 "정신질환 의료급여 환자에만 적용되고 있는 입원정액수가제는 폐지돼야 하며, 신체질환 및 건강보험 급여 수준으로 차별없이 조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신건강심의위원회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전담 행정지원체계를 두어 집중사례관리, 복지 및 주거지원 등의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하며, 불합리하게 민간에 맡겨져 있는 전문의 추가진단은 100% 공공행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 기관은 이를 위해 "공적 추가진단인력 증원 및 행정지원체계가 시급히 구축돼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강제입원은 사법/준사법 형태로 국가와 공공의 책임하에 이뤄질 것"도 제안했다.

정부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 기관은 "정부는 '탈원화'를 정신건강정책의 실질적 목표로 선언하고, 지역사회 내 정신재활시설의 유형별 확충방안을 세우고, 시군구 단위에 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중앙 및 지방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등 다학제적 위원회에 정신재활시설(중독재활시설 포함) 인프라 구축계획 수립을 위한 TF를 설치·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제공의 핵심공공기관으로서, 종사자 고용의 안정성과 책임성 있는 역할수행을 위해 공공에 의한 운영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광역과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사례관리서비스로부터 복지 및 주거서비스 연계까지의 기능을 연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정신요양시설은 입소대상을 한정하고, 단계적 기능전환을 통해 탈시설을 도모해야 하며, 성년후견인 제도의 적용은 합목적성과 진정성 면에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관은 "알코올사용장애 등 중독질환에 대한 별도의 법제정이 필요하며, 국가의 투자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하고, 아울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중독재활시설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 수준으로 기능과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같은 질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정신건강 전문 인력을 인구 1000명당 1명 수준으로 확보할 것"도 강조했다.

 

<정신건강 관련 21개 기관>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중독포럼,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한국교육심리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한국정신보건연구회, 한국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 한국정신장애연대,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협회,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한국조현병환우회 '심지회', 한국중독관리센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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