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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신기술 다루기엔 너무 낡은 생명윤리법

'유전자 가위' 신기술 다루기엔 너무 낡은 생명윤리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8.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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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혁명 발맞춰 '생명윤리법' 개정 필요...국가생명위 지원해야
생명윤리정책연구원·보건복지부 30일 공청회...공론·합의 관건

▲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왼쪽)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각 분야 패널토론자들이 첨단 생명과학기술 연구 추진 방향 및 사회적 책임에 관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현행 생명윤리법과 제도로는 유전자 가위·미토콘드리아 치환술 등 새롭게 등장하는 생명과학기술을 둘러싼 생명윤리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월 30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명윤리정책을 말한다'를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서 "새로운 생명과학기술 발전과 생명윤리를 둘러싼 쟁점에 적절히 응답하기 위해서는 생명윤리의 기본 가치와 원리를 선언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절차를 제도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첨단 생명과학기술 연구를 둘러싼 생명윤리·법·사회적 영향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기조발표를 맡은 김 교수는 "생명윤리와 과학이 동시에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공론의 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생명윤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명윤리위원회와 병원윤리위원회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윤리·법·사회적 영향 연구 제도와 생명윤리 기술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제적 수준의 의료·건강 정보에 대한 규제방식과 위험관리모델을 도입하고, 연구자와 시민의 생명윤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이슈에 직면해 고도의 상상력과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탐구하는 규범활동이 이 시대에 필요한 생명윤리"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이를 가능하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 생명윤리정책의 사명"이라며 "생명윤리 활동은 규범을 단순히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적합한 생명윤리규범을 형성해 나가는 작업"이라고 헬싱키선언과 같은 집단적 지혜에 의한 자율규제에 무게를 실었다.
 
▲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공청회에서 김현철 이화여대 법전원 교수가 4차 산업혁명과 생명윤리정책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정성철 이화의대 교수는 '첨단 생명과학기술 연구의 한계와 및 추진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유전자편집 기술은 현행 생명윤리법 체계에 따라 체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와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전자치료를 위한 전달방법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질환을 심각한 질환으로 제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법률에 의해 금지조항을 나열해 가능한 연구와 불법적인 연구를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연구에 대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배아연구도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에서 개별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생명윤리법에는 유전자 변이 여부를 알 수 없는 잔여배아만 연구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변이 교정 실험이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반면에 질병 치료가 아닌 외모·성격·지능 등을 개선·강화하는 목적의 배아 유전자를 바꾸는 행위는 규제하지 않는 법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배아의 변이 유전자를 고치는 방식은 비후성 심근증은 물론 대부분의 유전병에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김 단장은 "수 십만 명의 환자와 가족이 매일 흘리고 있는 눈물과 후손이 받게 될 고통을 우리 사회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인간의 배아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법률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은주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줄기세포센터 교수도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심의위원회가 공정하고 신뢰성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간배아 및 생식세포 편집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까다롭게 규제를 하더라도 연구는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이나 법규를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심의와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 IRB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오상철 고려대 기관생명윤리위원장(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유전자 연구를 비롯한 생명과학연구에서 IRB 심의와 진행과정을 지키기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면서 "윤리적·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IRB에서 심의·검토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민영 홍익대 법대 교수는 "미래 위험과 미래 세대에 대한 파급 효과를 비롯한 안전성 문제와 접급성·사회적 불평등 등 인간 향상 기술에서의 윤리적 문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첨단 생명과학기술 연구와 생식세포 사용에 대한 사회·문화·윤리·환경적 영향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미래세대에 영향을 주는 현 세대의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최규진 인하의대 교수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생명윤리법 개정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유전자편집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전문가와 사회구성원이 함께 합의하는 과정을 충분히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목광수 서울시립대 교수(철학과)는 "유전자편집 연구는 임상 적용 직전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사회가 중시하는 존엄성·자율성·정의·공익·선행 등 윤리적 가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구를 진행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면서 "연구 과정부터 공개성을 갖고 시민사회가 전문가 집단의 공론화와 함께 공적 심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공론과 합의에 무게를 실었다.
 
박 과장은 "생명과학 연구와 윤리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어디까지 연구를 허용하고, 모니터링과 사후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안전성 문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공론과 합의 과정을 통해 가이드라인과 법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맞춰 생명윤리법을 개정하되 사회적 논의와 공론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명윤리정책을 말한다를 주제로 열린 공청회 참석자들은 첨단 생명과학연구에 걸맞는 생명윤리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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