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는 '중재원' 진료환경 '악화' 유발
신뢰 잃는 '중재원' 진료환경 '악화' 유발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8.24 06:1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합공제 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를...법 제정보다 개정이 수월
이동욱 법제위원 23일 '안정적 진료환경 확보 법률 공청회' 주제발제

▲ 이동욱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위원이 23일 안정적 진료환경 확보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 추진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전문성과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정위원의 60%가 비의료인인데다 신속성을 강조한 나머지 감정의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분쟁 조정 업무의 성격과 맞지 않는 수사기관 수탁감정까지 수행, 전문성과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동욱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위원은 23일 의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안정적 진료환경 확보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 추진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인천 산부인과 태아 사망 사건에 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과실로 감정했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산부인과학회의 전문가 판단이 중재원의 감정 결과와 엇갈리는 바람에 산부인과 의사가 금고형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중재원은 신속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 법제위원은 "중재원의 의료분쟁 상담 건수가 2012년 2만 6831건에서 2015년 3만 9793건으로 급증하면서 전과자 보건의료인을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제위원은 "불길 속에 뛰어든 소방관이 시민을 살리지 못했다고 형사 처벌하지는 않는다"면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의사에게 결과가 좋지 않다고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로 인한 전과자 보건의료인 양산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통사고처리특별법과 같이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에 대해 형사 처벌 특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이 법제위원은 "피해의 신속한 회복과 국민 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금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공제에 가입한 경우 처벌 특례를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안정적 진료환경 확보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 추진 공청회 지정토론. 왼쪽부터 이필수 전남의사회장, 김영준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법제부회장,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총무이사, 이동욱 법제위원, 김록권 좌장, 조정기 대한신경외과학회 보험위원,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김연희 변호사(법무법인 의성).ⓒ의협신문 김선경

지정토론에서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의료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는 의료인의 과실이 아니다는 전제를 반영해야 한다"면서 "중재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감정과 조정결과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신 진료 대신 방어 진료와 중환자 진료를 피하는 데 따라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이 회장은 "중환자·고위험환자·응급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조정자동개시검토위원회'를 설치해 사망·의식불명·의료사고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재원 역시 민법상 과실책임 원칙에 반하는 분만실적이 있는 자에게 분담할 게 아니라 일본과 대만처럼 국가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준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법제부회장과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총무이사 역시 불법행위나 고의가 없다면 형사 처벌을 면제하고,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수가와 위험도 상대가치점수 인상을 통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조정기 대한신경외과학회 보험위원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과실과 의료사고의 억울한 피해를 구제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치료 중 발생하는 사망과 중증 장애 모두를 분쟁조정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오해와 분쟁을 일으키는 법률이라면 의당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 안정적 진료환경 확보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 추진 공청회에서 지정토론을 펼치고 있는 각계 주요 인사들.ⓒ의협신문 김선경

중재원의 업무가 너무 넓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성격이 다른 업무까지 취급하면서 오히려 조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형욱 의협 대의원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 법제 및 윤리분과위원장(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은 "조정은 양쪽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양보와 타협으로 나가야 하는 반면에 감정은 상당히 직권적인 성격이 강하고, 손해배상은 또 다른 영역"이라며 "성격이 다른 영역의 업무를 하나의 기관에서 운영하면 당연히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보건의료인의 면책 사유는 좁아지고, 책임 부담은 늘어날 수 있는 우려도 있다"면서 "특례법을 신설하기보다는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더욱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 공감과 동의를 얻지 못하면 입법이 어렵다"고 밝힌 박 위원장은 "형사 처벌이 급증하는 문제점을 제기하기에 앞서 의료행위에 대해 불필요하게 처벌하는 것은 진료에 악영향을 끼치는 방어 진료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면서 "형사책임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대신 환자가 의료인의 민사책임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회색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연희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에도 상해로 인해 생명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불치 또는 난치 질병이 생긴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선한사마리아인의 중과실은 면책이 되지 않으며, 경과실도 임의적 감면 사유"라면서 "특례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중과실이나 사망에 대해 면책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기존 법규를 분석하면 특례법을 신설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려면 보험가입이 되어 있고, 사망이 아닌 상해이면서 의사에게 중과실이 없어야 하고,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새롭게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면서 "결국 의료인에게 보험가입 의무만 있고, 특례를 인정하지 않는 형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최근에는 사기를 포함한 형사 사건에서도 조정제도를 도입했다"면서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살리려는 것이지 죽이려는 게 아니므로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로 인한 악 결과를 민사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한 만큼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인식해 합의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공청회를 주최한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 4년째를 맞고 있지만, 합리적인 조정과 중재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에게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료분쟁조정제도의 근본취지를 살리고, 의료인과 당사자가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의료사고 감정단과 감정부가 객관성 있는 의학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의료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면서 "의료인과 환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좌장을 맡은 김록권 의협 상근부회장(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은 "강제조정 도입 이후 나타나고 있는 방어진료와 중환자 회피 현상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안정적인 진료와 신뢰 회복을 위해 조정제도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정토론을 정리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장·최대집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 등을 비롯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원하는 회원들이 참석,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공청회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중재원 감정의 신뢰성과 전문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감정이나 감정 보완 절차를 마련하고, 수탁감정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재원이 의료기관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여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해야지 강제로 조정절차에 참여토록 하는 식의 접근방식으로는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고, 불신을 야기하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 추무진 의협 회장은 중재원 감정단이 객관성 있는 의학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김정부 구성에서부터 전문가가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의협신문 김선경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의협회장은 얼굴지아라 2017-08-24 12:18:12
법이 생기기 전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안되게 해야지, 법이 생긴 뒤에 생색내기, 회원들에게 돌 맞을 까봐, 얼굴 디밀고 뭐라 하는 건... 회장님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해서, 회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 치아라.

SG 2017-08-24 09:44:32
이미 예상되었던 일임. 비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영역을 판단한다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 모든 의료적 처치의 생존률은 100% 가 될 수 없고, 모든 의료적 처치에는 S/E 와 Cx 이 존재하는데,,, ㅉㅉ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