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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적정수가 보전' 믿지 않는 의료계
문재인케어 '적정수가 보전' 믿지 않는 의료계
  • 박소영 기자 young214@kma.org
  • 승인 2017.08.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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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서 "공급자 희생만 강요" 날선 비판
의협 이사 "적정수가, 의료전달체계 확립 먼저"

▲ 문재인케어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30조원이 넘게 투입되는 '문재인케어'의 재정조달 안정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따른 의료이용 급증과 의료평준화, 의료기관의 수익감소로 인한 경영악화 등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보장성강화 추진에 따른 재정추계를 통상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하는 한편, 의료계에 일방적인 희생은 강요하지 않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주최한 '문재인케어 실현을 위한 과제 점검 토론회'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정부 정책을 다시 한번 설명하며 안정적 재원조달과 적정수가 보전을 약속했다. 정부는 63%대인 보장률을 70%로 올리기 위해 총 30조 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0조원의 건보 누적적립금 활용과 국고지원, 보험료 인상을 통해 이를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정통령 과장은 "정부 추계는 2015년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으며 통상적인 방식을 활용했다. 중기 보장성강화 대책과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빈도 증가 역시 고려했다"라며 의원협회 등이 제기한 과소 추계 우려를 일축했다.

재정조달에 대해서도 "매년 보험료를 3% 인상하면 최대 26조원의 추가수입이 가능하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으로 지출관리가 동반되면 문제 없다"라고 했다.

적정수가 보전에 대한 입장도 내놔 "비급여의 급여전환시 파악 가능한 원가에 근접한 가격을 설정하고, 이로 인한 수입감소는 저평가된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해 수가의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며 "결코 의료기관에 손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심사체계 개편 방향도 "건별 심사에서 의무기록에 기반한 기관별 경향 심사를 할 것이다. 이는 의료인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라며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적정빈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경우 무조건적인 심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관별 진료경향을 분석해 이에 현저히 벗어날 경우 정밀 심사를 통해 전수조사를 하겠다"라며 "무조건적인 총량기준이 아닌 의학적 판단이 기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 우려의 목소리는 거셌다. 30조원으로 보장률 70% 달성이 가능할 것이냐부터 정부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조현호 의협 의무이사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정부의 계획은 단순히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고가의 항암제를 복용하는 환자 등은 계속해서 재난적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해도 최대 보장률은 70%대다. 2005년부터 13년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도 보장률은 제자리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노인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라며 "막대한 돈을 들여도 현행 유지조차 어려웠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정책 목표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조 이사는 "급여화로 수가가 낮아지고 의료이용이 많아지면 서비스의 질은 당연히 떨어진다. 의료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평등권 보장의 문제가 생긴다"라며 이는 궁극적으로는 정부 의도와 달리 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했다.

그는 "이미 지금도 상당히 왜곡된 체계이나 그나마 일차의료가 유리했던 게 가격"이라며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되면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간 차이가 크지 않다. 지금도 경영이 어려운 중소병원과 일차의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장성강화를 위한 추진 계획이 적절한지 다시 한번 짚어보고 재정추계를 따져봐야 한다. 의료질이 감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해 동의를 구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적정수가 보전과 전달체계 확립이 선행된 이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태진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는 "보장성강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는 다시 확인이 필요하다. 가격이 내려간 초음파와 MRI 등에 대한 이용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이 쉽지 않다"라며 "그간 적자보전의 명목으로 제공되던 비급여가 급여로 들어오며 나타나는 의료계의 수가인상 요구까지 감안하면 30조 6000억원은 과소 추계일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라고 했다.

문재인케어의 보장률 목표가 70%인 점도 비판했다. 또 다른 비급여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타협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비급여 대상 의료에 대한 확실한 평가와 사후관리 계획이 수립돼야 하며 혼합진료 금지조치 등으로 비급여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급여 발생 원인의 상당부분이 의료기관의 적자보전 차원이었다면 적정수가 산정 이후에는 신규 비급여가 사라져야 마땅하다"라며 "만일 신규 비급여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국민 재정부담만 늘어난 채 보장률이 뒷걸음치는 상황이 올 것"이라 했다.

서진수 대한병원협회 보험부위원장은 "공급자 입장에서 문재인케어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라며 "적정수가 보전을 전제로 제도 추진을 언급하지만 공급자의 희생만을 강요당했던 많은 사례를 돌이켜볼 때 이번 보장성강화 정책이 의료기관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를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수가의 정상화와 함께 적정수가가 담보되지 않는 비급여의 급여 전환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의료기관 폐업으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위원장은 "보험료 인상을 위해서는 국민 동의가 필요하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이것이 가능할지 역시 의문"이라며 "건보 재정 위기시 수가인하 등으로 공급자의 희생만을 강요했던 과거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국고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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