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상·한광협 교수팀, 간경화 환자의 간암 발병 신호경로 규명
티지에프-베타(TGF-β) 신호와 스네일 유전자가 간암 발병 유도
대표적 간암 위험군인 간경화 환자에게서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노원상(연세대 소화기병연구소)·한광협(연세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간경화가 진행된 간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티지에프-베타(TGF-β) 신호가 간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
간경화는 대표적 간암유발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강경화 환자에게서 5년 내에 간암이 발생하는 비율은 10∼3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위험 요인에도 아직 간경화 상태에서 간암발생이 높게 나타나는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간경화 환자에게서 효과적으로 간암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간경화 상태에서 나타나는 어떤 유전적·헤포적 특성이 간암발생을 잘 일어나게 하는지 밝히는 것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TGF-β 신호가 간경화를 일으키는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고, 간경화 환자에게서 대부분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기존 연구를 보면 TGF-β 신호는 암 발생 초기에 암 억제 기능을 해 종양 초기단계에서는 비활성화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암 발생 후기에는 활성화되어 암세포의 조직침투 및 전이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바와 달리, 활성화된 TGF-β 신호가 암 발생 초기부터 간암 생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연구팀은 먼저 유전자조작 기법으로 P53과 히포(Hippo) 신호 기능이 결여된 간암 발생 생쥐 모델을 제작했다. 이들 간암 동물모델에서 세포외벽의 수용체를 유전적으로 제거하거나, 세포 내 TGF-β 신호매개체를 녹다운(knockdown)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TGF-β 신호경로를 차단시켰다.
그 결과 정상적인 TGF-β 신호를 갖는 경우에는 간암이 전체 간을 덮을 정도로 잘 생기는 반면, TGF-β의 신호경로를 차단하거나 스테닐 발현을 억제했을 때 간암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또 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간암조직 유전자발현 패턴을 분석하고, 인간 간암세포의 조직배양 실험을 통해 생쥐 모델에서 발견된 TGF-β와 스네일 유전자의 종양유발 효과가 인간의 간암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간경화 환자에게서 간암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이 간섬유화와 간경화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TGF-β 신호의 활성화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밝혔낸 것으로, 앞으로 TGF-β 신호를 억제하는 방법을 통해 이러한 간암 위험군에서 간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TGF-β 신호 억제를 통한 간암 예방법은 다른 조직의 암 발생을 증가시키거나 다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직접적으로 TGF-β 신호를 표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훨씬 더 적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스네일 유전자를 표적치료 하는 것이 간암예방 및 치료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 교신저자인 노원상 교수는 "이 연구는 TGF-β 신호경로가 특정 유전적 환경의 간에서 어떻게 종양생성을 유도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며 "향후 TGF-β나 스네일 유전자를 표적해서 간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임상 적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소화기학 및 간장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소화기학(Gastroenterology)> 7월 20일자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 TGF-β 세포와 조직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호로, 암 발생 후기 시점에 암세포의 조직침투와 전이를 유도하는 역할을 함. * 스네일(Snail) 유전자 상피세포의 특성을 감소시키고 간엽세포의 특성을 갖게 하는 유도인자. * P53 대표적 암 억제 유전자로서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사멸을 유도함. * 히포(Hippo) 발생 중에 세포의 성장과 사멸을 조절하여 조직과 장기의 크기를 조절하는 신호이며, 성체에서 신호가 억제되면 종양 발생을 유도할 수 있음. * 녹다운(knockdown)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시키는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