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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저버린 약속의 무게
대웅제약이 저버린 약속의 무게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08.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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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효능은 약의 출시 전 환자와 제약사가 맺는 일종의 약속이다. 환자는 그 약을 먹어 본 경험이 없더라도 제약사가 한 약속(효능)을 믿고 약을 먹는다.

그래서 제약사가 환자에게 공지한 효능에 대한 약속의 무게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식약처는 16일 대웅제약의 대표약 우루사의 허가된 효능 중 '소화불량'·'식욕부진' 개선 효능 삭제를 예고했다. 효능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셈이다.

만성간질환의 간기능 개선과 간기능 장애에 의한 '전신권태'·'육체피로' 해소 등에 대한 기존 효능은 그대로 유지됐다.

식약처의 이번 재평가로 우루사는 출시 때 환자와 약속한 효능 중 일부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두 가지 효능이 취소된 것에 대한 아무런 해명없이 전신권태·육체피로 효능이 유지됐다며 식약처 발표 당일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동안 취소된 효능을 믿고 우루사를 복용했음직한 환자에게 전하는 최소한의 유감표명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물론 소화불량이나 식욕부진 개선은 우루사의 주요 효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논란이 됐던 간기능 개선에 따른 전신권태·육체피로 해소에 대한 효능은 유지됐기에 두 가지 효능의 취소에도 대웅제약은 기뻤을지 모르겠다.

몇해 전 글로벌 당뇨치료제의 심장질환 예방효과가 세계적인 의학저널 <JAMA>에 게재돼 관련 기사를 쓰려다 해당 제약사로부터 제지받은 일이 있다. 세계적인 의학저널에 논문이 발표됐지만 아직 예방효과가 허가사항에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섣부르게 효능을 기사화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그 의견에는 지금도 동의할 순 없지만 엄청난 호재 앞에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던 그날 그 제약사에게서 사회적인 신뢰의 가치를 무겁게 인식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품위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약속(효능)을 지키지 못했다는 반성의 말 한 마디없이 일부 효능이 유지됐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글로벌 제약사를 지향하는 대웅제약의 미래가 돼서는 안된다.

효능은 잃었더라도 국내 대표 제약사로써의 품위는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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