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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코일색전술 중 '파열' 이유 의료진 입증해야
코일색전술 중 '파열' 이유 의료진 입증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8.0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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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약해진 동맥류 혈관과 기왕증 때문" 주장했지만
고법 "미세도관 조작 미숙 손상...1억 4666만 원 배상" 판결
▲ 서울고등법원
비파열성 동맥류를 치료하기 위해 코일색전술 중 혈관 파열이 발생한 경우 아주 적은 정도의 자극에도 파열될 수 있는 상태였다는 점을 의료진이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A씨의 가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3억 8398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 4666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코일색전술 시술 과정에서 혈관 파열이 일어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불가항력적인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고 잇따라 의료진의 과실에 무게를 두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고도의 숙련된 의료진이 아닌 경우 시술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씨는 2014년 6월 28일 자기공명혈관촬영술(MRA) 검사에서 우측 원위부 내경동맥의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뇌혈관조영술을 통한 정밀검사 결과, 우측 후교통동맥에 4.4mm×3.7mm 크기의 뇌동맥류와 우측 중대뇌동맥의 수평분절에 작은 동맥류성 병변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8월경 코일색전술을 받을 것을 권유했으나 A씨는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시술을 연기한 끝에 11월에야 입원했다.
 
풍선카테터를 이용한 혈관 내 코일색전술은 2014년 11월 20일 진행됐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오전 9시 37분경 동맥류 입구에 풍선카테터를 위치시키고, 미세도관 끝을 동맥류 내에 위치시킨 후 풍선을 팽창시켜 미세도관을 고정하고, 오전 9시 45분경 코일삽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전 9시 50분경 뇌동맥류를 코일로 채우던 중 혈압이 180.90mmHg로 상승하고, 출혈이 발생했으며, 조영제가 새는 것이 관찰됐다. 지혈을 위해 시술을 계속, 코일로 뇌동맥류를 완전히 채웠음에도 조영제가 계속 샜다. 11시 20분경 응급 대두술을 위해 두개골을 열자 경막이 팽창한 상태로 심한 뇌부종이 발생한 것이 확인됐으며, 광범위한 경막 절개를 통한 감압과 뇌척수액 배액을 통해 뇌부종 증세를 감소시켰다.
 
뇌동맥류 부위를 살핀 결과, 후교통동맥의 뇌동맥류와 모동맥인 우측 원위부의 내경동맥의 인접부위가 손상, 출혈이 계속되는 것이 확인됐다.
 
혈관 손상부위에 클립 결찰술을 실시, 봉합하려 했으나 뇌부종과 출혈이 심해 불가능하다고 판단, 내경동맥 출혈부위 양 옆을 결찰 지혈하고, 감압적 두개골 절제술을 시행한 후 오후 2시 45분경 수술을 마쳤다.
 
의료진은 A씨를 집중관찰하면서 혼수치료·뇌부종 억제제·수액 치료·뇌실 배액·인공호흡기치료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뇌부종과 혈압 저하 및 저산소증이 악화돼 12월 5일 심정지가 발생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오전 6시 30분 사망했다.
 
A씨의 가족은 의료진이 코일색전술 시술 중 미세도관 및 코일 등으로 동맥류를 찌르거나, 코일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코일로 뇌동맥류를 자극해 파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로 동맥류가 파열, 다량의 지주막하 출혈·뇌실내 출혈·뇌 부종이 발생,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코일색전술 중 뇌동맥류가 파열된 것은 미세도관 또는 미세와이어의 조작 미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동맥류 내부에 삽입된 코일이 스스로 펼쳐지면서 약해진 동맥류 혈관 부위를 자극했거나 기왕질환인 고혈압에 의해 급격한 혈압변동이 일어나면서 혈관이 자연적으로 파열됐다"면서 "손해배상 책임이 없는 만큼 가족이 지급하지 않은 입원치료비 661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동맥류 내부로 삽입된 코일이나 미세도관 또는 미세와이어로 동맥류 기시부를 자극, 혈관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코일 등을 조심스럽게 조작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해태해 혈관을 손상시킨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또 "코일삽입시 코일의 마지막 부분에 짧지만 매우 뻣뻣한 부분이 있으므로 이 부분이 삽입되는 마지막 단계에서 동맥류에 손상을 줄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풍선카테터를 사용한 기법은 모동맥의 내경을 확보하고, 코일의 이탈과 변형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풍선이 카테터를 고정하게 되고, 코일 삽입 중 저항이 증가해도 풍선에 의해 고정된 카테터의 긴장이 풀리지 않아 뇌동맥류 파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모동맥을 자극할 위험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병원의 코일색전술 후 30일 이내 이환율이 6.3%, 사망률이 0.2%로 보고됐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이 있다 하더라도 코일색전술을 선택함에 있어 장애 요인이 되지 않고, 비파열성 동맥류가 자연적으로 파열될 확률은 매년 1% 미만에 불과하다"면서 "자연적 원인으로 동맥류가 파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뇌동맥류와 그 인접부위는 정상적인 혈관보다 약한 부위이고, A씨에게 발생한 후교통 동맥류는 다른 동맥류 보다 잘 파열되는 부위인 점을 감안하면 코일을 동맥류 내에 삽입하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기는 하나 의사의 술기 습득 과정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적인 부작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뇌동맥류 파열이 불가항력적이라는 데 대한 입증책임은 의료진에게 있다"면서 "뇌동맥류 및 인접 부위가 극히 얇게 늘어나 있는 상태에서 아주 적은 정도의 자극에도 파열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동맥류 내부로 삽입된 코일 등이 펼쳐지면서 동맥류와 기시부를 자극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점, 후교통 동맥류는 다른 부위 동맥류 보다 잘 파열되는 부위인 점, 망인의 고혈압과 당뇨의 기왕증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점, 코일색전술 중 뇌출혈이 발생했음을 확인한 후 코일을 계속 삽입하고, 그럼에도 출혈이 계속되자 응급으로 개두술에 의한 클립 결찰술을 시행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의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모든 손해를 의료진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수술 난이도, 의료행위의 특성, 위험성 정도에 비추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배상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했다.
 
1심을 맡은 서울지방법원 제18민사부 역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배상책임 범위를 60%로 제한, 1억 6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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