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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L 사용으로 유죄 한의사, 면허정지는 면해
IPL 사용으로 유죄 한의사, 면허정지는 면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7.2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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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IPL 소송 때 보건복지부 "한의사 IPL 사용 가능" 답변
행정법원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자격정지 처분 취소 판결
▲ IPL을 사용,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한의사 L모씨가 2014년 9월 19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2010년 4월 1심 판결 이후 2심과 대법원을 거쳐 다시 파기환송심까지 5년 넘는 법정 공방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픽=ⓒ의협신문 윤세호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답변으로 불법행위를 한 한의사의 자격정지 처분을 무력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A한의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한의사는 2008년 1월 28일∼2009년 6월 18일까지 B씨를 비롯한 7명의 환자에게 의료용 광선치료기(Intense Pulsed Light, IPL)를 이용, 면허 외 의료행위인 피부치료를 하다 발각됐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A한의사는 형사 법정에서 벌금 200만 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대전지방법원 2009고정2357, 2014년 7월 9일 선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3년 5월 26일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라는 사전통지를 했다.
 
A한의사는 "대전지법에서 재판 중이므로 판결 확정 시까지 처분을 유보해 달라"면서 "IPL 사용과 관련한 서울동부지방법원 항소심(2010노449)에서 한의사의 IPL이 적법하다고 판시했으므로 처분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벌금 200만 원과 선고 유예 판결에 불복한 A한의사는 항소했지만 2심(대전지방법원 2014노2078, 2015년 11월 5일 선고)과 3심(대법원 2015도18375, 2016년 4월 29일 선고)에서 잇따라 기각 판결로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2016년 8월 23일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하겠다는 사전 통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A한의사는 "IPL의료기기 판매업자들에게 한의사들도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라고 소개받았고, 협회 교육도 받았다"면서 자격정지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A한의사는 2016년 9월 8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리자 행정절차법을 위반했고, 재랑권을 일탈·남용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재량권 일탈·남용에 대해서는 달리 판단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2009년 11월경 한의사의 IPL 이용에 관한 의료법 수사 당시 수사관에게 "우리나라 의료가 한방의료와 양방의료로 이분화되어 있음에도 그 면허 범위에 관하여 명확한 규정이 없고, IPL은 양방에서 피부치료 등을 목적으로 개발·사용되었기 때문에 한방 측에서 사용하는 것이 원칙상 문제될 수 있으나 한의학적 이론 및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면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답변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대한한의학회 등 관련 학회는 원고가 IPL을 사용할 당시 한방에서의 IPL을 사용할 수 있다고 표방하며 많은 연구를 하고, 그에 관한 발표를 하면서 기기 사용에 관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었다"면서 "원고도 그러한 교육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의사의 IPL 사용이 의료법 위반 여부로 문제가 된 사건에서 유죄(1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0고정10, 2010년 4월 9일 선고)·무죄(2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0노449, 2010년 7월 22일 선고)·무죄 원심 파기 환송(대법원 2010도 10352, 2014년 2월 13일) 등으로 법적 판단이 엇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면허 범위에 관한 규정과 관련 법리,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에 관한 법적 판단의 어려움, IPL 시술의 내용과 특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위법행위의 위법성 정도나 위법성 인식 가능성, 이 사건 위법행위로 인하여 초래될 위험성의 정도가 미약해 보인다"면서 보건복지부의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료계는 2009년 11월경 IPL 한의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한방정책 관계자가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답변하고, 2011년 6월 29일 국회에서 당시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이 "IPL은 자연광 치료에 해당된다. 황제내경에 태양광을 이용한 치료법이 나와 있다. 한의사의 IPL 사용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한방정책 관계자가 한의사도 IPL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식의 답변으로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줬고, 이를 토대로 2010년 7월 서울동부지방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해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 배경에는 과거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답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016년 대법원은 IPL을 불법사용한 A한의사 형사 사건에서 벌금형 선고의 유예를 확정했고, 이를 근거로 보건복지부가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린 사건"이라며 "법원이 재량권 일탈· 남용을 이유로 불법 의료행위를 일벌백계 하지 않는다면 향후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위법한 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IPL을 잘못 사용할 경우 위험성이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IPL은 선택적 광열분해 이론에 기초하고 있는 의료기기로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기초로 교육·수련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김 대변인은 "무분별하게 IPL 시술을 하면 피부 손상이나 색소 침착을 비롯해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는 1심 판결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항소(2017누61067)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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