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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극명한 간극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극명한 간극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7.07.2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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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지자체 간담회 갖고 치열한 의견 교환
의협 "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 뿐"

▲ 8월 24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보건소장 임명 관련 간담회 시작 전 모습. 의료인 단체 대표들과 보건복지부, 지자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김록권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사진 맨 왼쪽)은 국민 건강을 위해 보건의료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의사가 보건소장을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차별을 얘기하지만, 의료인은 국민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명하도록 한 현행 법규정이 차별적이라며 개선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우선 임용은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에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24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데 이어, 같은 날 보건복지부·지자체·보건의료단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계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국가인권위 권고사항 관련(지역보건법) 간담회'에는 김록권 의협 상근부회장과 대한공공의학회 김혜경 이사장이 참석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 관계자, 간호협·한의협 등 단체 대표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록권 부회장은 "의사 우선 임용 조항의 취지는 의사가 보건소의 기능·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폭넓은 전문지식을 통해 보건의료 시행 주체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최고 적임자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일본처럼 지금보다 강화된 임용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가 언급한 지방의료원장의 비의사 임용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를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면서 " 현재 보건소장 의사 임용비율이 40%인 상황에서, 타 직역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의사 임용 비율이 낮은데는 보건소장의 낮은 신분 보장과 열악한 근무 여건 때문이기도 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보건의료인들은 '국민의 건강'을 얘기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어떠한 것을 중점으로 둘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권위 권고와 직역 간 의견을 검토해야 하는 보건복지부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지역 주민 건강이 달린 중대한 사안임을 고려해 보건소장 임용문제를 지자체의 권한으로 보고 방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건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혜경 대한공공의학회 이사장도 보건소장 임명 문제는 지역 보건의료의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김 이사장은 "보건소장 임용 자격을 국가인권위원회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현행 지자체단체장의 선심성 정책, 일반 행정직 보건소장 임명에 대한 문제 인식과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역보건의료서비스 질을 확보하는 방향성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중보건사업은 전문적인 지식을 수반해 지역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현행법은 공중보건 업무의 전문성에 대한 중요성에 따라 의사의 역량이 보건소장 업무수행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에 대한 관리 감독, 보건소장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시스템 개발 등 노력이 부재했다"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리 감독을 통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현행 의사 우선 임용 규정은 그대로 두되 보건소장의 역량 강화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현행 규정은 전문적 업무수행에 가장 적합한 자격 요건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차별을 위한 조항이 아니다. 또 지방자치제도 시행 전에 마련된 것이어서 현재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소장의 직무분석, 성과지표, 평가, 교육 프로그램 등 일련의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의사 우선 임용 기준을 삭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행 법령을 둔 채로 정부 차원에서 전문역량을 갖춘 보건소장을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책을 마련하고 보건소장 외에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직책을 추가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 보건의료직종 참석자들은 의사 우선 임용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송명환 대한간호협회 정책국장은 "(보건의료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보건행정 능력 또한 보건소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역량 있는 인력을 임용하는 것은 임용권자인 지자체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은경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이사도 "보건의료전문가와 의료전문가는 다르다. 보건소장은 보건의료 전문 직책이므로 공정한 바탕에서 임용 경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순옥 한국보건간호사회 회장 역시 "보건소 운영 우수사례에 비의사 보건소장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의사가 보건소장 역량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기회는 동등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의사인 경기도 소재 모 보건소장은 "한의사·간호사·치과의사 등 다양한 직역에서 역량을 갖춘 인재들에게 기회 조차 주지 않는 것은 현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를 주관한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두리 사무관은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원칙은 특정지역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는 예외적 사례지만, 보건소장 자격의 가치성을 고려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건소장 직무분석, 성과평가, 교육과정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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