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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리베이트 행정처분 제약사 '못해 먹겠다' 반발 왜?
전주 리베이트 행정처분 제약사 '못해 먹겠다' 반발 왜?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07.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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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 판단과 행정처분 기준 다르다' 쟁점
불기소 처분 경우 별도 행정처분 기준 마련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찰이 불기소한 전주 리베이트 사건 관련 16개 제약사에 행정처분을 18일 예고하자 제약계가 반발하고 있다.

회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사법적 판단에도 행정부가 일일이 행정처분을 내린다면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 불기소된 사건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주병원과 호성전주병원 이사장 등 관계자 46명은 2011년 8월부터 2015년까지 18개 제약사로부터 1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로 2016년 10월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16개 제약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고 관련 제약사 직원은 대부분 기소유예됐다.

최근 행정처분 대상 통보를 받은 제약사는 16곳으로 동아ST·대원제약·메디카코리아·명인제약·부광약품·삼진제약·신풍제약·알보젠·일동제약·위더스제약·JW중외제약·JW신약·제일약품·코오롱·한국파마·한미약품(가나다순) 등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죄의 경중 따지지 않은 묻지마 처분? 반발

이번에 행정처분 통보를 받은 한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금액은 한 해 300만원 정도. 개별 직원이 회사와는 상관없이 매달 30만원 규모의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제약사에 대해 리베이트 제공액이 적고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리베이트로 보기 어렵다며 직원만 기소유예하고 제약사는 불기소 처분했다. 제약사로서는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지만 정작 폭탄은 그 뒤에 터졌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판매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면 보건복지부 역시 급여정지나 약값인하 처분을 해야 한다.

제약사는 지방 영업소 직원의 일탈행위 한 번으로 판매정지는 물론 보험약값 인하와 최악의 경우 급여퇴출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빠진 셈이다. 물론 직원관리 소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죄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모 제약사 역시 개인 직원의 일탈행위 한 번에 최대 품목이 급여정지 위기에 몰릴 처지다. 전주 지역 영업소 직원이 불법 리베이트를 하다 문제가 된 품목은 하필이면 이 제약사 최대 매출을 올리는 만성질환치료제다.

5년 전 한 차례 리베이트 관련 의약품으로 경고받은 터라 이번에 처분이 떨어지면 두 번째 적발사례가 된다. 리베이트 제공금액이 총 1억원을 넘으면 두 번 적발로  그 약은 이른바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따라 급여퇴출될 수 있다. 지방 영업소 직원의 일탈행위로 매년 수백억원이 넘는 처방액 품목이 날아갈 위험에 처했다.

 
식약처, "행정처분 기준 적법" 강행 의지

제약계는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해야 하고 양벌규정에 따라 직원 뿐 아니라 회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수긍하지만 회사 개입 정도와 리베이트 규모, 사법적 결정 등 죄의 경중을 따져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6개 제약사 모두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직원 대부분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조직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기소된 제약사와 처벌의 경중에 차이가 크지 않다는 모순도 지적된다.

한 보건의료정책 담당자도 "불기소된 이번 사례같은 경우 일률적으로 판매정지나 급여정지 행정처분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며 "불법 리베이트에 따른 행정적 징벌인 행정처분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준익 변호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는 "불기소 처분 이유를 살펴봐야 하지만 형법상 회사 책임을 묻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처분을 일괄적으로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분을 통보받은 16개 제약사는 일제히 행정소송 검토에 들어갔다. 사법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고 관련 직원 역시 대다수가 기소유예된 상황에서 행정부가 내린 판매정지 혹은 급여정지 처분이 과잉처벌이 아닌지가 소송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몇몇 제약사는 공동소송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계의 반발에도 식약처는 단호한 행정처분 의지를 밝혔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품관리과장은 20일 "개별 제약사의 소명을 충분히 듣겠지만 제약사 직원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이 확인된 만큼 이번 행정처분은 원칙적이고 적법하다"고 말했다.

적지않은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유발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불기소 처분에 따른 행정처분 적용기준이 사전에 마련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섞인 목소리가 제약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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