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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연구 정보 "연구자·제약사 것 아니다"
임상시험·연구 정보 "연구자·제약사 것 아니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7.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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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정부, 등록·결과 등 모든 정보 공개 촉구
공개의무 법제화 필요성 강조...연구자들은 "우려"

▲ 17일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임상연구 수행의 투명성 확보 및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
임상시험과 임상연구에 관한 모든 정보 공개를 법으로 강제화하자는 환자단체의 요구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도 공감을 표했다.

보건복지부의 의견은 달랐다. 정보 공개를 법으로 강제화하는 것에 회의적이며, 생명윤리법과 약사법 등 관련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개정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자들은 임상연구 등 정보 공개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와 부작용 등에 대한 사전 해결책을 법제화 이전 또는 과정에서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17일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임상연구 수행의 투명성 확보 및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상시험과 임상연구 관련 모든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생명윤리법과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의무화 경우 강제 의무 여부, 등록항목의 범위, 등록 의무주체(예를 들어, 연구기관의 장, 책임연구자, 스폰서 중 누가 의무자인가 등)에 따라 구체적인 규정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보를 등록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등록된 정보를 R&D, 연구대상자 보호 정책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빅데이터 시대에 보건의료정보를 체계적,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공선이 되기 때문에, 보건의료정보 법제와 정책 그리고 거버넌스 방식에 대한 더 확대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법제화를 통한 모든 공개는 물론 공개되는 모든 정보가 환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재가공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환자들이 임상시험 정보에 접근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정부기관에서 운영 중인 정보등록시스템조차 환자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시험 정보는 연구자나 제약기업의 것만이 아니다. 내 아내가 16년 전 만성백혈병 가속기 진단을 받고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었지만 글리벡 임상시험에 참가해 효과를 보면서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면서 "이처럼 임상시험 정보에 대한 환자 접근성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도권과 지역 간 임상시험 정보의 심각한 격차도 똑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임상시험 정보가 의학전문용어로 돼 있어, 정보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환자로선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면서 "공개되는 임상시험 정보를 환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전달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백선우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사무처장은 공감을 표했다. 백 사무처장은 "임상연구·시험에 관한 모든 정보는 등록돼야 한다. 특히 개별 임상시험 등록정보 외에 연구자 정보 및 환자 정보, 유전자 정보, 바이오샘플 정보, 연구장비 정보, 연구기술 정보, 연구인력 등 임상연구자원이 영국 같은 선진국처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환자, 연구자, 기업, 정부 등 정책 개발, 임상시험 중복 방지, 연구 활성화, 신약 개발 등 각 이해관계자 차원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희 식약처 임상제도과장은 "식약처는 약사법에 따라 임상시험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간 임상시험 정보 검색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을 꾸준히 해왔고, 지속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제했다.

또한 "임상시험을 마지막 치료 기회로 여기는 환자들에게 정보 공급이 미흡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 제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자들과 제약업계 관계자들과 논의해왔다. 정보 공개를 규제로 여기는 연구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 역시 고민해왔다"면서 "두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식약처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임상시험 정보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현영 질병관리본부 임상연구지원 TF 과장 역시 정보 공개 의무화 또는 강제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 과장은 "그동안 연구자들이 스스로 임상시험 정보를 등록하기를 기다려왔지만, 등록 수가 여전히 낮다"면서 "연구자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의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황 과장은 "임상시험 정보 공개 등을 위해 생명윤리법 개정이 필요한지 확신할 수 없다. 꼭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 정보 등록 등 정보 공개와 임상시험 허가를 연계하면 연구자들이 정보 등록 등 정보 공개를 피할 수 없다. 이런 목적이라면 생명윤리법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법을 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만일 생명윤리법이나 약사법 개정하려면, 결국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공개할지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연구자들은 임상시험과 임상연구의 개념 혼재, 윤리적 문제, 무조건적인 정보 공개의 부작용들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민양기 대한신경과학회 특임이사는 "임상시험과 임상연구와는 개념은 다르다. 임상연구는 임상시험 등 자료를 베타분석 등으로 후향적으로 하는 연구다. 그래서 중요한 연구 아이디어가 연구 시작단계부터 공개될 경우 아이디어를 뺏길 수 있다. 연구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석 KIRB(연세의대 교수)는 "환자단체에서 임상시험 참가 기회 확대를 위한 정보 공개를 주장하는데, 환자 입장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보다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임상시험은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는 것"이라며 "임상시험 참여 여부에 대한 판단은 환자가 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윤 대한안과학회 학술간사는 "엄청난 임상시험 등 정보가 공개된다면 공개된 정보를 관리하고 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정보 공개 최말단에서 윤리적 검증 등을 할 전문가조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임상시험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전달될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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