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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이산가족 상봉'의 건강관리 경험

청진기 '이산가족 상봉'의 건강관리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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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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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

▲ 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

북한은 평균 수명이 한국보다 19년가량 짧은 나라이고, 방문할 때 정기 예방접종 외 A형간염 및 장티푸스 예방접종이 주로 권고되는 나라 중 하나이며 평균 연령의 중간값이 34세로 매우 젊은 인구가 많다(2013년 기준).

주요 사망의 원인은 심뇌혈관질환 및 만성폐질환, 폐암 및 폐렴, 자살 등이다.

남한 내 거주하는 이산가족 수는 12만 8123명이고, 이 중 100∼200여 명을 선발해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면회소에서 상봉이 이뤄진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는 신청자 대비 선정수가 적기 때문에 추첨으로 무작위 선정을 한다.

이산가족 상봉자는 100여명, 가족이 150여명, 의료진을 포함한 적십자사, 기자단 등 수행인원도 약 100명에 수송 버스는 열 대 가량 되는 대규모 인력이 파견된다.

의료진은 3개 병원에서 내과·정형외과·신경과·응급의학과·가정의학과 등의 진료과 의사와 간호사·응급구조사가 합동으로 2박 3일 동안 파견됐다. 나는 2013년과 2015년에 2회 파견됐다.

일부 질환에 대한 약품과 구급차가 다섯 대 같이 지원됐는데, 문제는 한국 환자들은 한국 병원만을 이용할 수 있었고, 북한 병원으로 이송이 불가해 응급 이송시 꽤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강원도 내 병원으로 차량 및 헬기(휴전선 이남에서)로 이송하기로 돼 있었다.

보통 수행 의료진으로 파견되면 여행 집단의 병력을 가장 먼저 파악하게 된다. 이산가족 대부분이 60세 이상이었고, 80세 이상의 초고령자도 10프로 가량이었다.

통일부에서 이산가족 상봉단을 선정하는 절차 중 건강 문제가 염려되는 경우 상봉 선정에서 제외하게 되는데, 이산가족들은 평생을 기다려온 상봉이라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를 최소한으로 축소해 제출한다. "가족을 만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다"는 이산가족들을 어찌 탓하거나 돌려보낼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마련된 차트에는 '질환 없음'이라고 표시된 다수의 가족들이 심뇌혈관질환·치매·암병력이 있다는 것을 수행 당일에 새로 파악할 수 있었다.

2015년에는 적십자사의 도움으로 이산가족들에게 뇌졸중·심근경색 등 주요 질환의 증상을 교육하고, 소지한 약을 잊지 않고 복용토록 했다. 낙상·호흡기질환 예방 등의 간단한 교육을 같이 시행했다.

의료진은 각자 주치의를 맡은 이산가족의 하루 한 번 회진으로 건강 문제를 체크했으며 번갈아가며 당직을 섰다. 매일 혈압과 혈당을 체크했는데 상봉 전날에는 다들 긴장하셨는지 혈압이 치솟아서 수축기혈압이 180∼200 가량 되는 분들이 많았다. 다행히 가져간 약품으로 조절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증상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소화기계·감기 등 간단한 처치만으로 대부분 해결되는 증상이었다. 숙소는 두 곳이었는데, 좀 더 연식이 오래된 금강산 호텔의 경우 조명이 어둡고 문턱이 있어 낙상이 우려돼 동반중인 보호자분들께 주의를 부탁했다.

실제로 낙상으로 인한 골절 환자가 발생해 한국으로 이송한 경우도 있었다. 1회차 상봉에서는 중증질환자가 수 명 발생해서 의료진이 밤새 처치 후 이송했다고 전해 들었다.

첫 상봉은 의외로 담담하게 이뤄졌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이라서 그런지 첫 눈에는 큰 감동 대신 서먹서먹하다고 이산가족들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상봉 절차는 첫째 날에는 개방된 상봉장에서, 둘째 날에는 호텔 내 개인 방에서 가족끼리 이뤄지고, 마지막 날 개봉된 상봉장에서 작별을 하게 된다. 보통 개별 상봉이 있는 둘째 날에 서먹함이 많이 없어지고 개인적인 속내를 털어놓으며 대부분의 가족들이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아진다. 한 노인은 가족 상봉 후 식음을 전폐하고 울다가 귀가하기도 했다. 셋째 날에는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가족들은 아마도 다시는 살아생전 가족을 보지 못할 것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으며, 떠나는 북한 가족의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리며 좇아가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가슴이 찡했다. 귀가하는 가족들은 대부분 한 달 가량은 우울감에 휩싸인다고 한다.

파견되는 각 과의 의료진이 방북을 계획하면서 매회 개선 의견을 도출하고 또 인력이나 물품 확충 등 개선점을 반영해 대비했으나 언제든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고령자가 다수이며 기저질환자가 많고, 가족 상봉이라는 큰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 작용한다.

각종 검사와 처치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가까운 남한에서 상봉이 이뤄졌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겨울철에는 허혈성 심질환이 10∼25% 증가하므로 춥지 않은 계절에 상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 없이 3일을 동고동락한 의료진과 적십자사, 슬픈 모습의 이산가족들이 가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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