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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환자가 검사 거절했어도 진료 했어야"

법원 "환자가 검사 거절했어도 진료 했어야"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17.07.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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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검사·신경과 협진 요청 안해...조기 진단·처치 지연 과실 판단
고법 "진단·치료 지연 주의의무 위반"...2억 4498만 원 배상 판결

▲ 서울고등법원
환자가 검사를 거절하더라도 의사로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의무를 하기 위해 검사 권고·협진·환자 또는 보호자에 대한 설명 및 기록·전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A씨의 가족이 B병원장·B병원 봉직의사C씨와 D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6억 4493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나6805)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2억 4498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09년 8월 15일 밤 발열·설사·전신 근육통·복통·구역감 등을 호소하며 B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혈액검사 결과 BUN 27mg/dl(참고치 6∼23), 크레아티닌 3.4mg/dl(참고치 0.6∼1.2), 혈압 110/60mmHg였다. 의료진은 5∼6년 전 같은 증상으로 장염 진단 하에 입원한 과거력을 고려, 급성 위장염·급성 신부전 의증으로 진단, 수액 투여 등의 처치를 시행했다.
 
8월 17일 복부초음파 검사 결과, 간·신장에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혈액검사에서 BUN 25mg/dl, 크레아티닌 3.2mg/dl였다. 8월 17일 21시 57분경 배에 가스를 동반한 복통과 두통 등을 호소하자 진경제 알기론 1앰플을 정맥주사하고, 22시 7분경 심한 두통과 혈압이 200/120으로 상승하자 혈압강하제 라베신 20mg을 정맥투여했다. 22시 40분경 140/80으로 떨어졌으며, 23:30분경 목쪽으로 내려오는 통증을 호소했다.
 
8월 18일 06시 41분경 수축기 혈압이 150이상으로 지속되고, 목의 뒷부분이 뻣뻣해져 누워 있기 어렵다고 호소하자 디크놀을 주사했다.
 
8월 19일 08시 41경 두통 및 구토 증세, 16시 39분경 두통과 함께 의식을 상실했다. 혈압은 220/120에서 130/70으로 하강했으며, 사지강직 증상도 나타났다. 8월 19일 17:00분경 뇌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측 뇌지주막하 출혈과 앞 교통동맥 동맥류 파열 의증으로 진단, C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8월 19일 17시 47분경 C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기면 상태였고, 혈압은 170/90이었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17시 57분경 뇌CT를 촬영한 결과, 다리뇌앞 수조·소뇌다리뇌각 수조·기저 수조·위소뇌수조·사구 수조 등에서 많은 양의 지주막하출혈을 관찰하고, 오른쪽 추골동맥에 길게 확장된 뇌동맥류를 확인했다.
 
의료진은 8월 20일 18시 50분경 뇌실창냄술을 실시, 뇌척수액과 출혈된 피를 배약하고, 19시 50분경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했다.
 
8월 21일 혈관촬영에서 박리동맥류가 의심됐으나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자 A씨를 7일 동안 진정시킨 다음 혈관촬영을 계획했다. 보호자에게는 뇌부종이 심해 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월 22일 20시 34분경 수술부위 삼출은 없으나 뇌척수액 배액양상에 비추어 재출혈이 의심됐다. 0시 20분경 뇌CT검사를 실시한 결과, 뇌의 종창이 더 심해진 상태였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8월 24일 뇌혈관조영술을 다시 실시키로 했으나 A씨의 보호자들은 서울에 있는 E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요구했다.
 
8월 24일 13시경 E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 뇌혈관조영술을 받은 결과 광범위 지주막하 출혈·우측 척추동맥 부위에 6×8cm 동맥류가 관찰됐다.
 
E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은 2009년 8월 24일 코링을 이용한 색전술을 시행했다.
 
A씨는 E상급종합병원 퇴원 후 F병원·G요양병원·H병원·I요양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2011년 5월 15일 폐렴으로 사망했다.
 
고인의 가족은 혈압이 상승하고 두통을 호소할 때 지주막하출혈을 의심하고 진단·치료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진은 투통·혈압상승·목의 강직 증상은 치료제 투여 후 호전된 점에 비추어 지주막하출혈의 전구증상으로 볼 수 없고, 우측 척추동맥의 박리성 동맥류는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 진단이 어렵다고 밝혔다. 의료진이 보호자에게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했으나 거부한 점도 들었다.
 
고법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적어도 2009년 8월 17일 22시경부터 뇌 부분 이상을 의심하고 뇌CT를 촬영하거나 신경과 협진을 요청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뇌지주막하출혈 진단과 처치를 지연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B병원 의료진이 대학병원 전원이나 추가검사를 권유했으나 A씨가 거절한 것에 대해서는 "거절한 사실은 인정되기는 하지만 거절의사가 진료거부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료진에게는 망인이 호소하는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의무가 여전히 존재함에도 안이하게 판단해 추가검사를 지연한 것은 과실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대학병원 의료진에 대해서도 "8월 19일 뇌혈관조영술 당시 망인의 상태가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우측 척추동맥에 대한 혈관조영술을 하지 못했다는 기재가 없다"면서 "우측 척추동맥에 대한 뇌혈관조영술 및 이후 처치에 성공했더라면 망인의 상태가 호전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원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기는 했으나 이송 중에 재출혈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우측 척추동맥 부위에 대해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하지 않은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망인의 체질적 소인도 발병에 원인으로 볼 수 있고, 박리성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에는 진단이 어렵고, 파열 후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후에는 예후가 좋지 않은 점, B병원 의료진이 전원이나 추가 검사를 권유했으나 망인이 거부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을 감안해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B병원 의료진이 두통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두 차례나 검사를 권유한 이상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결에 정한 위자료 액수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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