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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발빠른 대응 정부잘못 이끌어내

의협 발빠른 대응 정부잘못 이끌어내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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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명예훼손 인정


의료계를 집단 이기주의의 표상으로 몰아부친 이른바 '도덕교과서 사건'은 정부의 명백한 잘못으로 결론지어졌다.

서울지방법원 민사 제17부(재판장·신성기 부장판사)는 18일 최종 선고공판에서 소송을 제기한 대한의사협회(1,000만원)와 사진에 실린 의협 회원 3명(1인당 100만원씩)에게 손해배상금 1,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정부의 명예훼손 부분을 인정했다.

그동안 불합리한 정부 정책에 대해 의협이 수십차례에 걸쳐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지만, 이처럼 의료계의 주장이 반영돼 깔끔하게 마무리된 예는 찾아보기 드물다. 한마디로 이번 사건은 의협이 이뤄낸 쾌거이며, 그동안 이 일을 맡아온 도덕교과서 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의협 의사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을 되짚어보면, 도덕교과서 파문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사를 사기범화하는 '의료법 개악'이 꿈틀대자, 의료계는 강한 충격에 휩싸였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도덕교과서 사건이 터져 의사들의 분노를 들끓게 했다.

신학기를 앞두고 새로 출판된 2002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용 도덕교과서(교육인적자원부 발행·서울대학교 사범대학 1종 도서편찬위원회) 80쪽에는 의협이 개최한 결의대회 사진을 게재하며 '집단 이기주의는 공동체 붕괴의 중요한 원인이다'는 사진 설명을 달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산동아'와 '교학사'가 발행한 참고서에도 관련 사진과 함께 의료계를 집단 매도한 내용을 담아, 그러잖아도 상할 대로 상해있던 의사들의 감정에 불을 지르는 계기가 됐다.

의협은 이 사건을 접하고 곧바로 상임이사회를 열어 대책위원회(위원장·김건상 의협 부회장)를 구성하고 명예훼손과 가처분신청 등 일련의 법적 대응에 나섰다.

도덕교과서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대책팀은 자라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특정 단체를 집단 매도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장관 공개 사과 ▲교과서 전량 회수 및 배포금지 ▲관계자 엄중 문책 등을 교육부 실무진들을 만나 요구했다.

결국 교육인적자원부는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고, 의협이 요청한 대로 교과서에 실린 문제의 사진을 대체할 사진 스티커 60여만장을 제작·배포하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 의협은 각 시·도의사회를 통해 의협의 요구사항이 이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교학사가 발간한 사회구술닷컴 역시 의협이 제기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화해를 받아들여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문제의 불씨를 진화하는 노력을 보였다.

의협은 이 같은 일련의 조치가 취해지자, 작년 5월 30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도덕교과서 배포(회수) 및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와 사진에 실린 의협회원 3명은 교육인적자원부를 피신청인(법률상 대표자는 법무부장관임)으로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총 49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의료계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3월 인격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재판을 시작으로 1년여만인 금년 4월 18일에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의협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만일 불공정한 판결이 날 경우에는 끝까지 법적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다행히 법원이 정부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여 무너진 자존심과 명예를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소송 자체가 피를 말리는 힘든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에 적극적으로 응해준 홍사웅(대전·홍이비인후과의원)·장 준(대전·하나로내과)·정연신(대전·하나로방사선과의원) 회원들의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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