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미(재영한인의사협회장·외과전문의)

2005년 7월 7일 여름, 외과 레지던트 2년째가 끝나갈 무렵 아침 회진을 돌고, 그날은 수술이 없어서 인턴들과 'Junior Doctors Mess'에서 커피를 마시며 환자리스트를 정리 중이었다.

그날도 라운지의 큰 TV는 언제처럼 BBC news 채널에 고정돼 있었다.

Doctors Mess는 영국 병원안에 Junior Doctors들의 쉼터 공간이다. 수련과정이 긴 외과의 경우 'Junior Doctor'라는 호칭이 졸업 후 15년째 되는 Senior Specialty Registrar까지 지속된다.

영국의사들의 복잡하고 긴 수련과정은 영국 국민도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에는 많은 수련과정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30대 후반의 경력있는 의사도 'Junior Doctor'라고 불린다.

응급환자가 저녁에 들어와 밤에 복강경 맹장 수술을 하고 아침까지 모든 치료를 'Junior Doctor'한테 받을 수 있고, 아침 회진 때 교수가 회진 돌기 전에 퇴원을 하면 그 환자는 입원부터 퇴원까지 'Junior Doctor'만 보고 갈 수 있다(합병증 없는 맹장염은 24시간 이내로 퇴원한다). 영국 여러 의학회에서도 오해하기 쉬운 이 명칭을 바꾸겠다는 말이 최근에 나오고 있다.

24시간 당직은 유럽법상 불법인지라 영국병원에는 숙직실이 없어졌다. Junior Doctors들이 직접 운영하는 Junior Doctors Mess가 병원의 유일한 쉼터다.

Junior Doctors Mess에서는 모든 의사들이 자유롭게 한달에 10∼15파운드를 내고 커피·티·아침 시리얼·식빵·비스켓·과일,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그리고 컴퓨터 사용과 위성채널 텔레비전을 이용한다. 그 비용은 한달에 한번 월급날에 있는 파티를 위해서도 쓰인다. 교수들은 수련의사의 초청으로만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다. 교수들의 사원증으로는 Junior Doctors Mess의 문을 열 수 없다.

당직 팀이 아침 회진을 돌고 Mess에 들어가 리스트에 있는 (어떨 때는 50명이 넘는) 환자들 한명 한명 짚으면서 medical plan을 논의한다. 의대생, 3레벨의 Junior Doctors(인턴·레지던트·펠로우)와 교수까지 둥근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나 티를 마시면서 각자 담당한 환자에 대해 발표하고 교육 시간을 갖는다.

계층의식이 한국보다는 많이 덜한 영국에서는 의대생도 교수의 결정에 대해 질문도 할 수 있고, 어떤 때는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외과환자이지만 내과질환도 있는 경우 내과 파트를 담당한 레지던트에게 환자의 재활치료나 당뇨약 조절 같은 자문을 구한다.

12년 전 그날 아침 우리는 Junior Doctors Mess에서 BBC를 보면서 믿겨지지 않는 너무 끔찍한 사건들이 런던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영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이었다. 모든 junior doctors들은 아무 말 못 한채 뉴스채널에서 4개의 폭탄이 한꺼번에 시민들을 학살하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영국 통신사들은 마비상태가 됐고, 그 때 런던의대 4학년이었던 동생은 통신이 차단돼 있었다. 3개의 폭발은 지하철에서 일어났고 하나는 런던의 상징인 빨간 이층버스안이었다. 버스가 British Medical Association House(영국의사협회 사옥) 앞을 지나는 순간 폭탄이 터졌다.

2층 버스뚜껑이 날아가고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생가였던 하얀벽에 피가 물들었다.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그 빌딩에서 회의를 하던 중이라 많은 의사들이 나와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 1970년도부터 1990년도까지는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인한 테러가 영국에 있었지만, 한꺼번에 일어난 테러 공격은 그때가 제일 컸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2년에 한번씩 한 명의 테러범이 한 명의 피해자를 살해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올 해 2017년 3월, 5월, 그리고 6월에 일어난 테러로 인명피해가 컸다. 그때마다 Major Incident Training이 영국의사들과 의료인들, 그리고 Emergency Services들에게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침착하게 일을 시작하게 한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2005년 7월 7일 인구 800만명의 런던에 있는 모든 병원들은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고 영국 내 모든 화상 센터들은 대기상태로 들어갔다.

지금 런던에는 Joint Emergency Services Interoperability Programme(응급 서비스 상호 연동 프로그램)에 1만 2000명이 넘는 경찰, 소방서 및 구급차 요원이 주요 사건에 대한 공동 의사 결정을 개선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모든 영국 병원 의사들은 응급 상황을 위한 교육을 1년에 적어도 한번씩 의무적으로 받는다.

영국의사 수련과정에서 병원을 1년에 최대 두번까지 로테이션 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처음 이틀동안 모든 의사들이 환자 진료 전 induction을 받는다. 화재 안전, 환자 이송 안전(의료인 몸에 무리가 안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 심장제세동기, 컴퓨터 프로그램 교육, 손씻기, 예방 접종 혈액검사 등 이다. 전문분야마다 또 따로 받는 전문교육이 있다.

모든 외과(정형·비뇨·일반·흉부·신경·성형·소아·이비인후과)는 Advanced Trauma Life Support(전문외상소생술), 내과는 Advanced Life Support(전문소생술), 소아과는 Advanced Paediatric Life Support(소아전문소생술) 그리고 응급의학과는 세 가지를 모두 다 교육받는다.

3년에 한번씩 해야하는 이 코스들은 3일동안 진행되고 마지막에 시험도 치른다. 700파운드나 드는 이 코스들의 경비는 모두 개인 부담이다. 이 교육들은 영국 모든 의사들이 똑같이 받는다.

영국에서는 의대를 졸업하고 받는 의사 자격증은 혼자서 의사로서의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고(영국에서는 전문의가 아니면 개원을 할 수 없다), 수련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내가 인턴을 끝내고 1년차 레지던트 때 응급의학과를 6개월간 돌았다. 그 때 본격적으로 주요 사건 발생 시, 예를 들면 기차가 충돌해 많은 트라우마 환자들이 모여들 때 어떻게 병원이 준비해야 하는지, 각각 전문과는 어떻게 환자들을 대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그리고 외과에서도 배운다. 내과의 경우 병원입원 환자들이 심각하지 않으면 퇴원시켜서 병상을 더 만든다.

대부분의 영국 병원들은 언제든지 95% 이상의 병상이 차 있기에 급한 상황에서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도 있는 Major Trauma Centre는 영국(England)에 27곳이 있다. 그 중에서 성인과 소아를 모두 진료하는 곳은 11곳, 성인만 보는 11곳 그리고 소아만 진료하는 데가 5곳이다. 이 Major Trauma Centre들은 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성형외과·흉부외과·중환자전문과·인터벤션 영상의학이 있고, 트라우마팀이 24시간 병원에서 당직을 선다.

언제나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수술방과 팀은 대기하고 있다. 환자들은 다학제팀이 갖춰진 특별 외상병동에서 치료를 받는다.

Major Trauma Centre들은 Major incidence training실습도 한다. 대부분 대학병원이기에 대학생 60명 이상이 환자 역할을 맡고 구급차·경찰·소방관들도 참여한다. 시민들에게도 그날은 실습이 있으므로 길이 막힐 수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이런 실습으로 병원의 준비상태를 평가한다. 올 해 많은 테러가 영국에 있었다. 이러한 영국 의료인들의 준비가 사망률을 줄였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