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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학교인가" 거리 뛰쳐나간 서남의대생들
"이게 학교인가" 거리 뛰쳐나간 서남의대생들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7.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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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 결정 미루는 교육부에 단체 항의시위
교수 월급체불에 화장실 휴지까지 학생회비로
▲ 서남의대 학생들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1번가'에서 서남의대 인수가 지연된 것과 관련해 교육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다. 교육부의 빠른 결정을 기다린다."

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30도가 넘는 땡볕더위 속에 앳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여기저기 눈치보며 미룬 결정, 학생들만 피해 본다', '각 계 이권다툼에 학생들만 죽어난다', '이제는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등 팻말을 나눠 들었다. 

서남의대 재학생 90여명은 이날 교육부를 상대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교육부가 서남의대 인수 절차를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인수 의향서를 내놓긴 했으나 교육부는 자료 미흡을 이유로 애초 5월이던 인수결정을 6월에서 다시 7월로 미룬 상태다. 계속해서 지연되는 일정에 학생들의 불안과 불만은 극에 달했다.

유태영 서남의대 학생회장은 "교육부의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 회피는 학생들의 피로도와 실망감만 키운다. 동기들, 선후배들에게 학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피곤해한다. 그만 하자고 한다.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질질 끌려왔는지 보여주는 증거"라며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학생들을 위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그는 "서남의대생들은 일반적인 의대생이, 대학생이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겪었다. 해부학 교수님이 임금체불로 학교를 그만뒀고, 병리학 교수님 역시 임금문제로 1학기에 학교를 떠났다. 본과 4학년의 국시 도시락비를 추후 정산해준다며 학생회비로 지출케 했지만 학교는 되돌려주지 않았다. 학습권이 침해받는 이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학생들의 처지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 A씨는 "학교는 의대에 재정지원을 않는다. 화장실 휴지조차 학생회비를 걷어 사고 있다. 봉사활동에 드는 교통비 지원도 당초 약속과 달리 지급되지 않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A씨는 "교수님들에게 월급지불도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다. 학교가 임금조건을 맞춰주지 못해 교수님은 학교를 떠났고, 한 학년이 해당과목을 수강하지 못할 뻔도 했다"라며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생들은 잘 버티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남의대에 입학하기 전에는 상황이 이 정도일지 몰랐다. 들어와서 알게 됐다. 밖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우리도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학생들을 격려차 참석한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이 더운 날 길거리에 나오게 한 것에 대해 의료계 선배로서 굉장히 미안하다"라며 "우리나라는 이야기한다고 되지 않는다.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빨리 결정해달라고 말하지 말라. '세금 받아먹고 제대로 일 안 하는 교육부는 각성하라'고 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기 회장은 "의료계 선배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의대 학장단 협의회, 의협, 대의원회 등 다 찾아가서 해결해달라고 해야 한다. 청와대 앞 1인시위도 하고 국회도 계속 찾아가야 한다"라며 "곪을대로 곪은 문제가 터져 10년이 지났다. 대전협도 서남의대 학생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겠다"라고 독려했다.

서남의대 학생들은 5일 오후에도 효자동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유태영 서남의대 학생회장 인터뷰

 

교육부에 원하는 것이 빠른 결론인가? 폐과도 고려하고 있나?
그렇다. 7월에는 반드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이미 교육부는 5월 인수자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고,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6월로, 7월로 미뤄졌다. 구 재단이 횡령한 330억원에 대한 해결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교육부도 정상화한다는 기조이니, 폐교는 생각해보고 싶지도 않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얼마나 심각한가?
해부학 교실의 경우 서남의대 초기 졸업생 선배가 본래 교수였다. 그런데 학교에서 임금조건을 맞춰주지 못해 떠나야 했다. 떠난 이후로 실습양식과 내용이 바뀌었다. 의대 출신 교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 학교에서 똑바로 못해 훌륭한 재원을 떠나보내야 하나.

병리학과 약리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존경 받는 교수님이, 학교에서 임금으로 장난을 쳐 기분이 상해 떠났다. 본과 2∼4학년 학생들은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예과 학습권 침해는 심각하다.

학생들은 시립대와 삼육대 중 어느 대학의 인수를 선호하나?
서울시립대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어디든 상관 없다. 결정이 빨리 돼야 피해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이제라도 빠른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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