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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수수료 통제...공정위는 '안된다'고 했다
진단서 수수료 통제...공정위는 '안된다'고 했다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7.06.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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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서울시의사회 '기준표' 5억원 과징금
당시 공정위원장 "소비자 가격선택 가능성 상실"

보건복지부가 진단서 등 수수료 상한액을 정하고 이보다 비싸게 받는 의료기관에게는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복지부가 27일 공표한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은 일반진단서·건강진단서·입·퇴원확인서 등 30개 항목에 달하는 제증명서 수수료 상한액을 담고 있다.

병의원이 환자로부터 상한액을 초과해 징수하면 시정명령,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진단서 수수료는 현재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발급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당연히 상한액도 없다. 복지부는 현행 제도에서는 같은 증명서도 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있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이 불만을 제기해 왔다며 수수료 통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진단서 수수료 가격을 획일화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어 주목된다.

2005년 5월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 발급수수료 기준표'를 병·의원에 배포하고 기준액을 참고해 수수료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

기준표에 따르면 일반진단서는 2만 원, 입퇴원 확인서 2000원, 건강진단서 2만 원, 상해진단서 10만 원(3주 미만) 등으로 책정됐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21일 서울특별시의사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서울시의사회에 보낸 과징금 납부 요구 공문을 통해 "의료기관의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의 수수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는 보험급여 대상이 아니므로 개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다"면서 "(서울시의사회에 대한 징계를 계기로) 의료기관들이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의 수수료 책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의료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제증명서 수수료를 보건복지부는 공권력으로 통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의료 이용자의 편의 측면에서도 복지부의 입장은 공정위와 상반된다.

2007년 12월 13일 권오승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에 참석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똑같이 올리면 서로 눈치 볼 필요가 없어 좋을 수 있겠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가격에 대한 선택가능성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제증명 수수료 고시가 지난해 12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른 정당한 후속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자율적 시장질서에서 어느 한도까지 용인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는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면 불법 담합이고, 정부가 강제로 통제하는 것은 합법이란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김태형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된 수수료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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