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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심방세동 환자 위한 약물치료 가이드 나왔다

한국 심방세동 환자 위한 약물치료 가이드 나왔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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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김태훈 교수팀,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항응고제 치료 적절"
뇌경색 위험 놓여 있는 환자, 적절한 치료로 중증 혈관질환 예방 기대

(왼쪽부터) 정보영 교수, 김태훈 교수.
유럽에서는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위험평가점수가 1점 이상일 때, 미국은 2점 이상일 때부터 항응고제 약물을 사용하지만, 국내에서는 위험평가점수가 2점일 때부터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연간 뇌경색 위험도가 1∼2% 이상일 때 항응고제 치료를 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있는데, 서구의 사람들과 달리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 국내 환자들의 경우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뇌경색 위험도가 2.35%로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김태훈 교수팀과 영국 버밍햄대학 그렉고리 립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약물치료 가이드를 첫 제시하는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심박세동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내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운동을 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기만 하는 부정맥 질환의 하나다.

이 때 심방 내 정체 된 혈액에서 혈전(피떡)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들 혈전은 어느 순간 뇌혈관을 막아 허혈성 뇌졸중, 뇌경색을 초래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심방세동은 모든 뇌졸중 원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그 위험도를 5배나 높인다. 따라서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있어 뇌경색 예방은 제일 중요하다.

뇌경색 시한폭탄을 가슴에 안고 사는 심방세동 환자의 위험도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응고제약물 투여가 표준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약물치료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국내 연구가 거의 없어 유럽과 미국에서 쓰고 있는 평가도구를 참조하거나 의사 각 개인의 판단에 의해 항응고제 약물 치료시기를 결정해 부족한 면이 컸다.

이에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20세 이상 5855명의 심방세동 진단 환자들을 2013년 12월까지 추적해 연간 뇌경색 발병 위험도(특정연도 동안 100명 이상 질환발병률)를 조사했다.

또 이들 심방세동 조사 환자군들의 다양한 동반 질환과 연령·성별 등 연간 뇌경색 발병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평가했다. 위험요소 평가는 국제적인 공인지표를 사용해 0점부터 10점까지로 계량화하고 가중치를 부여했다.

그 결과, 고령일수록 뇌경색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이 재차 확인됐다. 65세부터 조사 환자군의 뇌경색 발병이 증가해 연간 위험도가 2.11% 높아지고 75세 이상부터는 3.11%로 크게 높아졌다.

아울러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졸중(TIA)나 뇌경색이 이미 한 차례 발병했던 심방세동 환자들의 연간 위험도는 2.58%나 높아졌다.

또 신장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들도 2.03%의 높은 뇌경색 연간 위험도를 보였다. 이밖에 고혈압과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를 가진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위험도도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을 연구진은 확인했다.

다만, 유럽과 미국 연구조사에서는 여성 심방세동 환자들이 뇌경색 연간 위험도가 남성에 비해 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정보영·김태훈 교수팀의 국내 환자 대상의 연구결과에서는 남녀 환자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정보영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에게 있어 연간 뇌경색 위험도가 1∼2% 이상일 경우 항응고제 치료가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결과 국내 심방세동 환자들은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뇌경색 위험도가 2.35%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에선 위험평가점수 1점부터 항응고제 약물치료를 권장하고 있으나, 아시아 인종인 국내 환자들은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응고제 약물복용은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 상당한 주의와 부담이 있는 치료여서 그 투여 치료시점이 중요하다.

우선 항응고제가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 내 항응고 수치가 적정수준으로 유지되는지 확인이 필요해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 항응고수치가 낮으면 혈전 발생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너무 높으며 뇌혈관출혈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또 기존의 대표적 항응고제로 널리 쓰이는 와파린은 비타민K와 결합 시 효능이 저하되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두부·콩류·시금치·마늘 등 비타민 K가 함유된 음식섭취가 제한됐다.

아울러 복용하는 다른 치료제 및 흡연·음주 등과의 상호 위험작용이 예기치 못하게 나타날 수 있어 많은 부담이 됐다. 또 오랜 복용에 따른 뇌혈관 출혈 위험도 상승은 간과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기존 항응고제의 단점인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음식물 섭취 제한이 거의 없는 신약인 '경구용 항응고제(NOAC)'가 최근 보험급여가 됨으로써 많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정보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 심방세동의 환자의 뇌경색 발병을 낮추기 위한 항응고치료의 표준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효율적인 심방세동 환자의 치료를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및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적인 뇌졸중 학술지인 <Stroke>지 최근 호에 'CHA2DS2-VASc Score for Stroke in Asian Patients With Atrial Fibrillation : A Korean Nationwide Sample Cohort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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