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데이터의 폐쇄성과 비표준화가 지적됐다. 전 세계는 이미 표준화된 서식으로 공동연구에 한창인데, 우리나라는 특유의 폐쇄주의로 데이터 공유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 박래웅 의료정보학회 이사장
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의료정보산업의 한계를 진단했다.

EMR 보급률은 매우 높지만 그로 인한 데이터가 모두 양질은 아니며, 다양한 활용 역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그는 "데이터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흩어져 있는 유전체정보와 영상, 바이오뱅크 정보들을 하나로 연결해 데이터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초석으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한 연구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박 이사장은 "미국은 2009년 이후 EMR 도입뿐 아니라 의미 있는 형태로의 사용을 강제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인센티브를, 그렇지 않으면 디스인센티브 준 결과 놀라운 발전이 일어났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가치 있는 데이터를 생산·가공해 공유하고 이를 다른 연구자들이 사용하면, 데이터 생산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로 점철된 데이터 폐쇄성도 지적했다. 데이터 개방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병원별로 데이터 형식과 체계가 제각각이라 표준화가 시급하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취약하다.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표준서식을 만들어야 글로벌 리딩이 가능해진다"라며 "개방성이 약하면 세계 무대를 주도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동석한 박현애 세계의료정보학회장 역시 데이터 개방에 따른 표준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자꾸 '우리'만의 것, 병원이라면 그 병원만의 체계를 만드려고 한다"라며 "외국에서는 데이터 관련 기업체들이 모듈을 만들어 공급한다. 때문에 어느 병원, 어느 국가를 가도 표준화된 공통 시스템을 쓰고 있다. 우리는 병원 중심이라 표준화는커녕 기관간 데이터 교환조차 어렵다"라고 말했다.

▲ 박현애 세계의료정보학회장
결국 우리가 뒤처지는 모든 이유는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박 학회장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외국은 30여개 국가가 하나의 시스템을 표준으로 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각자도생이 아닌 체계적인 협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의료정보학회의 최근 연구 트렌드도 소개했다. 과거 기록지에 불과했던 EMR이 이제는 근거중심 연구의 도구로써 톡톡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박 학회장은 "몇십 년간 축적된 EMR만큼 좋은 근거 생산 자료는 없다. 환자 경험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며 "EMR에서 근거를 찾아내 이를 진료에 다시 적용하는 실무기반 근거가 요즘 주로 연구되고 있다. 미국은 이를 '러닝 헬스케어 시스템'이라고 부른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 병원의 자료뿐 아니라 여러 병원과 기관, 국가단위로도 데이터를 공유하는 임상시험도 이뤄진다. 선진국에서는 컨소시엄 형태를 이뤄 서로간의 데이터를 전환해 공유한다"라며 "세계의료정보학회에 발표되는 자료는 거의 이런 연구가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처럼 자기 병원 자료만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은 거의 없다"라며 개방형으로의 진일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