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조기발견 위한 의료계의 한 걸음 필요
아동학대, 조기발견 위한 의료계의 한 걸음 필요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7.06.05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효순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팀장)
▲ 변효순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팀장)

1분 1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학대 상황의 아이들이 2차 피해를 입기 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아동학대 상황에서의 골든타임이다.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를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아마도 의사일 것이다. 의사 등 의료인은 교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과 함께 대표적인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기도 하면서 학대로 인한 멍과 골절, 화상과 같은 아동학대 징후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당의의 신고로 아동학대 사건이 밝혀지기도 한다. 지난해 생후 2개월 된 딸을 침대에서 떨어뜨린 뒤 입에서 피가 나는데도 젖병을 물려 10시간을 방치, 결국 숨지게 만들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부천 영아 학대 사망사건'은 담당 의사의 신속한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 의료인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신고의무자 중 의료인의 신고건수는 2016년도에 216건(신고의무자의 전체신고의 0.8%)에 불과해 아직 의료인의 신고율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응급실 아동학대 발견율은 영국 1.4∼6.4%, 이탈리아 2%, 미국 10%, 네덜란드 0.2%(출처 Louwers et al. Arch Dis Child 2011)이다.

의료인의 아동학대 신고가 높지 않은 이유는 아동학대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고 후 조사과정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 신고 경험이 있는 의사는 다시는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가 조사과정에서 의료인인 신고자가 학대를 입증해야 하거나, 잦은 신고자 조사로 범죄인 취급받는 등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유관기관 공동업무 수행지침을 점검하는 등 의료인 등 신고의무자가 부담을 갖지 않는 방안을 경찰청 등 관련부처와 모색할 예정이다.

의사의 아동학대 신고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의료계 내부의 동참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한의사협회는 2003년부터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학대아동보호팀을 구성하고 아동학대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아동학대 의심 선별도구(FIND)를 개발해 의료현장에 보급하는 등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마련에 힘쓰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협회의 핵심가치인 'KMA-Policy'를 발표하면서 주요 아젠다 중 하나로 '아동학대'를 포함했다.

이런 의료인의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의지와 함께 실천을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일부 병원 내 아동학대보호팀이 개설돼 있지만 의협 내 담당부서의 부재로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고 한다. 2003년 협약시 63개에서 2015년 36개, 즉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으며 현재는 10여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병원 내 아동학대보호팀의 축소가 특히 안타까운 이유는 아동학대 발견 및 예방에 있어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병원 내 아동학대보호팀은 아동학대 상황에 있어 특별한 위치를 담당한다. 아동학대보호팀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팀장으로 각 소아과분야의 전문의나 의료인, 사회복지사로 구성된다.

이들의 전문적인 식견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서 아동학대 신고 및 의료적 조치를 하기 이전에 아동학대를 판단함에 있어 높은 변별력을 가진다. 즉, 이들의 활동을 통해 발견하기 어려운 아동학대 조기발견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 내 아동학대보호팀 운영을 활성화하고, 의사 및 의료인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교육 및 홍보를 통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아동학대 선별도구(FIND)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등 한걸음 더 나아가는 참여를 바란다.

의료인의 활동이 우리들의 아이들을 지키는 의미 있는 한걸음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은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고, 아동학대 상황에서 골든타임은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의료인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